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박상훈 Dec 15. 2015

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드리는 글 2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지난주 칼럼이 나간 뒤 저도 깜짝 놀랄 정도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자카르타 경제신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한국의 독자들과 몇몇 전문 매체들까지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제가 감히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글이었습니다. 이런 반응을 접하고 보니 동남아와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제 생각보다도 많고,  그분들에게 동남아와 인도네시아에 대한 실제적인 자료나 경험에서 나오는 정보들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썼던 1편과는 달리 이번 글을 쓸 때는 부담을 많이 느끼게 되었네요. 제 글은 명확한 데이터와 자료조사를 거친 글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이야기드린 것처럼, 이제 9년 차 아직은 많이 부족한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부족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꼭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4.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졌다고 틀린 것이 아닙니다.  

  위 사진은 족자카르타의 바띡(인도네시아 전통의상) 가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여자 점원들의 부끄러움과 미소가 보이시나요? 제가 찍은 사진 중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사진인 것 같습니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모르는 아름다운 여자분과 눈이 마주칠 때면, 가벼운 미소를 띠며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는 아니었는데, 내 얼굴이 여기서는 좀 먹히는  얼굴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곳의 미소는 일상입니다. 한국에서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미소를 지어주는 분이 계신가요?


 이 파트에서는 제가 겪었던 그리고 제가 느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 드릴 것입니다. 이 에피소드 속에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 우리에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틀렸다고 생각하면 해외에서 비즈니스 하시기가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들이 우리와 다름을 인정해 주시고, 그 속에서 그들의 능력을 이끌어내고 함께 가시는 것이 타국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숙명입니다.


 제가 아는 분이 인도네시아 친구를 만나면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이사하고 짜장면과 인터넷 설치를 동시에 시키면 짜장면보다 인터넷 설치하러 먼저 옵니다.’ 한국에 사시는 분들께서는 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 하실 겁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인터넷 설치를 한번 하려면 최소 1주일 이상이 걸립니다. 여기 인터넷은 연결이 끊겼다가 다시 되었다가 하면서 연결 상태가 고르지 못합니다. 제가 회사 이사를 했을 때,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회사 이사하기 보름 전에 이사할 주소로 인터넷을 신청했습니다. 거기다가 혹시나 해서, 두 회사에다가 동시에 신청을 했습니다. 막상 회사 이사를 한 후에 전화 설치하는데 1주일, 인터넷 설치하는데 2주가 넘게 걸렸습니다. 이럴 때 현지인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Selamat datang di Indonesia” “Welcome to Indonesia” 인도네시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이 곳이 인도네시아입니다. 뭐 이런 뜻입니다. 동남아 어디를 가도 한국사람이 느끼기에 황당한 상황에서는 이 이야기를 듣게 되실 겁니다.

 

 현지인 친구와 약속을 합니다. 3시 약속인데, 요즘 차가 많이 막히니 꼭 일찍 나오라고 신신당부를 해 둡니다. 약속 시간 3시가 되어도 도착하지 않아 연락을 하면, “곧 도착해, 바로  앞이야”라는 대답을 한 시간 정도 듣게 됩니다. 옛날 한국에서 중국집에 주문하면 듣는 이야기와 거의 흡사한 이야기입니다. 결국 한 시간이나 늦게 온 친구에게 화가 나서 한마디 합니다. “차 막힌다고 일찍 나오라고 했는데 왜 또 늦은 거야?” 그러면 현지인 친구는 대답합니다. “차가 막혀서 늦은 거지, 내가 늦은 건 아니야. 왜 나한테 화를 내??”


