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의 공신력- (1) 전문성
어느 기업의 간부 워크샵을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약 200명의 간부들이 영종도 하얏트 호텔에 모였고, 나는 IT전문가를 강사로 모셨다. 강연 이틀 전에 최종적으로 강사와 일정 확인도 마친 상태였다.
강연 당일.
1시 강연을 앞두고, 12시30분 경 강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강사님, 오고 계시지요?"
그러자 강사가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미안해요! 저 못 가요..하아 어떡하지.. 깜빡했어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간부 200명이, 거기에다 대표이사님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제가 이틀 전에도 연락을 드렸잖아요.
더이상의 답변은 무의미했다.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주변에 친한 담당자들이 있었는데 그저 안타깝다..라는 눈길만 보낼 뿐 그 어떤 도움도 안됐다. 나는 얼른 실무 팀장에게 이실직고했다. 노련한 팀장은 3시로 예정된 또 다른 강사에게 연락을 취했고, 다행히 그 강사가 일찍 출발한 덕에 1시, 3시 강연 순서를 바꿀 수 있었다.
인생은 Solving problem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어쨌거나 최악의 상황을 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이었다.
문제(?)의 IT강사가 3시 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강연을 시작했다. 워낙에 명강사이고, 전문가인지라 1시간 강연에 모두가 압도되었다. 강연 후, 그는 대표이사님께 드릴 선물이 있다며 밀봉된 봉투를 하나 꺼냈다. 그러자 대표이사 양 옆으로 전무,상무들이 주르르 줄지어 그 봉투를 빤히 바라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사실 그 강사가 몸담은 IT회사는, 강연을 초청한 기업의 파트너사이기도 했다. 즉 고객이었다. 그 자리에서 강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팝업스토어의 위치, 그와 관련된 또 다른 정보들을 임원들에게 선 채로 브리핑했다. 외부강연을 나와서 회사일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끝으로 그가 말했다. "이와 관련된 별도의 임원 교육이 4가지가 있는데 추가 교육을 받으려면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그날 그가 받은 강연료가 무려 "400만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회사 일(고객관리)"까지 하였고, 별도의 교육을 받으려면 연락하라는 "개인브랜딩"까지 하였다. 맙소사. 보통의 강사들은 회당 강연료만 따질텐데, 이 강사는 동시에 3가지 일을 하는데 성공했다.
나와 짧은 대화 후, 벤츠S클래스에 올라타는데 나는 속으로 '이 사람은 정말 벤츠 탈 자격이 있다'라고 느꼈다.
(물론, 일정을 깜빡한 것은 실수가 명백하나 그것을 전화위복으로 삼은 내공을 높이 평가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에토스(Ethos)의 후속연구 '공신력'에 따르면, 강사의 전문성은 "능력, 자질, 자격,현명함, 지식, 경험,권위, 침착성"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전문가란 말을 쓴다. 하지만 전문가, 프로라는 말은 그리 쉽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얼마나 강사로서의 전문성을 갖추셨습니까.
글쓴이 :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
저서 : <강연의 시대>,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유한대 교양 강사, K대 언론정보대학원 스피치,토론 전공
삼성물산 에버랜드 등 강연 컨설팅 및 슬라이드 제작
의왕시, 경기도교육청, 경기복지재단 등 자문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