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름아트센터, 11년간의 대성공

by Sangchun Kim

명필름아트센터에 처음 간 날을 기억한다. 어떻게 이런 영화관이 있지 싶어 어리둥절했다. 4K 화면, 애트모스 사운드와 46개의 스피커, 전문 영사기사와 마스킹, 음료 외 음식물 금지, 엔딩크레딧이 다 오를 때까지 켜지 않는 조명. 그럼에도 1만원이라는 관람료.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좋았다. 상식적으로 주말에만 운영하는 파주의 단관 극장이 갖출 수 없는 환경이었다.


상식적으로. 그 ‘상식’은 자본주의의 상식이었다. 자본을 쌓고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손익비가 나오는 곳에 투자하는 것. 명필름이 생각하는 상식은 달랐다. 영화로 번 돈을 영화에 돌려주는 것. 관객이 벌어다준 돈이니까 관객을 위해 쓰는 것. 여기서 영화를 본 우리는 은연중에 제대로 된 상식을 다시 배웠는지 모른다.


그러니 자꾸 잘못된 질문을 하지 말자. 명필름이 11년간의 운영을 끝으로 폐관한다는 소식에 달려있는 질문들이 너무 유치하다. 적자니, 영화산업의 위기니 하는 얘기는 다른 데서 하자. 돈을 벌고자 했으면 강남에 건물을 올렸을 거고 수익성을 생각했다면 11년을 이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 명필름의 그 11년이 어땠는지를 물어야 할 것인데 언론은 돈을 떠난 공간에 와서 끝끝내 돈 얘기를 하고 있다.


이 말도 안 되게 좋은 공간이 11년 동안이나 존재했다는 것. 그게 중요하다. 이걸 실패라 부르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말할 것도 없이 성공이다. 1~2년 잠깐 해본 것도 아니고 이걸 11년이나 유지했으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대성공이다. 명필름아트센터는 불멸의 업적이다.


한 명의 관객으로서 그동안 여기서 좋은 영화들을 많이 봤다. 애트모스 같이 좋은 환경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고민 없이 이곳을 찾았다. 봉준호도 박찬욱도 자기 영화 기술시사를 하는 장소를 만원으로 누릴 수 있었다. 그 영화들이 여기서 봤기 때문에 더 깊은 여운으로 남았음을 안다.


이은 감독님과 심재명 대표님이 만든 여러 영화 프로그램들에 참여하러 파주에 가는 길은 늘 설렜다. 블루캡(음향)이나 데몰리션(특수효과) 같이 영화를 만드는 회사들을 견학해본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다. 여러 GV들이며 기획전들도 물론. 매표소나 카페의 직원분들, 강아지 머털이도 늘 반가웠다. 명필름 영화학교 덕에 이환 감독의 <박화영>도 만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나는 ‘돈은 그다음의 문제’라는 걸 여기서 배웠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헌사 그 자체였던 이 공간을 통해 돈을 좇으면 돈은 모든 것이 되고, 돈을 떠나면 돈은 그냥 ‘그다음의 문제’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영화뿐만 아니라 삶과 돈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도 자주 생각했다. 돈을 제대로 쓰는 자산가를 나는 여기서 봤다. 돈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정말 멋있다. 누구를 조용히 존경해보기도 한다.


굿바이 명필름아트센터.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아픔(물리) 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