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정보 가공하는 법

종교 비즈니스와 오실로 소통법

by 오상익

<격의 시대>의 김진영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내 주변의 웬만한 것들을 다 정보라 뭉뚱그려 생각해버린다. 정보와 지혜는 차원을 달리하는 분류다. 한 건의 교통사고는 그냥 사건사고라 한다. 그것을 1년 치나 5년 치 등 일정기간 동안 모은 것을 데이터라 하고, 그것을 어디서 몇 건, 요일별 몇 건 시간대별 몇 건과 같이 1차 가공한 것을 정보라 한다.”


창조는 편집이라고 하지만, 나는 가공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김진영 저자가 말하는 가공은“남의 소유물에 노력을 가하여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을 뜻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가공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이유나 근거가 없이 꾸며 냄. 또는 사실이 아니고 거짓이나 상상으로 꾸며 냄.”(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뭔가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드는 이야기 구조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보 사회 이후 도래할 미래를 <드림 소사이어티>로 주창한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sen)은“이성보다는 감성, 정보보다는 창의적인 형태의 이야기가 통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실제 강사들 강연도 잘 들어보면 완전 창작인 경우는 시인이나 소설가, 예술가 정도이고, 대부분 기존의 내용을 약간 비틀어(가공하여) 콘텐츠로 만든 것들이다.


어쨌든, 이러한 데이터, 정보 가공은 프로그래머들만의 영역일까? (여담. 컨설팅사 임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요즘 이런 인재들 7만명 완전 고용상태인데 네이버 다닌 30대 중반의 인재가 내건 이직 조건. 주4일 근무, 연봉 2억. 아님 안가!) 아니다. 오히려 내러티브는 프로그래머들이 약하다. 그렇다면 나 같은 문과 출신들은 어떻게 지식 정보를 가공하면 좋을까? 수사학자 김동규 박사(설교학)의 오실로 소통법(커뮤니케이션)에서 그 방법을 찾아보자.


1. 사실로 말하기 - 감각을 바탕으로 사실을 인식하고 말하는 것(감각/사실/문법학)

2. 진실로 말하기 - 사고를 바탕으로 논리를 인식하고 분별하는 것(사고/논리(진실)/논리학)

3. 신실로 말하기 - 영성을 바탕으로 의지를 인식하고 선택하는 것(영성/의지/선택-수사학1)

4. 현실로 말하기 - 현실을 바탕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탐색하는 것(현실/상황/탐색-수사학2)

5. 행실로 말하기 - 추론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결정하는 것(미래/가치/결행-수사학3)


뭔가 어려워보인다..-_-; 참고로, 위 내용을 정리한 학자가 전직 목사이기도 하고, 나 역시 기독교인이며, 이후 나올 사례들도 실제 종교 관련 사업이기에 기독교로 편중된 글이 될 수 있다. (허나 나는 종교를 다원주의적으로 존중한다.) 하지만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것도 하나의 비즈니스였고, 앞으로도 돈 되는 사업이라는 힌트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실로 소통법에 대한 나의 세속적인(?) 적용을 소개한다.


1. 사실로- 에피소드를 수집하라.


먼저 에피소드와 관련된 일화.


“한 랍비가 유명한 설교장인 친구에게 "여보게, 야곱! 자네는 설교 때마다 어떻게 그렇게 주제에 꼭 맞는 예를 찾아내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설교자는 다음과 같은 예화를 하나 들어 친구에게 대답했다.
"어떤 명사수가 있었다네, 그는 오랫동안 수련을 받고 사격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을 한 다음 휴식을 취하려고 고향에 돌아왔어. 그런데 그가 보니, 어떤 집 앞마당에 있는 벽에 분필로 많은 원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모든 원의 한가운데 총탄 자국이 나 있었다네. 그는 깜짝 놀라 수소문을 한 끝에, 사격수를 찾아냈어. 그런데 놀랍게도 그 사람은 맨발에 누더기를 걸친 소년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누구에게 사격술을 배웠는지 물었다네.
그러자 소년은 "아무에게도 배우지 않았어요. 저는 먼저 담벼락에 총을 쏙 낸 다음 분필로 총구멍 주위에 원을 그렸어요."라고 대답했다네. 사실은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평소에 재치 있는 비유나 사례를 모아놓았다가 거기에 알맞은 주제를 찾아 교훈 한다네." <설득의 심리학 中>


정보를 1차 가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Fact와 에피소드를 대량으로 수집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축적된 시간에 비례하여 파워가 실린다는 것이다. 다음은 <격의 시대> 김진영 저자의 말이다.


“명품잡지 한권에서 구하는 지식이나 감각은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그것이 10년 20년 쌓이면 애기가 달라진다. 원래 정보라는 것이 일정량 이상 모여야 힘이 되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한 건 한 건의 정보가 쌓이면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하나의 체계로 분류되면 정보가 되며, 그 정보에 불확실성을 제거하거나 예측성을 가미하면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된다. <격의 시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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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실제 사례를 보자.


