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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스타 강사들의 살벌한 생존법

'정치색' 드러낸 스타 강사들, 그들이 사라진 이유

by 오상익

지자체 강연에 초청받은 스타 강사들은 종종 "지금 시장님은 어느 당 소속인가요?"라고 묻습니다.

이는 혹시 모를 정치적 오해를 피하고, 청중의 성향에 맞춰 강연 분위기를 조절하기 위함입니다.

'부자 몸조심'이라는 말처럼, 인지도와 평판이 곧 생명인 이들에게 '정치적 몸조심'은 필수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적 편향이라는 낙인이 한 번 찍히면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강사라면 여러 정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지만, 어떤 노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강사로서의 생명력이 달라집니다. 때로는 유명세만 빌려주고 철저히 이용당하는 리스크도 따릅니다.



정치 참여가 가져온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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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발언이나 참여는 강사 경력에 뚜렷한 명암을 남깁니다. 대표적으로 방송인 김제동 씨는 특정 정치 노선을 택하면서 대중적 강사에서 한쪽 진영에서만 활동하는 강사가 되었습니다. 이와 달리 강연과 방송으로 인지도를 쌓아 정치인으로 변신한 허은아 전 의원의 경우도 있습니다.또한, 김규환 명장처럼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 전까지 활발히 강연하던 인물이 정치에 뛰어든 후 강연 시장에서 멀어지는 사례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역사 강사들의 정치적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한길·황현필 강사는 자신의 정치적·사회적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결과, 폭넓은 대중을 포용하기보다 특정 진영에만 어필하는 강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실제로 일부 강사, 작가, 방송인은 특정 진영의 '나팔수'를 자처하며 세력과 연대하는 삶을 택하기도 합니다. 떨어지는 콩고물도 적지 않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성향의 강연이 팔리고, 다른 단체에서는 다른 성향의 강연이 소비되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유튜브에서도 진보 또는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슈퍼챗 후원으로 크게 성공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maxresdefault.jpg 출처: 채널A


전문가의 소신과 책임


물론 강사 개인의 관점이나 성향은 저서나 강연을 통해 드러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 석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정치 운동가나 종교인이 아닌 이상, 자신의 가치와 신념은 내면화하고 직업적 영역은 분리하는 것이 전문가의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완벽히 분리하기는 어렵습니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건축적 관점으로 사회 현안을 해석하며 때때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가족 배경이 특정 정치 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시선 때문에 억울한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또한, 표창원 소장처럼 전직 정치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강연 제안 단계에서 배제되는 억울한 경우를 겪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는 강연자들이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 역사학자가 강연에서 특정 역사적 사안을 언급했을 때, 한 시민이 그 해석에 대해 크게 반발했습니다.하지만 그 역사학자는 근거 없는 인용이나 부정확한 사료 해석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모든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비난받을 수 있기에, 인간적·지적 강인함 없이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양쪽 진영에서 모두 비판을 받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지켜내는 태도는 귀하고 존경받을 만합니다.


한편, 본업이 따로 있는 강연자 중에는 정치 캠프에 참여해 새로운 경험을 쌓기도 합니다. 개혁신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조용민 대표처럼, 캠프에 참여하며 다양한 정보와 인맥을 쌓고 자신의 전문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PS25051600207.jpg 출처 :이데일리


결론적으로, 강사로서 어떤 길을 걸을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대중성을 유지하며 롱런할 것인지, 특정 진영의 스피커가 될 것인지, 혹은 용기 있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비판을 감수할 것인지. 어떤 방향이든 스스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무게는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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