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切齒腐心) 고사
: 사마천 사기열전史記列傳 '일자열전','자객열전'
절치부심은 '이를 갈며 마음을 썩이고 훗날을 벼르다'라는 고사성어입니다.
2002년 장예모가 연출한 중국 영화 "영웅"은 사마천 사기열전의 <자객열전> 편에 나오는 형가를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입니다. '영웅'에 보면 형가 역의 이연걸이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떠나는 자객으로 등장하며 진시황에 대한 복수로 자신의 목을 내어주는 번오기 역에는 견자단이 열연을 했습니다.
절치부심 고사는 중국 한나라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열전의 〈자객열전〉에 처음 나오는 말입니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연나라 태자 단(丹)은 진시황의 침략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태자 단은 어린 시절 진나라에 인질로 잡혀 지내던 시절이 있어 진시황에게 복수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연나라는 고조선과 국경을 맞대고 있던 나라로서 요동지역의 맹주였었습니다.
그런 즈음 진시황에게 반란을 꾸미다가 발각되어 수배된 진나라 장군 번어기(樊於期)가 연나라로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진시황을 두려워하는 연나라의 신하들은 번어기를 진나라로 돌려보낼 것을 요구했으나 태자 단은 번어기를 받아들여 머물 수 있게 했습니다. 번어기의 부모와 가족은 진나라에서 모두 처형되었습니다. 이에 번어기는 연나라 망명 이후 끊임없이 진시황에 대한 복수를 계획합니다.
진나라는 중국 통일을 앞두고 있어 주변 국가들은 위기감을 느끼며 살아가던 때였습니다. 때마침 위(衛) 나라 사람인 자객 형가(荊軻)가 나타났습니다. 형가는 원래 제나라(산둥) 출신의 귀족으로 알려졌습니다. 형가는 낮에는 술을 퍼먹으며 사람들의 눈을 피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검술을 연마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형가는 진시황을 원수로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태자 단은 형가에게 진시황의 천하 통일을 막을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진시황을 미워하는 형가는 태자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진시황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심이 많은 진시황은 궁에 무기를 들지 않게 하였고 본인만 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형가에게는 진시황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진시황이 인정할 수 있는 제물이 필요했습니다. 형가는 진시황의 환심을 얻기 위해 진나라에서 도망쳐온 번어기의 목을 가져가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태자는 망명한 사람을 죽일 수 없다며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형가는 결국 직접 번여기를 만나 그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번어기가 형가에게 말합니다.
“이는 내가 밤낮으로 이를 갈며 마음을 썩이고 벼르는 것이었소(切齒腐心).”
그 말을 마친 뒤 번어기는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합니다. 여기서 <절치부심>이라는 고사가 나오게 됩니다.
형가는 번어기의 머리를 갖고 진시황을 만나러 갑니다. 태자 단은 진무양이라는 자를 형가와 함께 떠나도록 합니다. 진무양은 어릴 때부터 살인을 일삼던 동네 양아치였습니다. 형가는 진무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진나라로 갑니다. 막상 진시황 앞에 서자 진무양은 완전 쫄아버리기 시작합니다. 말도 덜덜 떨면서 얘기하니까 형가가 이 놈이 촌놈이라서 이렇습니다 라며 위기를 모면합니다. 형가가 진시황에게 자기가 바칠 땅이 그려진 지도 족자를 펴게 됩니다. 진시황은 전략적 요충지를 거저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의심 없이 지도를 보려고 합니다. 형가는 족자를 펴면서 안에 숨겨놨던 칼을 꺼내 들어 한 손으로는 진시황의 옷자락을 잡고 칼로 찌르는데.. 진시황은 본능으로 뒷걸음질하며 칼을 피하게 됩니다.
결국 형가의 암살은 실패를 하고 도륙을 당합니다.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진시황은 연나라로 출정해 연나라를 멸망시키게 됩니다. 태자 단의 암살 계획은 결국 연나라의 멸망을 재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