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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Aug 22. 2022

화합의 기본 조건은 공감 능력

심리학자 메슬로우는 인간의 욕구 5단계 중에서 생리적 욕구·안전 욕구 다음으로 세 번째로 사회적 욕구를 들었다. 집단 속에서 가족이나 기본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싶은 욕구를 말한다 사회적 욕구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수 만년을 이어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발전해 온 데에는 사회활동을 통해 상호 보완이 가능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동체를 이루어내고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기능의 핵심은 무엇일까.


필자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다 보니 다양한 고민 상담이 꾸준하다. 한 번은 직장에 첫 발을 디딘 회사원으로부터 상사와 동료로부터 일 못한다는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 때문에 어렵다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그런데 나는 상황이 쉽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마치 그 사람의 상황을 전부 이해한 것처럼 바라보게 되었다. 말이 많아지고 불필요한 미사여구로 위로하고 가르치려고 애썼으니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회사원은 잠시 후 “작가님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으셔도 돼요”라는 짧은 한 마디를 하곤 주제를 다른 데로 옮겼다. 마음을 닫아버린 것이다.   


당시 나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어가고 싶었다. 책을 펴내고 강연을 하고 상담을 한다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는 자만심에 차 있던 모양이다. 알고 보면 나는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이 마음을 열지 않았으니 혼자만 신나서 떠들었던 것이다. 상대가 내 이야기에 공감이 가지 않았다는 걸 깨닫기라도 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현상은 보통 상하관계가 분명해 탑다운 방식의 의사소통이 주를 이루는 경직된 조직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처럼 소통을 단순한 Communication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기 위해서 소통이라는 보기 좋은 형식을 차용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소통의 기술이 결국은 내가 중심이 되어버려 상대와 거리를 더욱 멀리하게 되는 잘못된 방식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나를 중심으로 펼쳐놓은 이야기는 상대의 아픔을 더 자극하기도 한다. 내 이야기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나누는 작업이 생략되어 내 말의 정당성을 찾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만나서 대화한다는 형식의 물질적인 현상만이 아닌 인간으로서 공감하는 것이 소통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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