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섭 전, <자연을 조각하다>를 보고
캔버스, 나무.
벽에 놓인 캔버스, 바닥에 놓인 나무.
벽에 놓인 빈 캔버스를 노려보는 바닥에 놓여 있는 길다란 나무.
나무는 언제든 캔버스를 갈기 찢고 들어갈 것 같고, 캔버스는 언제든 나무의 통렬한 찌름도 이내 그 일부로 받아 들일 것만 같은. 그런 작품을 보면서, 말에 대해서 생각했다. 말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형체가 없다. 공허하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있는 나무처럼. 하지만 누군가를 향할 때 말은 실체가 된다. 그래서 때로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말들이 가슴에 박이기도 하는 것이다. 말은 실체이기 때문에, 못이 박힌 것 마냥, 정말로 아픈 것이다.
at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심문섭 전 <자연을 조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