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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관저 정자

by 심상보

난 한남동 관저에 뭐가 있는지 그다지 관심은 없다. 골프장이 있네, 정자가 있네, 말이 많아도 대통령이 있는 곳이니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는 해놨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대통령이 바뀌고 한남동 관저의 내부 모습이 방송을 탔다. 말 많던 정자와 개수영장으로 추측되는 연못 같은 시설이 방송에 나왔다. 사실이 어떻든 그냥 사람들의 흥밋거리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근데 정자가 일본풍이라는 말이 방송에서 들려 내 눈이 번적 뜨였다. 정말 일본풍인가?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일본풍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지붕에 막새가 없어서 좀 허전하긴 한데 막새 없는 지붕도 많으니까 뭐 그 정도야...... 지붕 꼭대기에 일본풍 장식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모인지붕에 비 새지 말라고 올리는 절병통인듯한데 이상할 것은 없는 듯하다. 그보다는 정자에 쓰인 기둥이 일반 건축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궁에서 사용하는 둥근기둥이라 좀 의아하긴 했다. 그래서 관저 정자가 원래 있었던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을 찾아보았다. 아원고택과 콜라보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아원고택의 건축을 보니 둥근기둥에 막새가 없다. 조선후기에는 건축법이 느슨해져서 둥근기둥을 사저에서도 썼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다. 둥근기둥에 막새가 없고 절병통은 건축에 비해 좀 커서 균형이 좀 안 맞는 듯하지만 결론적으로 일본풍 건축은 아닌 것 같다. 정자가 있는 곳이 집 밖 언덕이 아니고 집안 이긴 하지만 옛 양반들도 집안 사랑채에 무슨 정(亭)이라고 현판을 걸기도 했으니 그것도 그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다른 문제 아닌가? 왜 좀 더 잘 만들어서 외국 귀빈들에게 자랑 좀 많이 하지, 지붕 없던 전시물을 덜렁 일부만 가져와서 난데없는 곳에 설치하나! 우리나라 정자가 얼마나 이쁜 게 많은데 난간도 있고 마루도 있는 정자 하나 잘 만들어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남의 것을 빼앗아서 갖다 놓냐! 그것도 대통령 관저에!!

한남동 관저 정자와 창덕궁 후원 애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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