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CPI (소비자 물가지수)쇼크로 시장이 꽤 심하게 요동쳤다. 미국 3대 지수 모두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 11일 이후 2년 3개월 만에 하루 최대폭 하락을 경험했고 비트코인 역시 어제 하루 7.45% 폭락했다.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바로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CPI). 8월의 물가지수를 반영한 CPI는 7월이후 지속적인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보다 8.3% 올라 시장 전망치(8.1%)를 크게 상회하며 투자자들에게 현재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한편 앞으로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클 수 있고 기간역시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겨주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6.3%를 기록, 시장 예측치인 6.1%보다 더 큰 수치를 기록해 투자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게 되었는데 바로 이런 걱정들 때문에 시장은 어제 크게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타까운건 이번 CPI 뿐만 아니라 과거 연준의 발언들을 모아서 생각해보면 어제의 하락이 끝이 아니라고 봐야하는데 그 이유중 하나가 바로 '중립금리'에 있다. 지난달 기사 하나 인용해보겠다.
이 기사는 8월 26일 잭슨홀 미팅이 있기전 기사로 현재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했으며 연준은 경기를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그리고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로 '중립금리'를 들었다. 여기서 중립금리란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금리' 또는 경제를 '과열시키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금리'를 의미하는 것이며 위의 기사의 와튼 스쿨 시켈 교수는 이 금리에 대해 대략 1.5%가 적정하다고 밝힌 것. 그리고 바로 이 중립금리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근거가 된다. 시켈 교수는 현재 금리가 이를 넘었으니 금리 인상은 이미 목표를 달성 한 것이고 이에 따라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시켈 교수와 뜻을 같이하는 투자자들은 꽤 많았을 텐데 사실 여기에는 두가지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연준이 생각하는 중립금리 수치이다. 연준은 지금까지 중립금리가 이상적인 금리라고 언급한 적은 있어도 단 한번도 중립금리가 1.5%라거나 2%라는 명확한 수치를 언급한 적이 없다. 즉, 누군가가 1.5%를 언급했다거나 설사 2.5%를 언급한다고 해도 이는 연준이 언급한 내용이 아니기에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한 수치가 되어버린다. 즉, 의미없는 숫자인 것이다. 심지어 지난 8월 말 미국 연준의 라파엘 보스틱 연은 총재는 '3% 수준이 적정 중립금리'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것도 연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으로 여전히 큰 의미가 있는 숫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이런 '수치'도 문제가 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는데 바로 '중립금리가 최종 목표 금리와 같을까?' 라는 것이 그것이다. 위의 기사는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되는 이유로 현재 금리가 이미 중립금리 수치에 다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연준은 한번도 금리를 '중립금리까지만' 올린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 사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그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파월의장의 발언이 된다.
A lengthy period of very restrictive monetary policy was ultimately needed to stem the high inflation and start the process of getting inflation down to the low and stable levels that were the norm until the spring of last year.
파월은 잭슨홀 미팅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막고 작년 봄까지 정상이었던 낮고 안정적인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매우 긴축적인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이를 위해 "더 높은 이자율, 느린 성장률, 유연한(해고가 쉬운) 노동 시장"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한 결과로 가계와 기업은 고통을 감수해야 된다고 밝혔다. 이를 현재 상황에 맞게 풀어보면 연준이 생각하는 중립금리가 있다 하더라도 현재의 인플레이션의 상황과 목표 인플레이션인 2%의 괴리를 고려해서 언제든지 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높게 금리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봐야한다. 즉, 중립금리보다 더 높게 금리를 올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꽤 큰 실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잭슨홀에서 보여준것처럼 연준의 의지가 전에 없이 강하다면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지금 연준은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봐야한다.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심지어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중립금리보다 높게 금리를 가져갈 준비 말이다. 실제로 CPI발표후 시장은 빠르게 이를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채권시장에서 아주 잘 나타난다. 현재 미국 2년물 채권금리는 3.75% 수준으로 5년내 최고 수준이며 10년물 국채금리보다도 0.3%이상 높은 상황이다.
심지어 이 수치는 계속해서 상승중인데 이는 투자자들이 현재 3.7%수준의 채권 금리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즉, 연준이 금리를 계속해서 높일 것이기 때문에 현재 수익률이 낮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한편 10년물 국채금리는 3.4% 수준으로 2년물 보다 낮아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해보면, 소비자물가지수가 높게 나온 지금, 연준은 중립금리에 상관없이 금리를 높게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며 이 때문에 벌써부터 채권시장의 금리는 크게 튀어오르고 있고 동시에 장단기 금리차 역전도 심화되고 있다. 즉,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공급 제한에 더불어 장단기 금리차 역전으로 인한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도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자 기준 fed watch에 의하면 9월 연준의 금리인상은 0.75%가 66%이며 1% 인상도 무려 34%까지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CPI가 발표되기 직전인 12일에 1% 상승에 대한 의견은 0% 였으며 일주일 전인 9월 7일날 0.5% 상승에 대한 의견은 23%, 0.75% 상승에 대한 의견은 77%였다. 이렇듯 금리인상이 시장의 예상치보다 더 높아지고 있고 장단기 금리차도 심해졌다는 것은 시장이 긴축에 대한 연준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봐야한다. 더군다나 내일은 이더리움 머지 업데이트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이토록 유동성은 줄어들고 불확실성은 큰 9월, 시장의 상승을 바라는 것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 현명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