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록의 서사

삶의 주인으로 가는 여정

by 이민




1. 요리에 의도를 담는다는 것



여러분은 흑백요리사를 즐겨보십니까? 즐겨보신다면 흑백요리사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흑과 백이라는 구조, 초호화 출연진, 흥미진진한 대결, 서사와 감동...

여러 가지 매력이 있겠지만 저는 단연 이것 하나로 인해 다른 경연프로와 차별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린샷 2026-01-24 211132.png 요리괴물을 심사하는 안성재 심사위원


바로 안성재 심사위원과 그의 심사 방식입니다.

그는 한국의 유일무이 미슐랭 3 스타 오너셰프로서 어느 누구도 심사에 토를 달 수 없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다소 복잡하고 모호한 심사방식을 적용합니다. 요리의 완결성을 넘어 의도가 무엇인지, 적절히 표현되었는지 말이죠.


절대적인 권위로 휘두르는 안성재만의 모호한 평가방식, 여기서 발생하는 긴장이 흑백요리사 시즌 내내 모든 요리사들과 시청자들을 숨 막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리에 의도를 담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왜 요리에 의도가 담겨야 하는 겁니까?

의도가 담긴 요리는 무엇이 다릅니까?


어쩌면 최강록 셰프의 우승 서사에서 의도라는 것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 최강록의 삶


스크린샷 2026-01-27 092528.png 안성재 유튜브에 출연한 최강록 셰프


약 2주 전 흑백요리사 2 최종화가 방영된 이후, 최강록 셰프는 안성재와의 인터뷰에서 재도전하게 된 속사정을 밝혔습니다. 김학민 PD가 시즌2 출연을 제의하며 '완전연소'하는 기회로 삼자고 했더군요. 최강록 셰프는 이후 연소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다고 합니다.


대담한 제의이며 소름 끼치는 결정입니다. 당시 최강록 셰프는 뒤로 물러설 공간이 없었습니다. 마셰코 2에서 우승하긴 했으나 그 이후 뚜렷한 성과는 없었고 하물며 흑백요리사 시즌 1에선 탈락한 상태였으니까요. 이미 성황리에 업장을 유지 중인 다른 셰프들과는 다른 입장이었습니다.


어수룩하지만 실력 있는 숨은 고수의 이미지, 물 들어올 때 노 버리는 그 사람, 만약 최강록 셰프가 시즌2에서 형편없이 떨어졌다면 대중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그때도 지금과 다름없이 사랑하고 관심을 주었을까요?


스크린샷 2026-01-24 203522.png 히든 백수저로 등장한 최강록 셰프


사실 최강록 셰프의 과거를 돌아보면 그는 항상 '모든 것을 걸고'로 움직여왔습니다. 외대에 다니다 자퇴한 후 만화책을 보고 감명받아 초밥집을 시작한 일, 식당을 운영하며 아는 척하는 것에 질려 30살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일, 반찬가게에 실패한 뒤 참치 무역회사에 다니다 마셰코 2에 지원한 일 모두 말이죠.


언뜻 이 사람 특이하네 하고 웃고 넘어갈만한 이력들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하나하나가 물러서면 낭떠러지인 선택지였습니다. 마셰코 2가 잘 안되었으면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고 한 대목에선 소름이 돋기도 하지요. 따라서 최강록 셰프는 초밥가게 이후 쭉 척하지 않고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고독한 여정을 해온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자기 연소라는 것을 무릅쓰고 재도전한 것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는 삶 내내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살아왔고, 그에게 타협은 삶이 아니었으니까요.





3. 삶으로 증명되는 의도


스크린샷 2026-01-27 100735.png 세미파이널 1차 미션에서 최강록 셰프가 선택한 메뉴 '무시즈시'


세미파이널 1차전 '무한요리천국', 7인의 셰프는 180분 동안 약 500여 가지의 식재료를 활용해 경쟁하게 됩니다. 요리의 개수도, 심사의 횟수도 무제한이며 한 번만 최고점을 달성하면 파이널로 진출하게 되는 규칙이었지요. 다수의 셰프가 자신 있는 요리 3~4가지를 시도해 최고점 갱신에 도전하는 동안 최강록 셰프는 180분의 마지막 1초까지 단 한 가지의 요리에 집중합니다.


