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말 Feb 01. 2024

축구팀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FC도르마무'의 시발점

불완전 연소



‘FC도르마무’의 시발점은 매캐한 그을음과 재만 남기고 찝찝하게 끝나버린 축구 전문 콘텐츠 제작 기업인 '고알레'에서의 나의 꿈이었다. 2015년에 공동 창업해서 수많은 아마추어 축구인들에게 뜨거운 주목을 받던 고알레에서, 함께하던 동생들과 몇십만 구독자들을 떠나는 과정이 누가 봐도 갑작스럽고 부자연스러운 이별이었기에 ‘아마추어 축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내 꿈과 자부심은 말 그대로 불완전 연소해버렸다.


이곳에 당시 상황을 이러쿵저러쿵 남기기 부끄러울 만큼 복잡한 회사 내부적인 이유들이 있었고 당시에 나는 축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쳤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축구'보다는 '조회수'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함께 했던 동료들과 행복했던 그 순간이 생각나 조금은 주저하겠지만 지금 당장 그 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축구 콘텐츠 제작을 그만하고 싶다는 내 마음의 소리는 의외로 오래 가지 않았다. 불완전 연소해버리 잿더미를 쑤시니 말간 불씨가 꺼지지 않고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축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간다'라는 나의 꿈. 그러나 고알레를 그만두고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다. 팀이 아닌 혼자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혼자이기에 남의 눈치 안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2019년 겁 없이 축구팀을 만들게 되었다. 당시 유튜브에는 소위  ‘잘 나가는 축구 유튜버’들이 이미 많았다. 축구 관련 콘텐츠는 범람했고 꿀팁이나 챌린지, 해외 축구에 대한 영상은 가득했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평범한 축구 이야기는 없었다. 그 점이 아쉬웠다. 우리가 수강 신청하듯이 가까스로 빌리는 주말 운동장 위에서 벌어지는 우리들의 축구를 다루는 곳은 흔치 않았으니까. 그래서 축구에 진심인 우리들의 진짜 평범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FC 도르마무는 축구에 진심인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다. 그리고 대한민국 아마추어 축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은 내 개인적인 욕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보여지는 것도 대단치 않을 수 있고, 우리들의 실력도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에 진심인 평범한 팀원들과 함께 매력적이고 땀내나는 팀을 만들어갈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앞으로 우리의 평범하지만, 그 뜨거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