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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상은 Jun 08. 2022

청주구장 이야기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그 곳

  대전을 연고로 하는 한화 이글스는 일 년에 몇 차례 청주에서 경기를 치른다. 제2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코로나로 인해서 올해까지도 청주 경기가 없다. 제2 구장은 한화의 청주, 롯데의 울산, 삼성의 포항 등이 있는데 울산을 제외한 두 구장은 중계하러 가본 적이 있다. 포항은 늘 여름쯤 중계가 잡혀서 하늘이 몹시 아름다웠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바다가 가까워서 바다향이 자연스레 스치는 따뜻하고 정겨운 구장이다.

 

청주 경기 덕분에 청주라는 도시를 처음 가봤다. 우리 할아버지의 고향..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OB 베어스의 원년 팬이 되셨다고 한다.  후로 서울을 거쳐 부산에 자리를 잡으셨는데 롯데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시고 아직도 베어스를 응원하신다.

 아무튼 청주 구장은 굉장히 아담한 구장이다. 경기장 자체도 작아서  점수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대망의 중계석.. 보통 야구장의 중계석은 관중들과 떨어져 있다. 잠실구장은 2 가운데에 위치해있고  통로를 관중들이 지나다닐  없다. 창원, 목동은 엄청나게 높은 곳에 있다. 경기를 한눈에 보기  좋은 위치인데 다만 올라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높다. 일단 마음을 먹고 숨을 크게   쉬고 결심해야 한다. 수많은 계단을 거쳐야만 그곳에 닿을 수가 있다. ㅎㅎ 그런데 청주구장은 정말 바로 앞에 관중석이 있었다. 지나다니다가 멈추고 구경하기  좋은 장소에 중계석이 있다.  번은, 캐스터가 중계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분께서  안이 궁금했는지 경기를 가린  구경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나와달라고 손짓을 했더니  분이 인사를 하는  알고 해맑게 손을 흔들어 주시는 것이다.  초간 경기를 제대로   없었으나 웃으며 떠올릴  있는 추억이 생겼다.


 그리고 한여름  날이 기억난다.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청주구장이었기에  오명(?) 벗고자 펜스 길이를 늘렸다. 그렇게 경기장이 넓어진 탓에 점수가  나지 않던 하루였다. 점수가 날듯   정말 끝이  보이는 경기였다. 그건 퇴근에도 문제가 있지만..ㅎㅎ  긴장되는  끝내기 인터뷰 때문이다. 보통 점수차가 벌어지면 mvp 미리 정해서 남은 경기 시간 동안 인터뷰 질문을 준비한다. 시간이 많은 만큼 고민도, 공부도   있어서  좋은 질문들을   있는  당연하다. 그렇지만 박빙의 경우, 정말 경기가 끝나기 1 전까지도 아니   전까지도 인터뷰 대상을 정할 수가 없다. 그러면 아무 준비도 없이 생방송 인터뷰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경기 내내 인터컴 같은 장비를 차고 중계진의 중계를 듣고 있는데 몇몇 구장은 중계석에서 그라운드까지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나  통로를 거쳐야 한다.  마의 구간에서는 지지직거리며 장비가 터지지 않는다. 점수차가 나지 않는 경기면  지지직 거리는 구간에 갑자기 승리팀이 바뀔 수도 있다.  통로를 거쳐 그라운드에 도착했을 뿐인데 다른 (내가 인터뷰 준비를  팀의 상대) 승부를 뒤집은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러면 누가 승부를 끝냈는지  길이 없어서 카메라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누가 쳤어요? 어떻게 쳤어요?”등의 질문들을 쏟아낸다.  한정된 정보로 인터뷰를  마쳐야만 한다. 지금이야 끝내기 인터뷰가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지만 (여러 번의 고난 끝에 방법을 터득했다.)  시절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바로  날이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연장전에 들어갔는데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 누가 홈런을 하나 치지 않으면 적시타로 점수가   같지가 않은 그런 경기였다. 그리고 열한 시가 넘어간다.. 정말 1년에   나올까 말까 하는 신데렐라 퇴근(날이 넘어가야 경기가 끝나는 )   같은 불길한 느낌.. 9 말까지 점수가 나지 않아서 퇴근을 바라는 마음으로 10회부터 내려가 인터뷰 준비를 했다.  뒤에서 기록지를 보고 있는데 어떤 베테랑 선수가 이런 말을 건넨다. “내가 끝낼 테니까  인터뷰 준비하고 있어.” ! 저런 자신감. 만약 인터뷰를 하게 되면  말에 관한 질문도  해야지! 생각한다. 11  2 1. 그리고 정말 끝내기가 나왔다. 끝내기 안타도 아닌 끝내기 홈런!  시간  혈투가  홈런으로 마무리되었다.  선수는 그다음 해에도 청주구장에서 끝내기로   번의 주인공이 되었다.   야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모든 선수들이 치고 싶었을 텐데  선수는 인터뷰 예고까지 하고 정말 약속을 지켰다. 가끔 끝내기 상황에 빙의해 보면 너무 떨려 아무것도 못할  같은데.. 타석에 제대로 서있을 수나 있으려나.  손으로 팀을 이기게 하는 희열. 그건 어떤 기분일까. 이 선수는 은퇴 후에도 야구 실력이 여전한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도루도 하고 다이빙 캐치도 시도하던데..! 그 프로그램에서도 끝내기 한 번..?


 오늘도 연장 경기가 있다. 현장에 있는 아나운서들은 얼마나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을까. 또 선수들은 어떤 마음일까. 경기장에 없어도 경기장에 있다.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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