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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현 Feb 24. 2019

올해 핀테크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규제 변화 3가지

 지난 1월 1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회색 후드티를 입고 핀테크 현장 간담회에 나서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일종의 쇼맨십이지만, 금융업 종사자들의 정장에 대한 집착을 생각해 보면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정장은 금융업의 보수성을 상징한다). 핀테크 업계 활성화를 위해 힘을 실어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히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2019년에 주목해야 할 핀테크 업계 주요 규제 변화들을 짚어본다.


1. 골칫거리였던 은행 펌뱅킹 서비스가 크게 바뀐다


 핀테크 산업 확대의 큰 장애물인 은행 펌뱅킹 서비스가 올 하반기 금결원 오픈 API 체계로 변경된다. 펌뱅킹은 명문화된 규제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처럼 작용해왔다. 이번 변화로 핀테크 업체들은 크게 2가지 효과를 보게 된다. 대형 업체들은 적자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 있고(한 해 수백억 원 규모의 펌뱅킹 비용을 절감), 소형 업체들은 은행의 허가(사실상 견제로 작용했던) 없이도 펌뱅킹 기반의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


 눈여겨봐야 할 건 펌뱅킹 수수료의 인하 폭이다. 수수료 단 몇십 원 차이가 핀테크 업체의 손익 수십억 원 차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체들의 적자 구조가 누적되면 핀테크 산업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은행과 정부의 치열한 밀당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폭' 인하될 가능성(50원 미만)이 높아 보인다. 펌뱅킹은 인프라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 외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아 은행에서 방어할 논리가 적고, 유사한 상황이었던 카드 수수료 인하 때도 정부는 시장의 예측보다 수수료를 많이 낮춘 바 있다.


 난항을 겪고 있는 제로 페이 사업도 대폭 인하를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주요 간편 결제 사업자들이 제로 페이에 참여는 했지만, 수익은 제로에 펌뱅킹 비용은 여전하다 보니 마케팅 추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간편 결제 사업자들에게 펌뱅킹 비용 인하라는 당근을 주는 대신, 제로 페이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혜택 제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입장에서 펌뱅킹 사안은 제로 페이 활성화를 위한 몇 안 되는 전 카드 중 하나다.   


출처 : pixabay


2. P2P 대출에 대한 법률이 최초로 제정된다.  


 정부의 P2P 대출 법제화 추진 소식에 업계가 대환영 중이다. 조금은 갸우뚱하다. 다른 산업은 규제를 하나라도 더 없애 달라고 하는 마당이니 말이다. 업계가 이 소식을 반기는 이유는 규제의 내용을 떠나 정부가 P2P 대출을 독자적인 금융 영역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셈이기 때문이다. 엄격히 말해 현재 P2P 대출은 법률 상 ‘대부업’에 해당한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P2P 산업은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이번 정책이 지향하는 바는 뚜렷하다. 200여 개 업체들이 난립하는 P2P 시장에서 부실한 업체는 도태시키고, 우량한 업체들을 위주로 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것. 우선 정부는 P2P 업체의 자본금 요건을 3억~10억으로 강화해 진입 장벽을 높였다. 그리고 업체당 투자 한도(1,000만 원)를 P2P 업계 총 투자 한도(미정)로 변경했다. 이는 규제 완화의 측면이 강하지만, 시장 경쟁을 촉진시켜 불량한 업체들을 퇴출시키는 효과도 크다. 실제 기존 업체당 투자 한도는 투자자에게 불필요한 분산 투자를 강제하고, P2P 업체 간 경쟁을 저해해왔다. 업계 총 투자 한도가 도입되면 업체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업계의 다양한 요구 사항이 일부 수용되었다. 특히 투자자에 대한 제한이 대폭 완화되어 P2P로 유입되는 투자금 규모가 대폭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P2P 투자는 개인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기관의 P2P 투자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더불어 P2P 업체도 자기 자본을 활용해 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기관과 P2P 업체의 투자 허용에 따라 (그들이 투자한) 일부 상품에 과도하게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광고 행위를 잘 규제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된다.


 전반적으로 이번 P2P 법제화 추진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 한도의 경우 궁극적으로는 아예 폐지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원금 손실의 위험은 모든 투자 상품에 있지만,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P2P 상품뿐이다.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은 강화하되, 투자 자체에 대한 족쇄는 완전히 풀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출처 : pixabay


3. 공인인증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공공의 적’, 공인인증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올해 통과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인인증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공인인증서의 과도한 사용을 없애기 위한 정책적 노력(ex: 전자금융거래 시 의무 사용 규정 폐지​)들은 예전부터 있었고, 이로 인해 인터넷 환경이 꽤 편해진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서는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공인인증서에 부여된 우월한 법적 지위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인전자서명’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전자서명’으로 통일함으로써 공인인증서가 20년간 누려왔던 독점적 지위를 없앨 예정이다.


 그러나 몇 가지 논의되어야 할 쟁점들도 남아 있다. 개정안은 특수한 경우에는 ‘실지명의(주민등록번호를 말한다)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서명’을 써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기존의 공인인증기관들과 통신사, 금융사를 제외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인증 업체는 한정적이다. 정부는 전자서명 서비스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한다면서 여전히 우열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의 본래 취지에 맞게 이 부분은 제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거뒀던 첫 번째 이유로 ‘공인인증서 미사용’이 꼽혔다고 한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공인인증서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편리하고 안전한 인증 수단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말 (2.26) : 금융위가 25일 ‘금융 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예측했던 대로, 펌뱅킹 수수료는 50원 미만으로 낮추기로 결정되었다. 이외에도 선불 충전 한도 증대, 소액 여신 허용 등 핀테크 사업자들의 숨통이 트이게 할 만한 규제 완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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