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상익 Jul 31. 2018

(책소개)『청춘표류』

수수께끼의 공백시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청춘표류 - 수수께끼의 공백시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다치바나 다카시 / 예문/ 이원종 서평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이다그가 여태까지 읽은 책은 최소 5만 권 이상으로 추정되며수십 권의 저술들 역시 하나 같이 명저들일 뿐만 아니라그 깊이와 다양성은 언제나 독자를 놀라게 한다자신의 독서 경력과 독서론을 소개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는 대부분의 다른 독서법 관련 서적들의 필수 참고도서로 꼽혀왔고, ‘일본공산당연구’, ‘우주로부터의 귀환’, ‘원숭이학의 현재’, ‘임사 체험’ 등등 전혀 생각지도 못한 주제의 작품들이 각계의 전문가들로부터 크게 인정받고 있다그의 글이 꽤 수준 높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고 흥미를 이끌어 낸다는 점도 신기한 일이다.
 
이 책에서 다치바나는 11명의 청춘을 인터뷰하여그들의 도전과 방황망설임을 통해 청춘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진정한 인생론은 말보다는 실천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다치바나의 철학처럼이들 11명의 청춘들은 그들의 도전과 삶 자체가 인생론이 되어버리는그래서 어떤 이론을 내세울 필요가 없는 그런 인생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 육체는 젊지만 정신이 노화된 청년들은 모두 엇비슷할 정도의 행복한 인생을 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자신에게 또 다른 인생이 있지 않았을까 하며 도전과 가능성의 시기를 그냥 지나쳐왔음을 후회할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8쪽)


원숭이 공연은 일본에서 천 년 넘게 이어져 내려오다가 1963년에 사라진 민속 예능이라고 한다고등학교 2학년 시절 엄한 아버지로부터 이 원숭이 기예를 부흥시켜 보라는 권유를 받은 무라사키 타로는 아버지의 판단을 믿고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분야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보기로 결심했다타로는 바로 다음날부터 원숭이 공연의 계승자라 불리는 한 노인의 제자로 들어가서 원숭이를 훈련시키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는데원숭이 훈련의 첫 단계는 두 다리로 걷게 하는 것이라 한다하지만 원숭이의 손을 끌어주며 걷도록 하는 이 훈련은 넉 달이 지나도 성과가 없었고그 노인 역시 원숭이에게 실제로 재주를 가르쳐 본 경험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노인의 훈련 방식은 원숭이를 혼내지 않고 달래면서 하는 훈련이었는데원숭이는 오히려 그걸 얕잡아보고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에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타로의 아버지는 다시 제대로 된 유일한 조련사였던 후지코 부인에게 간곡히 부탁하여 집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곧 원숭이를 데리고 나오자 원숭이는 난폭하게 낯선 손님에게 달려들었는데그 순간 후지코는 원숭이를 제압하며 얼굴을 땅바닥에 후려치기 시작했다고통에 못 이겨 비명을 질러대던 원숭이는 이후 완전히 태도를 바꾸어 시키는 대로 따르게 되었다원숭이는 습성상 자기보다 강한 존재가 하는 말만 절대적으로 따르며 원숭이들끼리 순위를 정할 때 무조건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때문에인간도 원숭이가 말을 잘 듣도록 하려면 먼저 폭력으로 제압하는 의식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그 모습을 정신없이 지켜보던 타로 역시 아버지의 명령으로 인해 원숭이를 제압하려 했지만 물릴까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여기서 원숭이한테 지면 네 인생이 끝장나는 거다라는 아버지의 질타와 격려에 힘입어 간신히 원숭이를 제압한 타로는 얼마 가지 않아 원숭이가 두 발로 걷게 하는 훈련을 성공시키게 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훈련시킨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만큼 힘든 일일 것이다더구나 그 동물이 저항심이 강한 원숭이라면 더더욱가장 간단한 기술인 인사만 해도 천 번 이상 강제로 시켜야 간신히 한 번 정도 자발적으로 머리를 숙이게 되고그 횟수를 500번에 한 번, 300번에 한번이런 식으로 줄여 나가서 열 번에 한 번꼴로 할 수 있게 되면 그 때부터 더욱 엄격하게 저항심을 없앤다고 한다과거의 조련사들은 이 과정부터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원숭이와 단둘이 진행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잔혹했기 때문이다거의 원숭이가 불구가 되거나 죽겠다고 생각될 정도까지 가야 저항심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조련사들 역시 자신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원숭이를 학대했는지 자기혐오에 빠질 정도로 괴로운 일이었다과거에 원숭이를 조련하다가 미친 사람들도 세 명이나 있었다고 한다.
 
