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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은 May 31. 2022

장벽을 넘어, 로드킬인더씨어터

명동예술극장, 구자혜연출

로드킬인더씨어터

21년 10월 22일~11월 14일

명동예술극장, 구자혜 연출

여기는당연히,극장


관람일

10월 31일(예술가와의 대화)

11월 14일


마주하게 된 것

죽은 동물을 만나기 위해 타국으로 떠난 사람, 바에 앉아 경주를 지켜보는 자들, 길거리를 헤매다 우주로 떠난 잡종 개, 5년 만에 돌아와 인터뷰하는 비둘기, 인생에 단 한 번뿐일 풍경을 보기 위해 달려가는 한 가족과, 새끼를 낳기 위해 혹은 독립을 위해 길을 건너는 고라니, 개학교에 보내진 개, 기차길 옆 작은 집, 울고 있는 비둘기들, 인터네셔널 비둘기, 한 밤 중 배에서 파도 소리를 바라보는 사람과 그를 바라보는 동물.


여기는 당연히, 극장

 '여기는 당연히, 극장(여당극)'이라는 극단은 구자혜를 주축으로, 연극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마이너리티를 발언한다. 발언보다는 최대한 시끄럽게 소리지른다. 그 울부짖음은 관객으로 하여금 불쾌함, 불편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불쾌함과 불편함 뒤에는 극과 그들의 언어를 객관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다. 여당극은 그런 방식을 혜화동 1번지, 남산예술센터, 미아리고개극장이라는 무대에서, <가해자 탐구>, <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 <셰익스피어 소네트>, <그로포트스키 트레이닝> 등의 연극에 선보였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이름들이 호명되고 낯선 동작이 가동되는 무대는 더 이상 어떤 내러티브로 관객을 이끌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 극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그들이 하는 말을 주위깊게 듣게 되고, 그것이 어떻게 본인에게 다가오는지 파악한다. 

 이번 로드킬인더씨어터에서도 여당극과 구자혜는 정통적인 연극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더 이상 환상적인 조명과 무대장치로 몰입감 있는 재현 내러티브를 가동시키지 않는다. 배우들은 동물을 연기하지만 동물의 모습을 흉내내지 않았고, 말을 말 같이 뱉지도 않았다. 배우들의 발화 안에는 재현없이, 오로지 전달 뿐이었다. 그 안에 것을 전달 받아 소화하는 것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었다. 

 이전에 여당극의 공연을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번 공연은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 단절되고 낯선 대화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극을 낯설게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의도된 연출이기 때문에 이해를 못하는 쪽도 극을 잘 파악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라니) 나는 죽고 있었고 지금 다시 죽고 있고 내일도 죽을 거고!


재현과 대상화, 피해자스러운 것

"우리가 피해자가 아닌데, 피해자의 이야기를 해도 되는걸까?"

"피해자의 아픔이 어떤지 알고 그것을 재현한다고 하는걸까?"

"그들의 슬픔을 재현하고, 그것을 대상화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로드킬인더씨어터는 3시간이 가까운 연극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로드킬인더씨어터에서는 아예 인간과 대화가 불가능한 동물이 피해당한 채로 등장한다. 인간은 동물과 대화할 수 없다. 동물권에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들도 인간의 시점에서 동물의 슬픔을 이해하고 대변한다. 인간은 동물과 대화할 수 없다. 이것은 동물의 피해를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물이 진심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더 세밀하고 더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인간의 아픔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과 인간은 대화할 수 있지만 피해자의 감정을 그리고 그때의 상황과 생각을 온전히 피해자가 아닌 내가 알기는 어렵다. 재현은 재현일 뿐이다.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다.


배리어프리 연극

 로드킬인더씨어터는 연극을 통해 다양한 장벽을 넘나드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인간과 동물의 장벽, 피해유기체와 가해유기체의 장벽,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 이 연극은 배리어프리를 지원하고 있다. 무대 위에 배우와 같이 수화통역사가 동등한 위치에 서고, 배우들이 직접 자신의 행동을 설명한다. 무대 위로는 커다랗게 자막해설을 한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기도 하지만 이 다양한 배리어프리 지원들은 배우의 발화법과 더불어 이것들은 연출적으로 이 극이 계속해서 연극임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관객들이 극 안에 등장하는 고라니와 비둘기들의 이야기에 몰입한다, 하지만 곧이어 배우의 음성해설과 계속해서 몰입을 방해하는 전광판의 해설로 인해서 극 안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까꿍!)


재치있는 장면들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구자혜 연출은 극에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한다. 배우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랩을 하고, 울고, 뛰고, 같은 대사를 반복한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0180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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