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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Jul 12. 2024

광고

3. 정체성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기준점, 브랜드 정체성입니다.  


김훈이나 한강의 글은, 김훈과 한강의 글임을 짐작케 합니다. 자신의 문체를 완성한 작가들이 있습니다. 작품의 장르나 주제를 넘어, 그의 글이 보여주는 '성격'은 작가가 써온 글자만큼 쌓아온 정체성의 흔적이라 생각합니다. 브랜드도 고유의 정체성이 있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페르소나라고도 합니다.(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좀 더 자세히 하겠습니다) 좋은 광고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고 강화합니다.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에서 컨셉을 연결하고,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것들은 과감히 버릴 줄 아는 것이 좋은 광고를 만드는 시작입니다.


일본 JR의 '그래 교토로 가자' 캠페인은 올해 30년을 맞았습니다. 시(詩) 같은 광고입니다.

갓 태어난 녹색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오래된 절도 매년 이 계절에 처음부터 시작하는구나.


단풍이 우주나 인생 이야기가 되어버리다니.


교토의 명소, 숨은 구석구석, 맛, 향, 사람, 자연이 소재가 됩니다. 담백한 카피는 생각할 여지를 남깁니다. 영상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화면과 소리는 교토의 것입니다. 교토에서의 치유와 힐링을 그림처럼 담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쏟아 내지 않고, 좋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메시지는 남보다 나를 향합니다. 혼자 혹은 둘만의 시간입니다. 차를 타기보단 걷는 여행이고 음료 보단 차를 마시는 휴식입니다. 교토는 일상마저 비일상의 정취를 지닌 곳이라 말합니다. 비일상이 주는 치유와 힐링이 30년을 이어온 '그래 교토로 가자'의 정체성입니다.

이곳엔 튀는 아이디어, 힙한 아트가 설 곳이 없습니다. 음악의 장르도 한정됩니다.(My Favorate Things라는 자작곡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모델도 앉거나 걸을 뿐, 뜀박질을 하지 않습니다. 룰루레몬의 레깅스가 아닌 무지양품의 무채색 셔츠가 어울리고, 화려한 색조 화장을 지운, 단정한 포니테일이나 단발을 상상합니다. 아무리 멋지고 힙한 아이디어라도 '그래 교토로 가자'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으면 걷어 내야 합니다. 세대가 바뀌고 트랜드가 변해도, 이를 30년간 지켜왔습니다. 브랜드는 명확하고 강해졌습니다.  


애플의 아이폰 광고는 제품이 주인공입니다. 오래가는 배터리, 인물 사진 기능을 홍보하지만 새삼 새로운 기능도 아닐뿐더러 삼성 갤럭시 대비 차별점이라 보기도 애매한 소구점들입니다. 그럼에도 애플의 광고는 애플스럽습니다. 애플은 '창의적인 사람들을 위한 혁신의 도구'를 만듭니다. 애플의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 애플의 정체성입니다.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일상에서, 유머를 섞어 녹여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오래가는 배터리'가 아이폰만의 차별점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광고의 배경 음악은, 화면의 색감은, 모델은, 광고 속 소품은 애플만의 것처럼도 보입니다. 애플의 제품이 보여주는 단순함과 명료함은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동일합니다. 애플의 브랜드 정체성을 기준으로 지키고 버린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대행사가 광고 시안을 만든다 상상합니다. 대행사가 가져온 광고 시안을 보는 광고주여도 좋습니다.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 빅모델, 귀에 걸리는 카피와 강력한 비주얼. 모두 기대를 하지만 취향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중요하지만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과 맞지 않으면 버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세상 새로운 빅 아이디어일지언정 우리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저 카피가 우리 브랜드의 목소리로 왠지 어색하다면, 너무도 아깝지만 브랜드를 위해선 버려야 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명확한 기준점을 잡는 것. 좋은 광고를 만드는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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