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SNS 스팀잇에 기대를 거는 이유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뭔가를 만드는 삶은 고단하다. 제작 요청과 수정 피드백의 반복 그 어디쯤에서, 제작자는 자기 손을 거쳤으되 결국 자신과 상관없는 결과물를 쏟아낸다. 이쯤 되면 제작자의 머릿속에 어떤 소원이 자연스레 떠오를 법하다.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클라이언트 없이) 마음껏 만들어내는 것 말이다. 거대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 대해서일 수 있다.
문제는 통장 잔고 앞에 '하고 싶은 일'은 무력해진다는 사실이다. 클라이언트 없이는 보상도 없다. 적절한 보상 없이는 지속 가능한 제작도 없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좋아서 하는 일에 보상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제작자들은 자기 관점에서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말이다. ‘잉여로운’ 콘텐츠 제작을 계속 하려면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블록체인에서 발견하기 시작했다. 제작물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반의 SNS인 스팀잇에서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암호화폐인 스팀달러와 스팀파워가 지급된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받고 제작하는 콘텐츠 수익에 비할 순 없겠지만, 자발적으로 만든 콘텐츠에 보상이 주어진다는 건 분명 획기적이다. 스팀잇에서의 영향력이 높아지면 콘텐츠에 대한 보상도 늘어난다. 다만 스팀잇 안에서도 불평등은 있다. ‘고래’라 불리는 파워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 노출빈도는 압도적이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등 보상을 많이 받는 콘텐츠 키워드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스팀잇은 자신의 창작 노동을 무일푼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무명 창작자에게 보상을 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자발적 제작노동에 주어지는 공짜 돈. 돈에 대응되는 실물이 있어야 그 돈이 가치를 갖는 기존 경제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실물 경제에서는 돈을 발행할수록 화폐 가치는 떨어진다. 하지만 스팀잇에서는 공짜 돈이 발행된다고 돈의 가치가 없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그렇게 받은 공짜 돈을 실물경제에서 쓰는 돈으로 환전할 있다. 스팀잇에서 번 돈으로 물건을 샀다거나, 스팀잇 수익 덕에 아르바이트 수준의 용돈벌이를 했다는 사례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스팀잇의 암호화폐가 실제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뭘까? 스팀잇 커뮤니티가 활성화돼기 때문이다. 스팀달러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면, 그 사람들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생태계가 활성화된다. 생태계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질 높은 콘텐츠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스팀잇 생태계의 영향력은 계속 높아진다. 노동력이던, 실제 돈이던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참여자들의 기여는 늘어난다.
스팀잇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은 분명 기대할만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스팀잇을 포함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충분히 성장했는지는 미지수다. 스팀잇 서비스의 근간인 블록체인 방식은 기존의 서버-클라이언트 통신방식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늦다. 빠른 정보 처리에 적응된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여기에 정보의 위조 및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역으로 문제가 생긴 정보를 수정할 수 없다는 한계도 보여준다.
글의 질과 상관없이 스팀잇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고래’들의 콘텐츠가 높은 보팅을 받는 것도 문제다. 더불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주제가 대부분인 가운데, 개인의 일상 이야기는 설 자리가 없다. 제작자 개인의 성향을 버리고 시류에 편승할까, 아니면 끝까지 관심 있는 주제의 콘텐츠를 만들까. 현실 속 콘텐츠 제작자들의 고민은 스팀잇에서도 계속된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유통은 해볼 만한 실험이다. 스팀잇 안에서 제작자들은 콘텐츠 제공자임과 동시에 스팀파워와 달러를 기반으로 타인의 콘텐츠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투자자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 수도, 혹은 타인의 가치 있는 콘텐츠를 퍼트리는 데 적극 기여할 수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스팀잇의 세계에서 스스로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제작하고 투자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 기회를 얻은 것인지 모른다. 불편한 사용자 경험에 투덜대면서도 스팀잇을 계속 써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참고자료
https://steemit.com/coinkorea/@seungjae1012/steemit
https://steemkr.com/kr/@nand/4zpukk
https://steemit.com/kr/@hiconcep/7jcvms
https://steemit.com/kr/@philipkoon/6nb7lf
https://steemit.com/kr/@polonius79/stee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