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상민 Jan 29. 2022

1 - 누미노제 : 성스러움에 관하여 (2021)

유상민 : 플루트 독주와 앙상블을 위한『누미노제 - 성스러움에 관하여』

제32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 (2022.1.12 ~ 14)


   20세기 독일의 신학자, 철학자, 그리고 비교 종교학자인 루돌프 오토는 1917년에 출판한 『성스러움 : 신 관념에서 비합리성과 그것이 합리성과 갖는 관계』라는 책을 통해 모든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인간 고유의 경험이자 종교적 경험으로 포괄적으로 수용된 성스러움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종교에는 명확한 개념적 이해와 언어적 표현을 초월하는 어떠한 비합리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종교 관념에 있어서 비합리적인 측면을 누미노제로서 설명한다. 누미노제는 사람에게 피조물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외경심과 두려움’, 매혹을 불러일으키는 ‘절대 타자로서의 무서움’, ‘압도적인 권위’, ‘신비’로 요약되며, 이와 같이 인간은 성스러움을 인식하는 누멘적 감각들이 선험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악곡은 위와 같은 누미노제적 인식을 바탕으로, 그 개념에 내재된 시공간적 흐름에 따라서 전개된다. 개개인의 신앙과 종교를 초월하여 인간은 삶의 의미를 탐구한다는 측면에서 종교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악기군의 희미한 감각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악곡은 독주 악기인 플루트를 중심으로 누미노제에 기반한 실존론적 질문을 내던진다. 청중들이 이 음악을 듣고 또 누미노제라는 소재를 접하면서 이 성스러움이라는 개념이 개개인의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음악적 경험을 하는 것이 이 악곡의 궁극적 목표이다.



[제32회 대구국제현대음악제 - DCMF 앙상블 개막연주회 - 2022.01.12]


DCMF Ensemble Concert (2022.01.12 Wed. 19:30)


지휘자 : 최세훈

연주자 : DCMF 앙상블

▷ 플룻 솔로 - 강나래

▷ 플룻 - 김현지

▷ 오보에 - 박해용

▷ 클라리넷 - 김민지

▷ 바이올린 - 김수지, 김보라

▷ 비올라 - 이송지, 최민정

▷ 첼로 - 배규희, 오소영

▷ 더블베이스 - 우현수, 이효선

▷ 피아노 - 윤민경, 김효준


  여러 번의 리허설 동안 진심을 다해 임해주신 최세훈 지휘자님과 DCMF 앙상블 선생님 그리고 많은 신경을 써주신 대구국제현대음악제의 젊은 음악인의 모임 및 대구콘서트하우스 선생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무대 올릴 기회가 계속 취소되어 수업 외 연주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이러한 연주 경험에 미숙했던 저를 많이 이끌어주시고 또 도와주셨습니다.


[2022년 1월 12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DCMF 앙상블 (지휘 : 최세훈)에 의하여 초연됨]




[ 프로그램 노트 ]


Program Note




[ +) 플룻 독주 선율은 "국악기 대금과, 이에 따라 국악적 음계"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습니다. ]


Numinose - Das Heilige 악보 발췌 - 마디 1 ~ 3


Link : https://youtu.be/uScGAYy7rBw
유상민(Sang-Min Ryu) : "Numinose : Das Heilige" For Flute Solo & Ensemble | Flute Solo 강나래(Na-Rae Kang)




  이제 1달 후 3월이 되면, 학부 4학년에 진학하게 된다. 2019년에 새내기로서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바라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2학번 후배들이 합격소식을 알려오고 있다. 여러모로,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시기이다.


  앞서 내가 개진했던 담론들이 누군가에게는 고담준론(高談峻論)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를 지극히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사고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요즈음에 이보다 현실적인 요소들(나의 미래, (현실) 경제, 정치, 사회, 코로나 등등)로 잠시 시선을 돌리게 되는 순간, 나 자신은 텅 빈 채 커다란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무언가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나 자신은 고고하게 앉아서 추상적 세계에 몰두하는 느낌이다.


다시 소리를 그리던 추상의 세계, 그 오선보가 놓여 있던 책상으로 돌아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