  그 지역의 언어는 그 지역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반영합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안다’는 단어는 있어도 ‘모른다’라는 단어가 없는 나라입니다.‘이런 거  알아?’라고 물어보면 ‘몰라’라고 대답하지 않고 ‘부족하게 알아’라고 대답합니다. ‘안다’는 단어 앞에 부정어를 붙여서 ‘모른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 부정어를 쓰는 것 조차 꺼려서 ‘부족한’이라는 표현을 가져와서 씁니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고, 큰 소리를 내어 이야기하는 것을 무례한 것으로 봅니다. 일대일로 만나면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없습니다. 하지만 단체가 되면 또 다른 성격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직원이 뭔가를 잘 못했을 때는, 꼭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하셔야 합니다. 다른 직원 앞에서 꾸지람(?)을 듣는다는 걸 아주 자존심이 상하는 행위로  받아들입니다. 동남아 현지인들은 자존심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혹시 인도네시아에서 누군가에게 “이거 가능해?”라고 물었을 때 “인샬라 (알라의 뜻대로)”라는 대답을 들으셨다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안 되는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선을 다해서 해볼게” 역시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부정적인 상황이라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인도네시아를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 가장 멀다는 이유도 있고, 다른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 이렇게 다섯 가지 종교를 인정합니다. 저는 이렇게 다섯 가지 종교를 인정할 수 있는 바탕에는 이 나라의 대표 종교가 이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IS처럼 이상한 단체만 보셔서 그렇지 이슬람만큼 타 종교에 관대한 종교가 없습니다. 코란에도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 말라고 정확하게 나와있습니다. 타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모여서 사는 곳이 인도네시아입니다. 물론 종교가 없는 것은 아주 이상하게 생각을 합니다. 종교적인 부분은 인도네시아 진출을 고려하실 때 결코 어렵게 생각하실 부분은 아닙니다. 물론 이슬람의 특성은 공부를 하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삼모작을 하는 나라는 이모작을 하는 나라와 전쟁을 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후는 사람들의 인성에 아주 큰 영향을 줍니다. 게으르다고 무시할 부분이 아닙니다. 한국에 살아도 봄,  가을보다 여름에 움직이기 싫은 건 똑같지 않습니까?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성격은 동남아의 더운 환경에서 현지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순응하며 적응하며 살아온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느리기 때문에 틀렸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한국사람들은 기다림이 없고 바쁘기만 해서 틀렸다고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똑똑하고 한국 사람보다 일 잘하는 친구들도 여기 많습니다. 동남아에 진출하시려면 여유를 가지셔야 한다고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을 속도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빠르게 대응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내어 놓고 싶으신가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더욱  여유로워지셔야 하고, 현지인과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경을 가질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5. 언어 그리고 소통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제가 이 글을 통해서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 일단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언어이고 소통입니다. 사실 저도 언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인도네시아 와서 바로 다음 날부터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언어를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보시는 이 글을 통해서 꼭 인도네시아 공부 제대로 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이 곳에서도 요즘에는 대기업 같은 경우 인도네시아어 어학연수 과정을 먼저 듣게 한 후에 업무에 투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도 작은 기업에서는 연수 과정을 따로 듣지 못하고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본 회사들이 철저하게 어학연수 코스를 강조하는 분위기에 비해 아직 한국 회사들은 그런 부분들이 부족합니다.


 얼마 전 지인 분이 인도네시아에서 BBM(블랙베리 메신저)이 선전하는 까닭은 인도네시아도 영어권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동남아에서도 남부권역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에서 영어권이 아닌 유일한 국가가 인도네시아입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경우에는 영어, 인니어, 중국어 순으로 쓰이지만 인니는 상위층의 경우만 영어에 익숙하고, 그 외 계층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지언어는 능숙하면 능숙하실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영어가 능숙한 것은 어느 나라에 가도 분명한 플러스가 있습니다. 실제 인터넷 비즈니스를 협상하고 이야기할 대상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현지인이라고 봐야 하고 대부분 영어에 능숙합니다. 이곳의 상위층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부분 National Plus라는 국사, 사회, 자국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하는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영어가 아주 능숙합니다.


 언어는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저도 모든 사람이 다 영어를 잘 해야 하고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언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리고 언어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6. 동남아에 사는 한국사람을 조심해라

 한국에서 출장 오시는 분들은 꼭 듣고 오시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동남아에 가면 “한국사람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 정확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사람 조심하셔야 합니다. 말 통하는 한국사람에게 큰  사기당하지, 말 안 통하는 현지인에게 큰  사기당하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현지에 계시는 한국 분들 죄다 사기꾼 보듯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서 오래 일해서 완전  현지인화되었다고 무시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한국에서 출장 오신 분이 사장님 뵈니까 이제야 한국사람 만난 것 같다고, 인터넷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분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찬찬히 지켜보려고 했는데, 뭐 찬찬히 지켜볼 여유도 없더군요.


 한국에서 유명한 모 음식점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습니다. 백**의본* 역시 인도네시아 진출해 있는데, 저녁에 예약을 하고 가지 않으면 밥을 먹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모 음식점의 경우 토요일 저녁에도 제가 모임을 하는 3시간 동안 2~3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습니다. 많은 실패의 요인들과 성공의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제가 보는 이유는 입지에서 봤습니다. 훨씬 더 중심에 훨씬 더 비싼 건물에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식당입니다. 하지만 이 위치가 한국사람의 동선과 너무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곳은 번화가라 차가 심하게 막혀서 저녁에는 누구도 그 지역으로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곳입니다. 여기서 사시는 한국인 교민들에게 한 번만이라도 물어봤다면 절대 잡지 않았을 입지를 잡은 것입니다.


 지금 모식당이 있는 Kuningan 지역은 20년 전에만 해도 늪이었던 지역이라고 합니다. 그 길을 지나다니셨던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한국식당 하나 없던 시절, 호텔 인도네시아에서 Bubur Ayam(닭죽) 드시면서 정보를 나누셨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선배님들이  이야기해 주시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말씀 하나하나가 교과서 같은 이야기가 됩니다. 이 글을 빌어서  인도네시아에서 저희가 이렇게 일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주신 모든 선배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동남아 진출을 준비하신다면 현지인들에 대한 이해와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 이 곳에서 먼저 일하신 분들과의 소통으로부터 시작하셔야 합니다. 무턱대고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귀를 기울이시고, 마음을 여셔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분명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비즈니스는 자신이 똑똑해서, 돈이 많아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커 나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 이전 편 보기

https://brunch.co.kr/@sanghoonpak/13


# 다음 편 보기   

https://brunch.co.kr/@sanghoonpak/19


매거진의 이전글 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드리는 글 1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