작게 행한 책 기증의 선의가 생각보다도 크게 돌아오다
현재 중남미 관련한 책 작업을 협업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님과 수다를 떨다가, 작가님께 "내 책은 결국 아르헨티나에 대한 책이니,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에도 메일로 연락해서 책을 기증해 보라"는 꽤나 설득력있고 도움이 되는 조언을 들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 다음날 아르헨티나 대사관 홈페이지를 찾아 연락 가능한 이메일을 발견한 다음 책의 제목, 내용과 기증 의사를 밝히는 메일을 정리하여 보냈다.
그리고 내가 그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를 살짝 잊어갈 무렵, 답장이 왔다.
메일을 공들여 보내긴 했지만 답장 자체를 기대하지 않았던 나는, 다소 얼떨떨한 기분으로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책에 사인하고 내가 만든 굿즈들을 넣어 메일에 적힌 주소로 함께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택배가 도착했다는 우체국 카톡 알림을 받았고, 그 뒤로 또 몇 주가 흘렀다.
무사히 대사관에 잘 갔는지 문득 궁금해졌지만 금방 또 잊어버리고 내가 택배를 보냈다는 사실조차 가물가물할 때쯤 - 대사관 담당자님으로부터 반가운 메일을 보냈다.
받은 메일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 대사관 차원에서 감사 서한을 보내주겠다.
2. 내 책은 9월 공공외교주간 행사 기간 연계 서울야외도서관 프로그램에서 대사관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
행사 현장에서 소개되며, 책 소개 및 홍보가 진행될 것이다.
3. 향후 아르헨티나 문화 행사에 초청하겠다.
이렇게 반갑고 감사한 소식이 적힌 메일을 받다니!
한국 사람이 쓴 아르헨티나 책이 워낙 귀해서 그럴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책을 예쁘게 봐주신 분이 이렇게 하자고 흔쾌히 추천해 주셨으리라.
다시 한 번, 이 책의 작가로서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졌다.
아르헨티나에서 보낸 3년의 삶.
단지 나의 삶의 일부분으로만, 흘러간 과거로만 남기고 싶지 않았다.
기억을 조각조각 꺼내어 온힘을 다해 붙잡고 기록한 글이 이렇게 오늘날 또 다른 길이 되었다.
내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 그저 한 권의 책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여러 방향으로 스스로 길을 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그 책은 마치 프리즘처럼, 다양한 빛의 갈래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저 이메일은, 내 글조각 속 깊이 묻어둔 진심이 또 다른 방향으로 길을 내어 닿았다는 증거같았다.
그래서인지 며칠 내내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내 첫 책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고 있다.
'교사'를 넘어 ‘작가’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불리는 자리.
내 마음을 놓고 온 나라의 문화와 풍경,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온기를 기꺼이 이야기할 수 있는 무대.
어쩌면 이건, 내가 그토록 바라던 방향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그 방향의 중심으로 내가 한발짝씩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은 어딘가 낯설고 꿈결 같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좋은 이야기꾼이 되도록 -
하루하루 더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