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병에 걸린 강사
인도의 구루 오쇼 라즈니쉬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어떤 식으로든 그대에게 의존하고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그대는 가르치기 시작한다.” BC 300년경, 맹자는“누군가를 가르치는 스승이 되고 싶다는 병”에 대해 진작에 일갈했다.
책 쓰고, 강연하다보면 인기와 비례하여 추종자 비슷한 것이 생긴다. 방송출연도 잦아질수록 팬덤 규모도 커지는데, 강사는 인기를 실감할수록 다중을 계몽하려는 대장놀이(나는 이것을 멘토놀이라고 부른다.)를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 돈 빌려달라는 황당한 메일이나 협박, 스토킹 등등 별의별 이상한 사람들의 연락에 시달리는 부작용도 있다.)
그 중 내가 경계하는 것은, ‘멘토’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독자나 팬들에게 돈벌이하는 행위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그런 비즈니스가 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나도 컨설팅 하고 돈 받는다. 독자나 팬들에게 도움 되는 서비스는 얼마든지 정당한 대가를 받고 판매할 수 있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멘토를 자처하면서 장사하는 것 까진 내 알바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공헌‘이라고 아름답게 포장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전적으로 나의 (진짜)멘토님의 영향이 컸는데 다음은 멘토님 글 한 토막.
“나는 입이나 글로는 아주 듣기 좋은 선한 말만 늘어놓지만 실제속셈은 딴 곳에 있는 위선에 대해 아주 아주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자기 희생을 의미하며 그 희생은 시간희생이거나 금전희생이 되어야 한다. 그 희생을 통하여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이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선의가 아니다. 내가 독자들을 바늘로 찌르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출판을 통한 인세 수입이나 계산하고 있다면 그 바늘은 이미 진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나의 경험담. 완전 사업 초창기 때 유명작가가 한번 보자고 해서 나갔다. 만났더니 자신의 전국 토크콘서트를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일을 맡으면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지 구체적으로 묻자, ‘돈은 못 벌겠지만 자신과 함께 한다는 명성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길래 시큰둥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는 나를 자극시키려는 듯 “진정 꿈을 쫓는 그런 사람의 눈빛이 아니야.”라고 말했는데 그를 추종하는 대학생이라면 그에게 인정받으려고 발끈하며 수락했겠지만 이미 닳고 닳은 나는 그냥 아, 이 사람 꾼이구나 하고 결론내렸다.
어쨌든 멘토의 시니컬한(?) 가르침 덕분인지 사업하면서 자선행사를 두 어번 했는데 단돈 1원도 내 호주머니에 들어온 적 없고, 모두 수봉재활원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흥구청을 통해 투명하게 전달되었다. (그러다보니 멘토님에게 “넌 뭐 먹고 살려고?”란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때문에 지금의 나는 시간희생은 하지만, 금전희생은 안한다. 대신 나는 고액기부자들의 돈이 올바른 데 쓰일 수 있도록 나의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20억 넘게 기부한 멘토님의 장학사업을 내가 10년 가까이 댓가없이 도왔는데 작년에는 45억 기부한 연예인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고액 개인기부자들이 기부에 대한 생각 교환을 할 기회가 좀처럼 없는데 그 창구를 내가 마련한 것이다.)
근 10년 가까이 강연 산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목격한 멘토 강사들의 횡포는 대략 이렇다.‘가르친다는 미명하에 돈 안 주고 일시키기’,‘내가 널 도와줄게 라고 접근해서 여성독자 건들기’, ‘제자들에게 책 강매시키기(그 유명한 출판 사재기 사건인데 나한테 책 팔러-정확히 말하면 한권 주러- 온 후배도 있었다.)’ 등등 미혹의 흔적은 너무나 많다. 청년버핏이라 언론에 조명되며 기부천사로 여기저기 강연하러 다닌 박OO 같은 사람이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돈 몇 푼 기부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사람들을 보면 주제넘게도 나도 분노하게 된다.
(첨언. 이것은 사업에도 마찬가지다. 사업가 멘토의 기부관점. “사업가가 돈을 벌면 먼저 회사의 미래에 대비하고 직원들에게 신경을 써야 된다고 믿는다. 그것이 일차적 사회 환원이며, 직원들이 가난한데 사회에 기부하는 것은 또 다른 위선이다.” )
궤변론자는 되지 말자
이 모든 것을 집약해서 하나로 요약하면 ‘멘토의 자질’ 문제이다. 사심이 없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또한 강사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제자(멘티)들끼리 충성경쟁이 붙기도 하고, 제자들이 남녀 문제로 엮이면서 멘토링이 개판되기도 한다. 언제는 멘토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듯이 하더니 한순간 극렬안티로 돌아서서 좌표 찍고 개떼처럼 몰려가 굴복시키기도 하는데, 이런 것을 보면 강사 처지가 딱하기도 하고, 명예나 인기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새삼 느낀다.(왜 영화 말레나가 떠오를까?)
변변찮지만 내 글은 3,40대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읽는다. (그분들도 강연을 하니까) 그들은 많은 팬들로부터 멘토 추앙을 받는 위치다. 내가 멘토 자질을 논할 자격은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함께 강연 문화를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약간의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시라는 애정의 표현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내 부자멘토는 평소 유튜브로 포르쉐, 페라리 추돌영상 같은 것을 보신다고 한다. 왜? “깝죽대지 않으려고.” 라고 내게 답하셨다. ㅎㅎ)
구체적 대안은 다른 글에서 제시하겠지만 내가 강조하는 점은, 우리 궤변론자는 되지 말자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궤변론자(소피스트)들은 목적 자체가 이기는 것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말을 적당히 섞어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변론에 승리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진리를 따져보고, 공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질 각오가 되어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당신이 멘토라면, 그리고 장차 누군가의 멘토가 될 사람이라면 아닌 건 아니라고 진실되게 말하자. 실수는 누구나 한다. 내 명성에 좀 스크래치 간다해도 실수는 깨끗히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적어도 입으로만 좋은 말하는 지독한 위선은 버리자. 그리고 열심히 정당하게 돈 많이 벌고 세금 잘 내자! 그러면 최소한 멘토라는 이름의 병으로부터 면역은 생기지 않을까?
글쓴이 :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
저서 : <강연의 시대>,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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