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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Kim Oct 02. 2018

#2. 디지털노마드 긴 여정의 시작

회사의 정리해고에 대한 소회

한국으로 복귀가 정해지고 바로 해왔던 업무와 관련이 있던 국내 제조기업의 아시아시장 담당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했던 업무와 비슷했지만 하는 일에 있어서는 아주 크게 차이가 났는데 국내의 해외영업 직군은 해외지사에서 근무하지 않는 한 보통 Paper work이 90% 이고 고객 컨택은 10%미만이며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은, 출장을 가는 것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 가는 수준이었는데 이는 해외지사에서 고객관련 업무를 처리 하고 보통 국내에 있는 영업사원들은 지사의 영업을 보조하는 일을 주로 하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한달에 3주 이상을 해외 출장을 다니며 실적을 올리고 고객을 관리하는 일을 한 반면 이제는 오피스에서 해외 지사의 업무 보조를 주업무로 해야 했는데 선천적으로 '노마드' 끼가 있어서인지 이런 업무 자체가  무척이나 지루하게 느껴졌으며 심지어 보고서는 이전보다 배는 많아져 보고를 위한 야근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되어버려 업무시간은 더욱 길어지게 되었다. 더구나 암묵적인 주말출근 분위기로 인해 주말중 최소 하루는 회사에 나와서 업무를 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즉, 재미없는 업무를 야근 + 주말출근까지 하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업무에 대한 고통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갔다. 이런 이유로 일을 시작하고 단 한번도 행복하거나 업무에 대한 만족을 느끼는 일 없이 살기위해 그냥 일만 해야 하는 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너만 유별나게 힘들어 해? 다 이렇게 사는 거라고 생각하고 사는데', '하다보면 괜찮아져', '3년만 버티면 모든게 괜찮아져' 등 똑같은 상황에 놓인 주변 친구들로 부터의 경험섞인 조언에서  그리고 짬짬이 그런 친구들과의 소주한잔에서 자그마한 위로를 찾으며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러나 입사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에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그 소문을 듣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이 공개가 되어버렸다. 




당시 중국발 고품질 저가 상품의 공세로 인해 매출 및 이익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던 사업부는 '체질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차부장급 중간 관리자의 대다수를 명예퇴직 대상으로 선정하였고 그 중 평판 혹은 성과가 좋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차례로 해고 통보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이 회사에서 최소 15년 많게는 25년을 근무해온 사람들로 회사가 곧 삶이 되버린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이 느낀 충격은 상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내 사수도 속해 있었다. 나보다 7살 많은 사수. 40대 중반으로  중고등학생 자녀들을 두고 한참 여러 고민으로 힘들어 하던 그에게 재앙같은 사건이 터져 버린 것이었다. 통보 된 이후 조금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회사로 돌아온 그에게 어느날 저녁 위로주를 건네며 들었던 그 말

"공채로 입사해 17년간 회사에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하며 단 한번도 해고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 말이 잊혀지지 않고 마음을 계속 파고 들었다. 

 엘리트 코스의 삶을 살아오며 남부럽지 않은 기업에서 17년간 일하고 회사를 자신과 동일시 하며 살아온 그 그리고 그와 비슷한 상황의 그들은 어떤 이유로든지 끝내 조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이제 가족의 생계조차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회사의 울타리를 타의로 벗어나야 되는 상황에 몰리고 만 것이었다. 심지어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채 말이다.

만약 이게 회사원 모두가 직면해야 하는 사실이라면. 저들의 지금 모습이 7년후의 내 모습이 될 수 있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내가 원하지도 않는 이 일을 단지 7년을 버티기위해 해야되는 걸까?  왜 나는 지금 이 회사와 직무에 얽메이면서 절대로 밝지 않는 미래에 내 모든 것을 바치면서 여기에 있어야 할까? 

"남들도 그렇게 사니 그러려니 하고 살아라. 그래도 회사 울타리 안이 밖보다 훨씬 안전하다."
주변의 푸념섞인 이런 위로의 목소리에 전혀 위로도 공감도 되지 않았다. 그저 7년 더 안전하자고 지금 이 귀중한 시간을 모두 다 희생하며 회사에 충성해야 된다는 그들의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걸까?

매우 혼란스러워 졌다. 회사에서 자기의 모든 시간을 희생하면서 임원이 된 그들 그리고 그들을 따라 희생을 강요받으며 회사의 룰에 따라 삶을 희생해온 직원들의 삶마저 희생시키는 그들의 모습. 회사에서 살아 남고 인생을 그나마 남들처럼 살기 위해서 이런 결정을 하는 기득권층에 충성해야 했고 종국에는 이런 기득권층에 속해 똑같은 일을 강요해야만 하는 삶. 그런 삶을 내가 진짜 원하는 걸까? 



고민을 해봐도 혼란스러움은 가시지 않았지만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가지는 명확해져 갔다. 

"남이 만든 '판'안에서 같은 판단기준, 방법으로 열정과 노력을 아무리 다해도 결국 종착점은 여러개중 하나이고 그 중 어느 하나도 내가 원하는 종착점은 아니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즉, 나에게 성공이란 남들과의 다른 나만의 '희소성'을 만들어가는 것이었고 그것을 통해 나만의 '판'을 짜야 된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해서 이런 '판'을 짜야 될지 전혀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회사에서의 삶은 나에게 '낭비'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해야 될 일을 용기있게 하는 것 지금은 행동만이 필요하다. 다른 행동만이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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