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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Aug 16. 2018

(책소개)『유시민의 공감필법』

공감할 수 없다면 공감할 수 있는 글 역시 쓸 수 없다



유시민의 공감필법 – 공감할 수 없다면 공감할 수 있는 글 역시 쓸 수 없다

유시민 / 창비 / 이원종 서평



공부, 독서, 글쓰기에 관한 강의에다가 살을 붙여 정리한 책이다. 이중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 공부라 할 수 있는데, 도대체 공부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정해보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신체를 단련하는 모든 행위를 공부라 정의하고 있는데, 이 정의에 따르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두뇌를 단련시키고 운동을 하는 것은 근육을 단련시키기 때문에 모두 공부에 속한다 하겠다.


저자가 말하는 공부의 정의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다. 그리고 공부하는 여러 방법 중 특별히 효과가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바로 독서와 글쓰기이다. 책에는 글쓴이가 파악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 삶의 의미, 살아가며 느낀 감정이 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거나 때로는 반박하기도 한다.


추상적인 전개를 피하기 위해, 저자는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쓴 ‘사피엔스’를 읽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속표지에는 저자가 직접 손으로 쓴 “어느 사피엔스가 다른 사피엔스에게(From one Sapiens to another)”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초점은 하라리 박사가 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라고 쓰지 않고 ‘사람’ 대신 ‘사피엔스’라는 표현을 썼을까 하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표현과 같이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다른 종과 분리해 왔지만, 생물학자들은 현생인류를 여러 동물 종 가운데 하나로 보고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을 붙였다. 지구에는 ‘호모 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 같은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종의 인간도 살았다. 유대인이자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이기도 한 유발 하라리가 자신과 타인을 ‘사피엔스’라 칭한 것은 그의 자아정체성을 그렇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소개한 책의 본문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과(科,family)에 속하는데 이 사실은 역사에서 가장 은밀히 숨겨진 비밀이었다. 마치 호모 사피엔스를 다른 동물들과 동떨어진 존재로, 속한 과가 없는 동물로 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서로 교미해서 자식을 낳을 수 있는 모든 개체들을 같은 종에 넣는데, 현재 지구에 사는 모든 사피엔스들은 서로 교미해서 자식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모두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형제자매라고 할 수 있고,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나타났던 다른 인간 종은 어떤 이유에 의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놀라운 것은 불과 백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무엇보다도 한국인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같은 한국인에 대해서 강력한 유대감을 느끼고 인종과 민족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쉽게 적대감을 가집니다. 자신을 무엇보다 일본인으로 느끼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을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으로 느끼는 사람이라면 피부색과 외모와 국적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덜 느끼거나 강한 유대감을 가지겠지요.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내가 하라리 박사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28쪽)



이것이 저자가 사피엔스를 읽으며 공유한 감정이다. 물론 혹자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고

불편하게 느껴져서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제대로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하게 독해를 해야 한다. 저자가 텍스트를 통해 어떤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는지 철저하게 그 관점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면 비로소 비판이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SNS를 통해 짧은 글을 적더라도 마찬가지로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텍스트를 읽으며 공감할 수 없다면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글 역시 쓸 수 없다. 그게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독서와 글쓰기의 핵심이다.


텍스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머무르면서 오로지 비판할 거리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텍스트를 읽으면 비평다운 비평을 쓰지 못합니다. 비평하는 사람이 지적, 정서적으로 발전하기도 어렵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죠. (42쪽)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사실 글쓰기는 공부한 것을 표현하는 행위이자 아주 좋은 공부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다. 모든 생각과 감정은 문자로 명확히 표현해야만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글을 좀 더 잘 쓸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가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어휘가 빈약하면 아무리 문장 공부를 하더라도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휘를 늘리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역시 독서이다. 이렇게 또다시 독서와 글쓰기는 연결된다.


멋진 문장을 쓰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어서 어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계속 글을 쓰면서 써먹어봐야 한다. 저자가 소개한 ‘하루 한 문장’을 실천해 보는 게 어떨까. 지식이 많든 적든, 각자의 수준에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매일 짧게라도 문장을 써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하루도 빼먹지 말고 매일 쓰라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보내며 문득 스쳐가는 감정과 생각, 풍경을 글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살자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청중이 책을 많이 읽고 싶다며 그 비법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무작정 많이 읽는 다독은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형서점에 놓여있는 무수히 많은 책들을 다 읽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나 짧다. 더구나 분초 단위로 쏟아지는 엄청난 정보를 감당할 수 없는 현재에는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는,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속독 역시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1년에 100권 읽기’ 같은 목표보다는 한 권이라도 ‘깊이 공감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는 독서를 하라고 저자는 권한다.


정답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겁니다.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는 것이 정답인 것과 똑같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되도록 많이 읽는 것, 그 정도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선입니다. (102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로 활동한 바 있으며 자기계발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easyread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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