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 인간의 모험> 직장인, 기억돼야 할 그들의 역사
왜 그들을 기억해야 할까?
시대적으로 유명한 위인들의 역사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습니다.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발명가, 대통령, 경제학자, 기업인, 운동선수 등 업적을 달성하고 마땅히 기억돼야 할 대상이 많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그들의 역사가 있습니다.
개인의 이름보다는 다른 호칭으로 불리는 그들, 가정과 경제 구조의 근간을 떠 받치고 있는 직장인들 말입니다. 세세히 기록되지 않았을 뿐, 수천 년 전부터 이어진 그들의 역사 또한 존재합니다. 각자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들이야 말로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친구로 제 몫을 다 해내고 있습니다. 역사는 시대의 조각 파편이 조금씩 뭉쳐져 이루어집니다.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도 누군가의 기원이 되고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앉아 있는 한 칸짜리 파티션 속에서 스트레스받아 가며 일하는 직장인들의 사소해 보이는 모습이 100년 후에는 누군가의 기원이 될 것입니다. 역사가 될 것입니다. 사무직장인을 포함한 직장인들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요. 왜 그들은 함께 일하고 있고 서로 경쟁하며 준비 없이 퇴직이라는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걸까요. 이번 회에는 <사무 인간의 모험>을 출간한 웨일 북 출판사의 서평으로 그들의 사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대신해 보겠습니다.
사무 인간을 둘러싼 좌충우돌 세계사
검댕도 기름때도 안 묻은 채 일하는 ‘희한한’ 사람들의 역사
<사무 인간의 모험>은 사무 노동을 통해 본 세계사다. 역사, 경제, 사회, 기술의 변화에 따라 사무 노동의 의미와 입지는 계속해서 변해왔다. 그러나 ‘사무 인간’은 기본적으로 늘 앉아서 무언가를 쓰는 사람들이었다. 기원전 파피루스에 글을 쓰던 사람이 있었고, 고대와 중세의 필경사들이 있었고, 산업화를 거쳐 타자기로 전보를 써 부치던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호황에 웃고 불황에 울며 공황에 내몰리기도 했다가, 급변하는 과학기술에 자리를 내주기도 하고 간신히 발을 맞추기도 하면서 오늘날 키보드로 보고서를 타이핑하는 회사원으로 변모했다.
그들이 다루는 문자가 변해왔듯 무언가를 쓰는 일의 형태도 바뀌어왔지만, 노동의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전통적인 노동자들과 달리, 허연 낯빛 아래 흰 깃을 세운 사무 인간들은 언제나 ‘과연 내가 무엇을 생산하는 사람인지’ 혼란스러웠다. 그 와중에 경쟁을 부추기는 조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지금, 여기의 우리도 밤새워 작성한 문서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지식노동’이라는 막연한 개념 속에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회의하고 고민한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과거에 비슷한 고민을 거듭하고 작은 해답을 찾아갔던 사무 인간의 역사는, 오늘날 파티션 한구석에서 문득 ‘멍을 때리는’ 독자들에게 다시금 정체성을 세우고 한 걸음 더 길을 내어갈 기회를 선사해줄 것이다.
후배이기도, 동료이기도, 팀장이기도,
그리고 나 자신이기도 한 회사원 ’ 이사무‘,
사무 인간의 현재로부터 과거를 소환하다
“엉겁결에 직장 대선배의 환송회에 따라 나온 이사무는 문득 생각에 잠겼습니다. 직장인은 정말 희망 고문을 당하는 존재일까? 왜 우리는 그렇게 사무직원이 되길 바랐을까? 직장에 들어오긴 했지만,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었을까? 직장인의 운명이란 시대만 달라졌지 사실상 노예의 명맥을 이어온 것은 아닐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마침내 이사무는 역사책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일터나 퇴근 후 집에서조차 공상에 빠지기 일쑤인 ‘이사무’는 우리들이 한 번쯤 해봤을 고민들을 대신해준다. 아무런 준비 없이 퇴사한 김 부장의 한탄에서 생존을 위해 운명을 개척해야만 했던 고대의 노예의 모습을 떠올리다, 노예제와 그들의 노동의 의미를 고찰해 오늘날의 직장인의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밝히는 식이다.
책의 매 꼭지를 이끌어가는 이사무는 오랜 사무직 생활을 거쳐 콘텐츠 기획사를 운영하는 저자의 직간접적 경험이 녹아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다. ‘평생 조직인’이 아니라 ‘평생 직업인’의 길을 택한 한 사무 인간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사무의 이야기는 눈앞의 일과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오늘날의 평범한 사무 인간인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랜 경험에서 탄생한 인물인 이사무의 이야기는 노동의 의미, 업무 환경, 사무기기 등, 사무 인간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에서 역사 속 사건들을 길어 올린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이 우리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 공감이 더 큰 법이다. 사무 인간의 연대기를 사무 인간 이사무가 들려주는 이유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모두가 당장은 사소해 보일지라도 작은 기원이 될 것이고 소중한 역사로 기억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조직에 속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누군가는 탈출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또 누군가는 퇴직 연한이 돼 자리를 내주기 아쉬워 하고 있습니다. 이 일련의 모든 일들이 우리가 일하는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그들의 역사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본 매거진은 <사무인간의 모험> 내용을 간추린 요약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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