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프로 강사가 된 정기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
< 강연의 시대-미니인터뷰6. 은퇴 후 프로 강사가 된 정기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
우리나라는 2026년 국민의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향해 가는 이 때에 은퇴 후 세컨드 라이프로 프로 강연자가 된 정기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의 모습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전 경찰서장으로, 행정학 박사로, <연합뉴스>에 보도된 가수로, 목회를 하는 전도사로 누구보다 바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는 그를 인터뷰하였다.
1. 소장님은 전직 경찰서장으로, 은퇴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인기 강사이기도 하다. 어떻게 은퇴 후 강연을 하게 되었나?
먼저, 내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이야기하겠다. 90년도에 대전 서부경찰서 수사과장하던 시절에 부하직원이 사무 감사 전 어떤 서류를 산에 묻어 버렸다. 그런데 그 서류를 등산객이 발견하고 MBC에 제보를 했다. 사건이 터지니까 부하직원은 도망가다 구속이 됐고, 치안 본부에서 경찰서장을 직위 해제시켰다. 그 모습을 보고 언젠가 나도 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그러던 중, 퇴근하고 나서 음식을 배운다는 다른 부하직원 얘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음식 만드는 게 취미라서 퇴근하고 한식 학원을 다녔는데, 자기는 정년 채우고 나면 식당을 차리고 싶단다. 그래서 주중에는 한식 학원 다니고, 주말에는 아이들한테 요리해서 선을 보이고, 틈만 나면 아내와 전국 맛집을 다닌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왠지 부러웠다. 현직에 있을 동안 미리 준비해놓으면 좋지 않은가. 그래서 나도 현직에 있을 때 뭔가 좋아하는 걸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좋았다. 그래서 강연을 한번 해보자 마음먹게 된 것이다.
2. 그렇다면 강사가 되기 위해 현직에서 어떤 준비를 했는가?
떡 만드는 거나 빵, 두부 만드는 것도 배우고, 시행착오를 참 많이 겪었다. 강연을 해보려고 데일 카네기 과정도 들었다. 그러다가 2004년경 내가 대전 대덕경찰서장 하던 시절에 지금은 스타 강사인 김창옥씨를 초빙한 적이 있다. 강연이 끝나고 같이 밥을 먹으며 재미있게 대화를 나눴는데, 2009년 쯤 김창옥 강사한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이 스피치연구소를 차렸는데 수강할 생각이 없느냐는 거였다. 그래서 그때 배우러 갔다. 10명 정도 되는 수강생들이 모여 3분 스피치를 하면 김창옥 강사가 그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었다. 그렇게 직접 배워보니 다시 한 번 강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쨌든 그렇게 조금씩 강연 경험을 쌓아나갔다.
3.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현재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 중 자신들이 사회에서 익힌 지식을 썩히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 강연으로 전달하고픈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면, 일반 강연은 어렵다. 리더십 강연 같은 건 잘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미 잘하는 사람들이 널렸기 때문이다. 핵심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기룡' 하면 사람들은 ' 저 사람은 조직에 대한 강의가 가능해' 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경찰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강의가 전문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띠어야만 한다. 살아온 인생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강연해야 하는 것이다. 강연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 전직 경찰관 정기룡을 불렀으면 경찰관 얘길 듣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 경찰관 정기룡을 불렀더니 리더십 강연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식상해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젊어서 쌓아온 경험을 가지고 강연을 해야 한다. 20대, 30대, 40대를 거치며 인생을 살아온 노하우가 강연에 응축되어 있어야 된다. 조직관리 전문가라면 조직관리로 강연을 해야 한다. 이것저것 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강사는 차별화가 중요한 법이다. 김창옥은 소통, 정기룡은 은퇴설계, 조직관리 이렇게 말이다. 그러니까 전반전 인생에 내가 뭘 잘했는지를 우선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4. 강연 기회는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생기나?
강연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강연 기회는 줄어든다. 나이 많은 강연자를 잘 안 부르는 것이다. 그러니 강연을 한번 하더라도 정말 잘해야 된다. 강연은 결국 입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제대로 쓴 책 한 권이 있으면 가장 좋다. 저서가 없으면 강연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저 사람은 <퇴근후 2시간>의 저자야. 저 사람은 조직관리, 은퇴설계 강의를 잘해." 요즘 퇴직하는 사람 많지 않은가? 그러니까 나를 불러주는 것이다. 오늘도 강연을 두 번이나 했다. 인생 전반전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쓰고, 그 내용으로 강연을 한다고 보면 된다. 나의 경우에는 경찰서장 할 때 매주 월요일 직원들한테 편지를 썼다. 살아가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등등. 그걸 쓰다 보니까 책 한권 분량이 나오더라.
