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보험을 가지고 계시나요? 단 하나의 보험도 가입하지 않으셨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약 3%에 속할 정도로 아주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보험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개인보험가입률이 96.7%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거의 모든 국민이 생명보험 혹은 손해보험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은 태어나기도 전부터 엄마 뱃속에서 태아 보험으로 시작해, 사망 후 장례 비용을 위한 상조 보험까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종류의 보험에 가입합니다.
그렇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회사도 보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여러분께서는 알고 계신가요?
사람을 위한 보험만큼 하나의 기업을 위해서도 정말 다양한 종류의 보험이 있습니다. 개인의 인생에 희로애락이 있듯이 회사는 흥망성쇠가 있기 때문이죠. 우리 삶에도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 실직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듯이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이 존재하는 곳에는 어디든 보험이 필요하죠.
사람이 갑작스럽게 목돈이 들 것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듯이, 회사는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위기를 겪지 않는 것이지만, 위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회사를 운영하며 필요한 다양한 보험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군요. 현재 회사나 가게를 막 운영하기 시작했거나, 창업을 할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회사를 위해 어떤 보험이 있는지 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먼저 회사가 가입하는 가장 대표적인 보험은 대물 보험입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눈에 보이는 자산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이죠. 대물 보험 중에서도 가장 필수적인 것은 바로 화재보험입니다. 화재보험은 화재에 의해 발생하는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입니다. 회사는 사무실뿐만 아니라 업종에 따라 창고나 공장을 가지고 있죠. 건물 안에는 각종 기계와 원자재, 완제품 등이 쌓여 있으니, 화재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와 함께 회사의 주요 자산들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려 회사는 큰 피해를 입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화재보험의 필요성이 대두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그때만 반짝하고 화재보험 가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거든요. 최근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화재가 화재보험의 필요성이 대두된 사건 중 하나입니다. 시장 점포 중 한 곳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주변의 약 700개 점포가 피해를 봤지만, 대부분의 상인이 개별 화재보험은 가입해두지 않아 피해가 컸음에도 전부 보상받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사실 화재는 자동차 사고처럼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회사나 가게일수록 경영자들은 보험료 지출을 부담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작은 회사일수록 화재보험은 더욱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규모가 큰 대기업은 회사 내 시설을 안전하게 유지·보수하는 전담 부서를 따로 둘 수 있지만, 작은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건물들이 낙후된 경우가 많고, 안전시설에 신경을 못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카페나 식당의 경우도 프랜차이즈 직영점은 종종 본사에서 직원들이 방문해 안전 점검을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대표가 직접 가게의 안전을 챙겨야 합니다.
화재보험은 불에 의한 손해뿐만 아니라 도난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까지 보상해주는 다양한 종류의 보험이 있습니다. 운영하는 사업이 어떤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지, 어떤 보장을 받아야 하는지 등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알 맞는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세요.
덧붙여 회사의 자산을 위한 보험으로 꼭 출장 보험을 가입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출장을 앞두고 바쁜 업무로 인해 가입하는 것을 잊어버리는데, 해외 출장 시에는 공항에서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해외 출장에 가게 되면 생각보다 비행기 연착 외에도 도난, 자연재해 등 예상치 못한 사고가 종종 벌어집니다. 특히나 값비싼 장비를 동반한 출장이라면, 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때 들고 가는 기물도 꼭 함께 분실이나 파손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세요.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유능한 직원, 우수한 기술, 좋은 아이디어 등 ……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만, ‘대표자’ 또한 대단히 중요합니다. 특히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라면 대표자의 역할은 아주 클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모든 의사결정이 대표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대표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회사가 문을 닫기도 합니다.
탄탄한 기업들도 대표자의 역할이 중요하긴 합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나 애플 CEO 스티븐 잡스의 건강 악화나 사망 소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주가가 요동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대기업이나 설립된 지 오래된 회사들은, 하루아침에 대표가 쓰러지더라도 이를 대비할 전담 조직이 준비되어 있어 쉽게 사업 공백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기업의 생존 열쇠를 쥐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자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CEO 리스크를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의 대표자들이 보험을 활용하죠. 이를 CEO 플랜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계약자와 수익자는 회사가 되고 피보험자가 대표자가 되는데요. 대표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보험금을 수령하여 CEO 리스크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긴급자금을 확보해 금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CEO 플랜을 생각한다면, 대표자는 본인의 부재에 따른 다양한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대표자 부재로 인한 갑작스러운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으니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고정비로 현금을 얼마나 마련해야 될지 계산해두어야겠죠. 또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대체인력이나 설비 투자 비용 등의 긴급 자금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요. 뿐만 아니라 회사 부채가 있다면, 채권자들이 채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총체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CEO플랜이며, 이는 회사의 재정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운영을 다시 정상화하는데 부담을 덜어줍니다.