타로가 원숭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일은 인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든 일이었는데매일 두 시간씩 원숭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손으로 페달을 돌려줬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자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바보스러웠고 모든 일이 허사로 끝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그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격려했다.


- “너는 지금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는 거야. 아무도 언제 이 어둠을 뚫고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내일일지도 모르고 일 년 뒤일 지도 몰라.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거야. 그 때 네 인생이 도약하는 거야. 그만두면 안 돼. 되돌아와선 안 돼.” (78쪽)



원숭이와 사람 모두 초죽음이 되는 날들이 얼마간 더 이어진 후에야 결국 타로의 원숭이는 자유자재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너무나 멋지고 정확한 아버지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타로는 분명 포기했을 것이다그는 이런 인생의 진리를 깨닫기에 아직 어린 나이였다.
 
원숭이 조련사 타로의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유일무이한 원숭이 조련사로서 돈도 꽤 벌고 성공은 했지만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닥쳐올지그것이 실패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이 책에 소개된 다른 10명의 청춘들 역시 마찬가지이다한 때 노름에 빠져 살았지만 지금은 회사까지 그만 두고 나이프 만드는 일에 인생을 건 청춘부터공부를 싫어해 구구단도 못 외웠지만 어린 시절 고기를 발라내는 일을 했던 경험을 통해 거기에 평생을 걸고 고기에 관한 책은 전부 사서 봤다는 청춘까지이들은 소위 말하는 궤도 이탈자라고도 할 수 있다한 편으로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에서 벗어난 열등생이다하지만 그들은 안정된 궤도라는 허상을 부러워하지 않는다자신의 의지를 믿고 열정을 바칠 대상을 찾았기 때문이다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그렇게 보내고 있는 시간이 바로 나이와 상관없는 각자의 청춘이다.



약 1100년 전 걸인이나 다름없는 사도승이었던 구카이는 깊은 산 속에서 10년간 수행을 하고 나서 서른 한 살에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일개의 무명 유학승에 지나지 않았던 구카이는 당나라에 도착하자마자 곧 최고의 지식인으로 대우받게 되었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중국의 승려들을 모두 제치고 밀교의 모든 것을 전수받기까지 이른다이것은 그가 유학길에 오르기 전 10년 간 수행했던 이른바 수수께끼의 공백시대의 성과로 보는데그 10년 간 그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수수께끼의 공백시대는 구카이의 청춘시대였다여기 소개된 11명의 청춘들 역시 출범의 시기가 있었고그 이전에 출범하기 전의 시간즉 수수께끼의 공백시대가 있었다그 시간에 모두들 각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켰다힘들지도 모를 이 과정은 앞날의 출범을 전제로 한 행위가 아니며자신이 바라는 것을 추구하기 위한 강한 의지가 있을 때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다다치바나는 말한다청춘이란 언젠가 찾아올 출범을 준비할 수 있는 수수께끼의 공백시대라고.


-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이다. 그것이 없다면 ‘수수께끼의 공백시대’를 무기력하고 나태하게 보내게 되고, 결국은 당연한 귀결로서 출범을 맞이할 수 없다. 그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상황에 휩쓸려가는 인생뿐이다. (284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로 활동한 바 있으며 자기계발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easyreader@daum.net


오간지프로덕션 콘텐츠「강연의 시대」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책소개)『좋아하는 것을 돈으로 바꾸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