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인도네시아 진출방안 4
최근의 인터넷 트렌드에서 O2O라는 단어는 가장 중심에 있으며, 뜨거운 단어입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O2O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기업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비행기로 7시간 떨어진 남반구의 국가 인도네시아에서도 O2O 서비스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적인 인도네시아의 O2O 서비스를 이야기 하기 이전에 전반적인 인도네시아의 ICT 산업의 발전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는 3년 전만 해도 실질적인 인터넷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는 국가는 아니었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된 게임 시장에서 나름 경쟁이 있었으나, 그 외 대부분의 ICT 분야에서는 지엽적으로 서비스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큰 경쟁상황이나 전체적인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 시장 상황에서 가장 먼저 큰 경쟁을 이루어 냈던 분야가 메신저였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섬나라라는 특성 때문에 유선 인터넷보다는 모바일 분야가 먼저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시장 특성 때문에 3년 전에는 메신저 시장을 두고 한국의 카카오와 라인이 엄청난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시장 장악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카카오는 시장 점유에서 의미 있는 숫자를 획득하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하고 대신 패스(Path)로 사업을 전환했으며, 라인은 그나마 게임 부분과 캐릭터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인도네시아 3위 정도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1,2위는 Whatsapp과 BBM이 나누어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Whatsapp이 1위 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여기서 ‘BBM이라는 메신저가 뭐지?’라는 질문을 하실 독자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BBM은 블랙베리 메신저이며,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5~6년 전에 핸드폰을 모두 블랙베리가 장악한 적이 있어, 그 여파로 핸드폰 시장에서는 사라져 버린 BBM이 여전히 안드로이드 APP을 통해서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BBM과 Path를 본다면 세계적인 시장의 흐름과 무관하게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성공한 서비스입니다. 이러한 예로 봤을 때 해외 비즈니스에서는 보편적인 시장에 대한 이해와 통찰도 중요하지만, 그 시장만의 특성을 아는 것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메신저 대전 이후 2~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이 2~3년의 시간 동안 그 이전 시간의 변화와는 상당히 다른 변화의 시간(특히 인터넷과 관련된 부분에서)을 거쳤습니다. 인터넷 속도는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유튜브로 동영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빨라졌으며, 인터넷 가격은 많이 안정을 찾았습니다. 최근 ICT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이커머스 부분 역시, PG와 물류의 안정화를 바탕으로 시장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세한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시장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라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긴 서두를 꺼낸 이유는 현재의 인도네시아 ICT 시장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대략적으로 설명드리는 것이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의 O2O 서비스와 가장 뜨거운 업체인 고젝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실제적인 인도네시아의 ICT 시장에 대한 분석을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의 O2O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고젝이라는 업체입니다. 인도네시아의 ICT 산업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름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최근에 한 번이라도 오셨던 적이 있는 분들은 길거리에서 녹색 점퍼를 입고 녹색 헬멧을 쓴 고젝 기사들을 무수히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서비스의 출발점은 한국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독특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한국의 O2O를 대표하고 있는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바탕으로 O2O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면, 인도네시아의 고젝은 오프라인에서만 존재했던 오토바이 운송과 배송을 온라인으로 융합하면서 O2O 시장에 진출하게 된 기업입니다. 한국에 계시는 독자분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서비스라 고젝에 대한 설명을 조금 자세하게 드리고 가겠습니다. 고젝의 출발점은 개인으로서 운영되어왔던 오토바이 운송, 배송을 공식적인 플랫폼에 담았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대중교통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한 인도네시아에서는 길거리에서 대기 중인 오토바이(현지어로 오젝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를 잡아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길거리 오토바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공식적인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떠한 보험처리도 받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면부지의 개인에게 물건을 보내달라고 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입장에서는 길거리에서 잡아타는 손님 외에는 특별히 손님을 모객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정적인 수입을 가지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에서 착안한 고젝은 우버의 시스템을 오토바이에 적용하게 됩니다. 제일 먼저 사람을 운송하는 부분과 물건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내어 놓습니다. 