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미팅이후 시장이 꽤나 흔들리고 있다. 뉴욕증시는 '파월 쇼크' 여파로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현재 시장의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제 장 초반에는 최근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 유입으로 장이 좋은 듯 보였으나 역시나 주요국 중앙은행 인사들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등장하자 증시는 결국 장중 하락 전환했다. 심지어 9월을 앞두고 세계 각국에서 높은 인플레이션 경고등이 다시 켜지고 있는데 이중 유럽국가들의 상황은 절망스러워 보일 정도이다. 특히 프랑스발 에너지 문제가 현재 유럽 문제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도 보이는데 그 중심에는 이번에도 역시 '러시아'가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의 문제가 유럽의 에너지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분위기다. AFP 통신에 의하면 어제 30일 러시아가 프랑스에 가스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고 밝혔는데 어떤 상황인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기사 인용해보겠다.
기사에 의하면 이번 상황은 러시아가 노르트 스르림 1 가스관의 터빈에 문제가 생겨 독일 지멘스 에너지에 터빈 수리를 맡기면서 발생했다. 해당 터빈의 문제에 대해 지멘스는 캐나다 전문 업체에 정비를 의뢰하며 수리를 요청했지만 당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규제가 확산되자 캐나다가 수리된 터빈을 대러 제재 대상으로 분류하면서 반환을 막았기 때문. 캐나다 정부는 이후 독일 측의 요청으로 제재 예외를 인정해 터빈 반환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러시아측이 반환 받기를 거부했는데 이에 대해 가스프롬은 "캐나다, 유럽연합(EU), 영국의 제재와 지멘스 측의 기존 계약 의무 이행상황 불일치로 인해 073엔진(해당 터빈)을 포르토바야 압축스테이션으로 인도하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밝히며 서방의 명확한 대책을 요구했다. 그리고 결국 공급중단까지 선언하게 된 것이다.
사실 가스프롬은 캐나다에서 수리 중인 가스관 터빈의 반환 지연을 이유로 여름부터 계속해서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왔었다. 6월에는 노르트 스트림-1을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40%까지 축소했었으며 지난달 27일에는 터빈 부족 등을 이유로 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20%까지 줄이고 이제 이제는 아예 공급중단을 선언해버린 것이다. 안타깝게도 러시아의 공급중단 선언은 자산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는 지난 콘텐츠 "비트코인, 이번주 폭락하면 이게 원인입니다"에서 언급했듯이 공급의 문제가 천연가스가격의 상승의 원인이 되고 이는 기업과 개인, 심지어 국가의 비용을 증가시켜 자산시장의 하락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증가된 비용'과 '공급문제'는 앞으로 유럽 몇몇 국가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노르웨이는 아주 좋은 예가 된다. 수력발전이 주력인 노르웨이는 충분한 전력생산 탓에 생산 전력의 5분의 1을 이웃 국가에 수출하는 에너지 부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노르웨이가 최근 전력 수출 감소 혹은 중단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뭄' 때문이다. 수력발전의 경우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데 가뭄으로 댐의 수위가 낮아져 전력이 기존만큼 충분히 생산되지 않게 되니 노르웨이로서는 에너지 수출에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이런 입장변화 때문에 노르웨이로부터 전력을 수입하는 영국, 네덜란드, 독일,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이 크게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올해 겨울 해저 송전선 북해링크를 통해 전력 최대부하(5.7GW)의 약 4분의1인 1.4GW를 노르웨이에서 수입할 계획이었는데 이게 틀어져 버리게 되면서 에너지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다른 유럽국가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잭슨홀 미팅후 비트코인 폭락?' 현재 시장은 이걸 보고 있다. ' 콘텐츠에서 언급했듯이 유럽발 가뭄이 에너지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기후로 인해 유럽발 에너지 가격 폭등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가뭄이 유럽을 강타한 8월, 여기에 유럽은 러시아발 공급중단 문제까지 겹치며 유럽경제는 앞으로 허리케인급 충격을 받게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상황을 종합해보겠다. 현재 러시아는 지난 6월부터 터빈을 이유로 계속해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고 있으며 심지어 공급중단 카드를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9월부터 유럽은 여름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 겨울로 갈수록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는데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해온 탓에 러시아 공급 감소가 치명적인 문제가 되 버린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발생한 유럽발 가뭄은 에너지 수출국들의 입장을 바꿨고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더 가속화 시키는 기폭제가 되버렸다. 즉, 유럽발 에너지 가격 폭등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당연히 자산시장엔 초대형 악재가 되버린다. 생각해보자.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9월부터 유럽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까?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이는 미국 연준의 높은 금리인상(자이언트 스텝 0.75% 혹은 울트라 스텝 1%)의 근거가 되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준이 생각보다 높게 금리를 인상하면 당연히 유로의 가치가 하락하는데 이는 더 심한 물가상승의 원인이 되버린다. 즉, 1차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 이로 인해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니 발생하는 인플레가 합쳐져 유럽내 물가 폭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럽내 기업실적은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유럽 자산시장 하락의 이유가 되버린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경제체력이 약한 유럽국가들에 있다. 유럽의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등 경제체력이 약한 국가의 경우 미국발 금리인상은 매우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연준의 높은 금리인상이 이들 국가내 외국 자본 이탈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결국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되는데 이는 기업과 나라 경제에 큰 부담이 되서 국가적 경제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이렇게 유럽내 위험이 커지게 되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일텐데 결국 이는 달러가치를 상승시키고 동시에 유로의 가치를 하락시켜 유럽내 추가 물가 상승의 이유가 된다. 즉, 이와 같은 이유들이 더하고 더해지면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게되어 자산시장이 폭락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파이낸셜 타임즈에 의하면 이번달 이탈리아 국채 공매도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는 "이탈리아는 가스 가격의 변동성에 가장 취약하게 노출된 국가인 데다 최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등 정국 혼란이 계속된다는 점도 이탈리아의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며 에너지 가격에 취약한 이탈리아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채의 공매도로 인해 현재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8월 15일 2.98%에서 수일만에 3.8%까지 상승한 상황. 에너지 위기로 인해 국가의 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지금은 8월로 겨울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즉, 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봐야한다.
7월 CPI발표 후 물가가 피크아웃 했다고 판단해 잭슨홀 미팅전까지 수주간 상승을 해온 자산시장. 과연 이런 유럽발 위기 상황속에서 9월 이후 물가가 계속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을까? 만약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태로 유지된다면 미국연준은 높은 금리인상을 포기하지 않을텐데 이는 결국 자산시장의 추가 하락을 의미한다고 봐야한다. 결국 날씨가 추워지는 9월부터 투자자에게 진짜 겨울이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니 현재 보수적인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