추가적으로 대표자는 회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본인의 퇴직금을 위한 저축성 보험 가입도 해두면 좋습니다. 회사에서 퇴직금을 마련해주는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대표 및 임원의 퇴직금은 별도의 퇴직급여지급규정에 따라서 지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사 규정에 따로 퇴직급여지급규정을 만들거나, 퇴직금 역할을 할 수 있는 저축성 보험에 가입해 두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회사의 자산 손실이나 CEO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마지막으로 임직원을 위한 보험에 대해서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국가에서 근로자들의 산재보험을 의무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절차도 복잡하고 수령 대상일지라도 그 금액이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임직원을 위한 복리후생 차원에서 추가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의 신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 매출 향상에 큰 역할을 한 마케팅 담당자 등 중요한 직원을 위해서는 CEO 플랜에 준하는 보험에 가입해주기도 합니다.
임직원 보험은 두 종류가 있는데요. 하나는 순수 보장성 보험입니다. 순수 보장성 보험은 인당 연간 70만 원까지 직원의 복리후생 비용으로 처리가 가능해 법인세 절감 효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계약자는 회사, 피보험자와 수익자는 근로자로 지정됩니다. 회사에서 회사를 위해 일하는 근로자를 위해 대신 보험료를 납입해주고, 상해를 입으면 보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보통 교통사고가 잦은 운수업이나, 위험한 기계를 다루는 직원들을 위해 재해, 장해보험에 가입시켜줍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실비 보험은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보험과 중복 보장이 되지 않으니, 정해진 금액이 나오는 정액 보험을 가입시켜주는 것이 더 좋다는 것입니다. 실비 보험은 중복 보장이 되지 않아 직원들은 개인이 가지고 있던 실비 보험을 해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회사를 퇴사하고 다시 보험에 가입하려고 할 때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죠. 퇴사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이가 들거나 병력이 있으면, 이전과는 다르게 보험 가입이 어렵게 되니까요. 때문에 모든 이들이 보험에 하나 이상은 가입해두는 추세인 요즘 트렌드에 맞춰, 회사 차원에서는 직원들을 위해 실비 보험보다는 정액 보험에 가입시켜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때로는 임직원의 가족까지 보장해주는 좋은 회사들도 있습니다. 70만 원 한도 내에서 복리후생비로 사용이 가능하니 가족까지 범위를 확장해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것이죠.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이 임직원의 가족까지 보장을 해주는 편입니다.
또 다른 종류로는 사망 보험이 있습니다. 이때 계약자와 수익자는 회사로, 피보험자는 개인으로 지정합니다. 즉 회사로 임직원의 사망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이죠. 이후 지급된 사망 보험금을 회사는 유족들에게 위로금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사망 보험은 순수 보장성 보험과는 달리 비용 처리가 되지 않아 법인세 절감은 되지 않지만, 회사의 자산으로 측정됩니다.
정리하자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회사 역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보험을 가입해 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개인이 3~5년 주기로, 혹은 결혼이나 자녀 탄생과 같은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길 때마다 보험을 리모델링하듯이 회사도 마찬가지로 주기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합니다. 한 번 가입해두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늘어나거나 줄어든 회사의 시설, 매출, 장비, 직원 등에 따라서 보험 납입료와 개수, 종류 등을 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사실 개인이 보험에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금전적인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측면도 있습니다. 회사가 ‘기업보험’에 가입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위기를 겪을 때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이유도 있지만, 대표자는 물론이고 종업원들과 기타 관련 조직이 함께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함도 있거든요. 또 보험가입을 해두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신뢰도와 안정감을 가지기도 합니다. CEO 플랜을 준비해 둔 대표자와 일하는 것과 위기에 어떠한 대비책도 마련해 놓지 않은 대표자와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를 테니까요.
규모가 크거나 설립된 지 꽤 오래된 기업이라면, 이미 여러 가지 보험에 가입해 두셨을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제 막 회사를 설립한 CEO라면, 혹은 처음 보험에 가입했을 때와 비교해 사업 규모가 확장되었다면, 이번 칼럼의 내용을 꼼꼼히 되짚어보세요. 지금의 사업 단계에서 필요한 보험이 무엇인지 파악해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준비해 미래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업보험은 단순히 손해 보상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