고젝의 기사들에게 유니폼과 헬멧을 착용하게 함으로써, 특별한 마케팅 비용 없이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운전자만으로도 광고를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위치 추적을 통해서 안전성을 담보했으며, 가격을 적정한 수준에 맞춰서 이용하는 고객의 부담을 줄여줬고, 오젝 운전자들에게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자신만 열심히 하면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디지털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일반 오젝 운전자들의 반발도 많았으나, 고젝 운전자들이 더 큰 세력으로 증가해 감에 따라서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1위 O2O 서비스인 고젝은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 투자업체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여러 VC들로부터 최근 5억 5천만 달러를 투자받습니다. 이번 투자에서 고젝의 벨류에이션은 13억 달러에 이르러 인도네시아 ICT 기업 중에서는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 등극하게 됩니다. 물론 고젝의 성장에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고젝은 인도네시아 시장 내에서 우버와 그랩과의 경쟁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을 뿌리고 있다는 비난 또한 많이 받아왔습니다. 실제 오토바이 기사들에게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그 금액은 6개월 사이에 7300만 달러가 쓰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고젝은 12% 성장을 이루어 내었지만, 과도한 보조금 사용에 대한 비난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젝의 경우 사람을 태우는 교통수단의 역할과 물건을 배송하는 역할이 가장 기본을 이루는 서비스이지만, 실제 그 인프라적인 기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대사업이 더 빛을 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가 고푸드와 고마트입니다. 한국의 O2O 서비스들도 특히 음식배달 부분에서 상당히 많은 경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고젝이 고푸드를 만들어서 음식배달 시장에 뛰어들자마자 별다른 경쟁 없이 선두를 차지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고푸드가 없었던 3년 이상의 시간 동안 바닥부터 시스템을 만들어 오던 푸드팬더가 고푸드의 독주에 사업 포기를 선언합니다. 푸드팬더는 독일 투자회사 로켓인터넷(Rocket Internet)의 투자를 받아 40개국에서 58만 개의 레스토랑과 제휴를 맺고 있는 업체였지만, 수많은 고젝 기사 모두가 배달원이 될 수 있는 서비스 앞에서는 새로운 회생의 길을 찾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젝은 한국의 카카오와는 정 반대로 오프라인에서의 기반을 바탕으로 온라인에까지 역으로 넘어오는 행보를 보입니다. 실제 얼마 전 고젝이 운영하기 시작한 고틱스라는 티켓예매사이트는 인도네시아 예매 1위 사이트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고젝은 새로 마련한 자금을 보조금에만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기업만 5개에 달하며 그중 3개는 인도의 기술기업, 한 곳은 의약품 기업, 한 곳은 인도네시아의 이머니 관련 기업인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부족한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과감한 인도 테크 기업을 인수한 부분도 상당히 돋보이지만,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인도의 의료부문 스타트업 기업인 ‘피안타(Pianta)’를 인수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피안타는 2015년 설립됐으며, 앱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였습니다. 고젝은 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의약품 배달 서비스인 고메드(Go Med)를 출시합니다. 한국에서는 이해가 어렵겠지만, 기본 약품의 경우에는 바로 선택을 하면 되고 병원 처방전이 필요할 경우 처방전을 받아 사진을 찍어 고메드에 등록하면 약사가 그에 맞는 약을 조제하여 배달을 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주말에 문 연 약국이 없어 약국 찾기도 쉽지 않은 한국에 비해, 아프면 약을 바로 온라인을 통해서 배달시킬 수 있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서비스가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고젝은 마사지, 미용, 청소, 자동차 관리 프로그램, 핸드폰 선불요금 충전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부분의 O2O와 온라인 서비스까지 전방위적인 확장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오토바이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일반 차량과 화물차량에까지 서비스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세하게 고젝을 설명해 드리는 이유는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시장, 동남아 시장을 너무 쉽게만 보시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스타트업들은 자신의 정확한 강점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인수합병을 통해 과감하게 그 부분을 보완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인력을 뽑는 데 있어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과 중국의 시장 안정화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많은 VC들의 자금이 모이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시장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실제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는 외국의 유명 MBA를 졸업하지 못한 CEO에게는 서비스의 퀄리티와 무관하게 투자의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많이 돌고 있습니다. 또한 대형 스타트업의 경우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상위권의 3세들이 운영하는 서비스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모든 장점과 단점이 섞여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인도네시아의 스타트업 문화입니다. 아직은 한국의 스타트업 문화에 비한다면 많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도 여러 좋은 서비스들의 성공적인 시장진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스타트업 문화가 바뀌고 있는 시장입니다. 선점을 이야기하기에는 많은 부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장입니다. 2017년이 지나고 나면 후발주자로 시장에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회의 땅은 직접 발을 딛고 서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허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