자신이 요리에 입문하게 된 초밥과 마셰코 2로 명성을 얻게 된 조림장인 이 둘의 서사를 한대 집약해 낸 찐 초밥인 무시즈시. 그는 "다 조려버리겠다"며 해산물, 버섯, 채소를 각각의 양념과 시간에 맞춰 조려내 하나의 아름다운 요리로 완성해 냅니다. 백종원과 안성재 심사위원 둘 다 "어떤 걸 먹을까 두근거렸다", "한 번의 임팩트가 모든 걸 잊게 만들었다"라고 극찬하며 종합 최고점을 부여했죠.



스크린샷 2026-01-24 205328.png 무시즈시를 선보이러 입장하는 최강록 셰프


심사기회와 요리개수가 무제한이라는 건 어찌 보면 하나의 함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각각의 요리사들이 이 세미파이널 무한요리천국이라는 단 한 번의 기회에 내보일 유일한 수. 거기에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삶으로 증명가능한 실력과 맥락이 집대성된 치명적인 요리가 선보였어야 합니다.


최강록 셰프는 바로 이 자리에서 초밥과 조림으로 정면승부를 걸었습니다. 요리인생의 시작인 초밥과 타인들이 부여한 조림핑이라는 수식어. 최강록은 모둠 조림 초밥이라는 무시즈시에 지난 20년간 타협하지 않고 승부해 온 인생을 녹여냈고, 180분 동안 묵묵히 요리해 낸 그 결과물이 이를 증명합니다.





4. 압도적인 의도의 무게


스크린샷 2026-01-27 103500.png 파이널에서 요리를 설명하는 최강록 셰프


여러분이 심사위원이라면 위태로웠던 20년 인생을 담은 요리를 가져온
참가자에게 우승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까?



최강록 셰프는 파이널 '나를 위한 요리' 미션을 완벽히 재해석 했습니다. 단순히 나의 추억 속에 있는 요리를 해내는 것이 아니라 1) 조림 잘하는 척을 깨기 위한 탕요리, 2) 자기 점검의 깨두부, 3) 과거의 고뇌를 상징하는 닭뼈, 호박잎 속 우니, 빨간 뚜껑 소주. 이는 나를 위한 요리를 넘어 가짜를 걷어낸 순수한 나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스크린샷 2026-01-27 103530.png 파이널에서 깨두부를 만드는 최강록 셰프


완벽을 넘어 부인할 수 없는 정답.


대중의 서사를 신경 쓰는 백종원 심사위원과 완결성ㆍ의도를 강조하던 안성재 셰프로 하여금 도저히 우승 결정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완벽한 외통수인 것입니다.


귄위있는 요리경연의 파이널에서 자기 점검을 언급하고, 노동주라며 빨간 뚜껑 소주를 가져와 심사위원들과 잔을 주고받는 순간 이미 최강록 셰프는 모든 주도권을 자신에게 돌려놨습니다. 아무리 주제가 '자신을 위한 요리'라 할지라도 모든 방면과 형식에서 그 자리는 심사의 모습을 띠고 않았거든요.





*의도(삶)를 녹여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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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끝에서 '아 이래서 안성재 셰프가 의도를 강조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삶으로 증명되는 의도를 투영한 요리. 그 안에는 감히 3 스타 미슐랭 셰프도 성공한 사업가 백종원도 부인할 수 없는 무게가 깃듭니다.


단지 최강록 셰프뿐만이 아니라 흑백요리사 그리고 많은 요리경연프로그램, 혹은 요리경연을 넘어서 모든 영역에 해당하는 깊은 울림일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자신의 인생을 걸고 명확한 의도를 투영해 낼 때 인간은 자신의 인생에 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인생에 주인이 된 이상 거기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습니다. 오직 자신이 추구한 의도만이 오롯히 남아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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