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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현 Jan 09. 2017

아빠를 위하여

아프지 않던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강했고 뜨거웠고 무엇보다 모든 걸 짊어지고도 거뜬히 걸어갈 수 있던 사람이었다.

이마엔 노동의 흔적이 가득 자리 잡아 여러 결을 이루었지만. 미간 사이엔 그를 쳐다보는 어리고 맑은 똘망똘망한 눈들 덕분에 기분 좋은 주름이 잡혀 있게 됐고. 그 눈들이 그를 향할 때면 기분 좋은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세월은 그를 잊지 않았고 그를 기억할 때마다 그의 몸 곳곳에 희고 아픈 것들을 심어놓았다.

그는 삼겹살의 오돌뼈를 좋아했다. 가족끼리 외식으로 삼겹살을 먹게 되면 그의 식취향까지 빼닮은 나와 동생. 그리고 그는 오돌뼈를 먹기 위한 젓가락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니까.

25년, 쓰러질 것 같을 때마다 이를 꽉 깨물고 버틴 탓일까. 치아는 약해졌고 오돌뼈를 그토록 좋아했던 그가 이제는 오돌뼈를 양보한다. 약해짐을 인정하는 그가 유독 쓸쓸해보였고. 그와 50여 년을 함께 했던 치아는 이제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해 임플란트를 해야한단다.

내가 다리를 다쳐 병원을 옮기기 위해 같이 차를 타고 오는 동안 임플란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었고. 그는 임플란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침묵으로 대답했다. 비용 때문일 것이다. 돈 때문일 것이다. 비싸서 그럴 것이다.

그가 나를 위해 살아왔던 것에 비해 턱 없이 모자란 돈이지만 임플란트 비용을 드렸다. 자존심 쎄고 누구에게 도움 받던 걸 싫어해 안받으시면 어쩌나 했지만 그가 돈을 받았다. 그는 고맙다고 했다. 무언가 해드릴 수 있어 기쁜 날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슬퍼서 눈물을 조금 흘렸다.

나는 그와 다시 한 번 오돌뼈를 놓고 다투고 싶다.

그는 이 글을 안경을 벗고 기분 좋은 미간을 찌푸리고 볼 것이다.

오늘은 나의 슈퍼맨 김성우씨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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