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시간이 지나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이 있어. 참 바보 같이.
누가 봐 주지도 않는 가족 사진 같은 것들 있잖아. 그래도 거기 놓여 있는 몇몇 사진들은 운이 좋은 편이지. 구석진 곳에서라도 살아 남았잖아. 그래도 볕이라도 들잖아. 어떤 사진들은 영문도 모른 채 네모난 앨범에 갇혀서는, 곰팡내 나는 겨울옷 더미들을 겨우 비집고 장롱에 들어가지. 한 번 들어가면 명절 때나 나오려나. 아니, 명절 때라도 나오면 다행이지. 누나 시집 갈 때 찾아본 게 마지막이었지. 생각해보면 좀 억울한 일이지. 활짝 웃고 있는 미소들을 봐봐. 진짜 즐거워 보이지. 그걸 보면 좀 푸대접이란 생각이 들어. 먼지라도 좀 닦아주라고.
근데 뭐, 사실 가족이 별 거 있어? 그냥 한 집에 같이 사는 게 가족이지. 그런데 갈수록 가족들이 한 집에 모이는 게 어려워.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서야 식탁 앞에 둘러 앉지. 아니 요즘엔 집에서도 잘 안 먹어. 귀찮잖아. 그냥 밖에서 먹고, 난 내 약속 가고. 뭐, 가족도 변하는 거지. 안 그래? 다 변하는데. 몇 년 있으면 나도 독립해서 나가야지. 나중에 집에는 얼마나 오려나. 그 때도 저 사진들은 저기 놓여 있으려나. 바보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