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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상 Jul 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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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요즘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 있다.

늦은 시간 짧게나마 땀을 뺀 후 집까지 걸어가는 그 시간. 노래 한 곡 반정도를 감상할 수 있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적절히 시원한 밤공기와 어스름한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하루 중 내 오감이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시간이다.


이럴 땐 어떤 선곡도 필요없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무조건 틀고, 세상에서 가장 여유있는 사람인마냥 느리게 걷는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나의 고민, 나의 하루, 혹은 나의 감정 등의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그랬다.

요 몇달 간 나를 괴롭히고 있는 나약하기만한 내 마음을 짓누르던 그 덩어리들을 생각했다.

답을 알고 있지만 결정내리지 못하던 것,

나를 좀먹고 있지만 떨쳐내지 못하던 것,

고통에 몸부리치는 머릿속과 컨트롤이 안 되는 약한 감정들.

그런데 문득,

그 덩어리들에 대해 답이 생각났다.

마치 군복무 시절, 메타세콰이어길을 하염없이 행군하며 바라본 멀리보이던 소실점처럼, 멀리 보이지만 결국 한군데로 수렴했다.


사실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수없이 반복해왔던 생각이다.

그리고 내 삶의 방향성이기도 하고.

하지만 기억하고 있음에도 풍파에 무뎌진 감각이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뭐 솔루션을 문득 깨달았다고 달라지는건 없다. 그냥 다시 감각을 되찾자는 다짐만 할 뿐 큰 결정을 내리는데는 변함없이 고민하고 방황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생각들이 모여서 내 가치관이 썩 괜찮았음을 증명해주었으면 좋겠다.

설령 대다수가 그렇지않더라도, 증명하고싶다.


아니 할거고, 그게 맞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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