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 그리고 그림으로 표현하기
매주 한 번은 멀리서 선생님을 모셔와 딸아이는 두시간의 음악수업을 합니다. 한시간은 여느아이처럼 피아노방에서 피아노 연주 수업을, 한 시간은 거실에서 오디오를 크게 틀고 음악감상을...
원래 음악감상 수업을 일부러 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작년부터 한주 한시간씩 조심스레 시작한 피아노 수업. 일년 동안 피아노 진도욕심은 내지않았습니다. 선생님께는 단지 음악이 재미있는것이고 하나의 표현이며 그것이 예술이 된다는것을 '즐겁게' 느껴가게 도와주십사 말씀드렸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즐기고 공감하는것이 얼마나 삶을 행복하고 윤택하게 하는지 조금씩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었답니다.
작곡과 출신이신 선생님께서는 피아노수업 중간중간 딸아이 눈높이에서 다양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궁금해하는 악기를 직접 가져와 보여주시기도 하고, 집에 있는 기타나 우클렐레, 팬플룻 등을 직접 연주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비록 피아노 진도는 여느 아이들의 반에 반도 못미쳤지만, 그렇게 조금씩 딸아이는 음악은 재미있는것이라고 느끼기 시작한것 같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가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음악수업 방식이 훌륭하셔서 이사와서도 모셔와 태이가 계속 음악을 즐기게 하고 싶었던것 뿐이었습니다. 딸아이 하나를 위해 자진해 주시고, 교통체증 불구하고 운전해오시는 선생님께 죄송스러워 시간을 두시간으로 늘렸던것에서 음악감상 수업은 시작 되었습니다.
선생님께는 추가 한시간 음악을 즐길수 있게 도와달라 다시 말씀드렸지요. 두어 달 선생님은 딸아이를 관찰하고 대화를 나눠 보셨습니다. 아이생각을 작곡하거나 가사말을 만들어 붙이는것도 해보고, 악기연주나 관찰도 해 보았지요. 그러다 딸아이가 이야기를 만드는것, 그리고 그림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하는것, 장래희망이 디자이너라는 점, 음악을 들으면 자동으로 엉덩이가 들썩거릴정도로 흥이 많다는 점을 캐치하게 되어, 지금의 조금은 특이한 음악감상 수업형태가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때 그때 이슈에 따라 음악을 선정하고 설명을 듣고 그림으로 느낌 그대로 그려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중간중간 음악을 들으며 "어떨것 같아?~"이럴것 같아요." 느낀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아이의 관심에 따라 때론 샛길로 대화가 이어지기도 하고, 맛있는 간식도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삼십분동안은 아이가 음악을 한번 더 들으며 작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습니다.
노는 것 같아 보이지만 꽤 다양한 음악들을 감상했답니다. 그리고 곡들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며, 음악을 기억하고 즐기고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어느 작곡가가 좋다는 나름의 취향도 생기고, 들었던 음악이 나오는 발레나 오페라도 보러가고 싶다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이 즐거운 것이고 그 속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는것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이지요. 선생님도 아이도 이런 수업을 앞으로 쭉 하고 싶다하니 부모로선 참 고마운 일입니다.
여러음악을 듣고 딱 여덟살 상상력과 거침없음으로 그린 그림들 몇장 소개드려요.
웅장한 시작이 인상적이고 시원한 피아노 연주가 이어지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이 그림을 보다보면, 음악이 들리는 듯 느껴지기도 해요.
피아노 연습곡으로 처음 접한 드보르작. 아이의 눈에 그려진 신세계는 신사가 현대식 화장실에 옛날식 마차가 한 곳에 있는 신기한 장소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 진것으로 해석됬나봐요.
커다란 동굴 같은 성문앞에 조그만 헐크 (시기적으로 보니 어벤저스 영화관에서 함께 보고 온 주 인듯), 그보다 더 작은 사랑들. 그리고 사람들의 작은 말풍선과 대화들. 아이가 해석한 곡은 뭔가 피식 웃음이 나게 만드네요.
사랑을 믿지않는 공주, 몹쓸 문제를 내어 청혼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사랑에 빠진 칼리프 왕자. 그를 사랑한 리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곡을 감상하고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에요.
아름답지만 슬픈 느낌의 곡. 이런 단조 곡은 처음 접해봤는지, 휴~라는 말풍선을 띄우며 벤치에서 달을 보며 걱정에 잠긴 소녀를 그렸네요. 아이답게 리본도 잊지 않는 센스?! 뒷모습을 그렸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곡은 카르멘에 비해 많이 알려지진 않은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의 곡이어요.(Au fond du Temple du Saint) 이 곡을 들으며는 장면을 상상함과 동시에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등의 성악 파트가 있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배우게 되었다구 하네요.
이 그림은 참 쇼팽과 관련없는 그림 같아 보이지만, 알고보면 연결고리가 있긴 합니다. 한국인 최초로 2015 쇼팽콩쿨에서 우승한 조성진 피아니스트 이야기를 듣다가 그린것이건든요. 그랬더니 이녀석 오늘은 평소와 달리 자기 달리기 1등 한걸 그렸다네요. 어쨌든 쇼팽 음악이 훌륭하여 세계적인 콩쿨이 열리고 있고, 자랑스럽게도 한국인 연주자가 우승 했으며, 그 의미가 어떤것인지 들을수 있었던 기회였던듯 합니다.
어느새 아이는 꼭 클래식이 아니어도 맘마미아나 그리스 같은 뮤지컬음악도 챙계 듣기도 하고, 우연히 지나가다 듣게 된 BGM클래식 음악에 아는곡이라고 잘난 체에 이야기들을 쏟아냅니다. 덕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나 할머니 삼촌 이모와도 다양한 이야깃꺼리가 생기네요. 즐겁고 유익한 경험들이라 생각됩니다.
부모님들이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꼭 음악선생님이 아니더라도 해보실만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그 음악은 비단 클래식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봅니다. 재즈 힙합 록 뮤지컬음악 심지어 가요까지라도. 중요한건 음악을 듣고 행복한 경험을 나눌수 있게되는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