실제 비즈니스 사례 (1단계)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8번의 결혼과 17번에 걸친 연애행각으로 유명하다. 그때마다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만났어요. 이번에는 진짜 제 반쪽을 만난 거에요.” 등등을 말하곤 했지만 말년에는 혼자 살면서 고양이와 살다가 죽었다.“


이것은 Fact다. 이와 같은 에피소드들을 분류체계로 나눠 지속적으로 취합하면 김진영 저자가 말한 DB의 분류체계로 분류된 정보가 된다. 이러한 정보들은 강연할 때 아주 귀중한 자산이 된다. 이것은 글쓰기 할 때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좋은 자료를 얼마나 모으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자료가 충분하면 그 안에 길이 있다. 자료를 찾다보면 그 안에 반드시 길이 있다. 글은 자료와 생각의 상호작용이 낳은 결과다.“ <강원국 작가>


IT업계에서 하는 일도 실상 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으는 일을 하는 것이다. (라고 들었다.)


2. 진실로 - 논리를 입혀라


만약 흥미 위주라면 지나치게 논리적일 필요는 없으나, 수사학에서 논리를 ‘아주 아주’ 강조하는 만큼 정언적 삼단논법을 적용해보겠다. (즉문즉설의 법륜스님도 삼단논법을 자주 활용한다.)


대전제 : 불완전한 것(S)은 실패확률이 높다.(P) (대전제)

소전제 : 인간의 사랑(A)은 불완전(S)하다.(소전제)

결론 : 인간의 사랑(A)은 실패확률이 높다.(P) (결론)


실제 비즈니스 사례 (2단계)


엘리자베스 테일러 내용을 1차 가공해보자.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8번의 결혼과 17번에 걸친 연애행각으로 유명합니다. 그때마다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만났어요. 이번에는 진짜 제 반쪽을 만난 거에요.” 등등을 말하곤 했지만 말년에는 혼자 살면서 고양이와 살다가 죽었습니다.“


"인간의 사랑이라는 게 이렇습니다. 아무리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며 찾아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1차 가공)


3. 신실로 – 의지를 반영하라.


실제 비즈니스 사례 (3단계)


이제는 종교적 가치가 있는 2차 자료로 가공하자.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8번의 결혼과 17번에 걸친 연애행각으로 유명합니다. 그때마다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만났어요. 이번에는 진짜 제 반쪽을 만난 거에요.” 등등을 말하곤 했지만 말년에는 혼자 살면서 고양이와 살다가 죽었습니다.“


"인간의 사랑이라는 게 이렇습니다. 아무리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며 찾아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1차 가공)


“그러나 실패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이 여기 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2차 가공, 종교적 의지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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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현실로, 행실로 - 상황에 맞는 콘텐츠로 가공 후 판매하라.


목회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매주 돌아오는 설교, 매년 다가오는 성탄절, 추수감사절에 어떤 내용으로 설교할 것인지가 엄청난 스트레스다. 설교가 소문이 나야 교회도 부흥하는 법이니까.


이제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같은 콘텐츠를 추수감사절, 성탄절, 부활절, 사순절 등 분류체계 따라 일목요연하게 종교적 가치가 있는 자료로 만든다. 가치가 있다는 말은 누군가 돈을 주고 산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교회를 돌아가며 영업하고, 판매하면 된다. 끝.





사실 위 내용들은 주류 수사학자들이 보기에 궤변으로 비칠 것이다. 실제 사업하신 분의 사례를 '오실로 소통법'의 틀로 내가 자의적으로 엮어 창작한 셈이니까. 하지만 겉으론 말장난처럼 보일지 몰라도 정보 가공자의 관점과 경험, 생각에 따라서 같은 구절을 다르게 해석하여 새로운 뜻을 만든 창작물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른 한편으론 종교 비즈니스에 대해 심기가 불편한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뇌피셜이 아닌 실제 돈이 오고가는 비즈니스 이야기다. (나의 아버지가 은퇴장로이며, 교회 사무국장도 수년간 하셨는데, 이러한 비즈니스를 아느냐고 여쭈었더니 이미 존재를 알고 계셨다. 하지만 우리 교회의 경우, 목회자들의 설교가 일품이라 필요성 자체가 일절 없다.)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백과사전에서 인간의 모든 감정을 찾아 나열 후,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리스트를 작성하여 방송국 피디에게 팔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컴퓨터가 지금 수준의 100분의 1도 안될 때의 이야기지만.. 아무튼 바로 옆에 있는 가족보다 몇 천 킬로미터 떨어진 알고리즘(넷플릭스,아마존)이 나의 상태를 더 잘 아는 시대에, 이렇게 극과 극의 맥락을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인간의 창의성도 중요한 것 아닙니꽈?? (..문송합니다!)



글쓴이 : 오상익 (오간지프로덕션 대표)

저서 : <강연의 시대>, 제3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 본 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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