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 인간의 모험-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노동
점점 삶은 빠듯해집니다.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인데 점점 할당된 시간이 줄어드는 느낌이 듭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절대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그 외에도 여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갑자기 맞닥뜨린 노동. 이것이 내가 해야 할 노동이 맞는 걸까. 이런 의구심이 들면 그나마 다행, 이러한 의구심도 인지하지 못한 채 떠 밀려오는 이상한 노동들. 노동의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생각해봅니다.
메일을 열었습니다. 스팸메일이 한가득. 메일을 지우는 찰나의 시간은 금방 지나가지만 반복된다면 노동의 범주에 속합니다. 원하지 않는 메일을 받고 청소하는 노동의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일면식도 없는 괴상한 기업의 스팸메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시간을 잡아먹고, 지우는 데도 시간이 소모됩니다. 이 간단한 일상생활 속에 녹아 있는, 보이지 않는 노동 외에도 선택하기 어려운 강제 부여된 노동이 산재합니다.
반대로 긍정적인 추가 노동의 여지도 있습니다. 재활용을 하지 않던 시기, 한데 몰아 버리는 쓰레기. 재활용을 하면서 일일이 나누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생겼지만 환경적으로는 이득입니다. 이렇게 노동은 사회적인 구조, 약속에 의해 생성되기도 소멸하기도 합니다. 언젠가부터 커피숍에서 먹고 남은 쓰레기 치우기, 커피잔 회수는 소비자의 몫이 되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왈가왈부할 것은 없지만 '누군가 하던 노동'이 계속 사라지기도 합니다. 무인 주유소처럼 가격적인 혜택을 받는다면 셀프주유소는 보이지 않는 노동을 떠안은 것은 아닙니다.
무언가 혜택이나 보상은 없으면서 은근히 늘어난 노동에 대해 생각해 볼 뿐이죠.
업무가 끝난 시간임에도 끊임없는 문자 알람에 온 신경이 서 있는 사람들. 문자를 보내는 팀장도 받는 사원도 서로 불편함에 문자를 보낼까 말까, 읽을까 말까 고민합니다. 스리슬쩍 봤다가 카톡 숫자 1이 없어지기라도 하는 날엔 꼼짝없이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립니다. '그까짓 거 문자 몇 개 보내는 게 어때'라는 생각을 가지면 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할 때 추가 노동은 발생하는 것이죠. 인지하지 못할 뿐입니다. 이렇게 전혀 노동이라고 보이지 않는 보호막에 가려진 채 노동이 아닌 것처럼 보이고 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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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매거진은 <사무인간의 모험> 내용을 개정해 전달하는 요약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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