5. 시니어 강사의 단점이라면?
나이 먹으면 강연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실 젊은 사람들이 책도 더 많이 읽고, 아는 것도 다양하고, 강연도 더 잘하지 않는가. 그러니 당연히 나이 든 강사의 강연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이 먹은 사람들은 전문화되지 않으면 정말 강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나는 틈만 나면 책방에 간다. 책 한 권에서 주옥같은 한 줄 찾아내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 한 줄로 강연할 때 한마디를 던진다. 사람들은 강연 전체를 다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문장에만 꽂히면 된다. 그래서 열심히 책을 읽는다. 그렇지 않으면 강사로 서기가 무척 어렵다.
6. 수익적 측면에서, 현직 있을 때와 비교한다면?
2016년으로 따지면 경찰서장 할 때보다 수익이 더 많다. 무엇보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니 좋다. 요즘에는 하루에 두 번 정도 강연한다. 수익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나 현직에 있을 때보다 낫다. 그리고 내 전문성이 깃든 콘텐츠를 하나 제대로 만들어놓으면 아주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 않은가. 주기적으로 약간의 보완을 하며 업데이트하면 된다. 결국 제대로 된 큰 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7. 퇴직 후의 두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 시니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면?
퇴직하고 나면 우울증이 온다는 말이 맞다. 왜냐하면 조직에 속해 있는 동안은 어딜 가도 대우받지 않았는가. 그런데 퇴직하고 나면 딱히 찾는 사람이 없다. 아내와 같이하는 시간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퇴직하고 나서 우울증에 걸려 확 늙는다는 게 딱 맞는 얘기다. 50대 중반, 60대에 취직을 한다 해도 길어야 2~3년이다. 그때 나와 봐야 딱히 할 게 없다. 그래서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다고들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기술을 배웠다. 그게 바로 강연이다. 강연은 무엇보다 평생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자기만의 기술을 찾아 배우기를 바란다.
8. SNS를 활발히 하는 것 같다. 개인 홍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매번 강연을 할 때마다 나는 페이스북에 그 소식을 올린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 페친들은 ‘저 사람은 강연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이왕이면 자기만의 연구소를 하나 만들고, 홈페이지도 운영하는 게 좋다. 포털사이트에 검색이 되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내 연구소에는 연구원이 없다. 나 혼자 하는 것이다. 사진도 내가 직접 올린다. 강연 갔다 온 사진하고 신문에 투고 했던 글이나 광고를 모아 나름대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것들. 그러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연락해온다. 지속적으로 그렇게 내 홍보를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효과적인 홍보 방법은 방송에 출여하는 것이다. 김창옥 강사가 뜬 것도 <세바시> 출연 덕분이지 않은가. 나도 그 프로에 나가기도 했고, <아침마당> 패널도 해봤고, 여러 지역 방송에도 출연했는데, 확실히 공중파의 파급 효과가 크다. 그리고 일부러라도 신문에 자꾸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워낙 강사가 많다 보니까 자기 색을 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사람들이 인식하도록 말이다.
9. 강연 주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 강연 잘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면?
나의 강연 콘텐츠는 “은퇴설계” 와 “행복”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직장 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이 세 가지다. 어떤 강연 요청이든 결국 이 세 가지 중 해당된다. 그러니까 처음에 콘텐츠 세팅을 제대로 해놓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저 마음대로 할 게 아니라 이왕이면 잘하는 사람의 강연을 들어보는 게 좋다. 나는 한 달에 두 번 교회에 나가 설교를 하는데, 내가 가장 존경하고 설교를 참 잘하는 목사님이 설교를 받아 적는다. 그분의 설교를 듣고 배우며 나의 설교를 구상하고, 내 강의에도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며 설교를 해보면 반응이 아주 좋다. 최고의 사람 것을 배워 나에게 맞게끔 적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 강연도 잘하는 사람의 것을 듣고 배울 필요가 있다. 1등을 따라 하면 2등은 되지 않겠는가. 그러니 그저 마음대로만 할 게 아니라 잘하는 사람에게서 배우고 따라 하면 최소 2등은 할 수 있다.
10. 마지막으로, 1인 지식인 혹은 인생 2막으로 강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나에게 '강연'이란, 30년간 직장 생활을 한 내 삶을 말하는 것이다. 내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삶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물론 강사로 자리 잡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지만, 차근차근 제대로 준비한다면 강사는 참 매력적이고 괜찮은 직업이다. 어디 가서 한두 시간 이야기하는 것으로 돈을 받고, 박수도 받겠는가? 무엇보다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다. 나름대로 잘 준비하여 꿈꾸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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