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부터 무덤까지 외모가 미치는 영향
최근 사회인식의 변화는 놀랍다. 15~20년 전만해도 외모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양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과거 유교사회의 영향일지 눈치보는 한국 고유의 문화였는지 모르겠으나 다들 알게 모르게 호감은 가지면서도 이를 드러내거나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관시키는 경우는 적었던듯 하다.
하지만 사회가 투명해지고 SNS의 발달로 시각정보가 자본화되며 외모는 점차 강력하게 변모했다. 남녀 구분없이 성형과 피부 시술이 보편화된 지금, 외모가 우월하면 남녀노소 연령불문 감탄하고 찬양해 마지않는 지금은 가히 외모지배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과연 외모는 인생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칠까? 단순히 연봉이 더 높다거나 재판 형량에 영향을 끼친다는 단편적인 연구결과 말고 실질적으로 전체 인생에 작용하는 영향이 궁금했다. 이 물음에서 나는 인간의 출생(유아)부터 노년(사망)까지 외모가 인생에 차지하는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 논문을 기초로 확인했다.
유아기(1세~5세)
유아기는 뇌와 성격이 완성되는 시기이다. 전두엽을 포함한 신경망의 90%가 5세 이전에 설계되기 때문.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이 타인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성격으로 고착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연구에 따르면 생후 약 6개월부터 아기는 외모지상주의를 마주한다. Langlois et al. (1995)의 연구에 따르면 산모는 매력적인 아기에게 더 많이 미소짓고 더 오래 응시하며 신체적 접촉을 20~30% 더 많이하는 경향이 있다. 이정도의 풍부한 반응은 아기의 코르티솔과 옥시토신 호르몬 차이를 만들고 안정애착에 관여해 뇌의 정서조절 부위 발달을 결정짓는다.
또한 3세부터 또래들도 외모를 따지는 것으로 확인된다. Vaughn, B. E. (1983) 연구 결과, 매력적인 아이는 평범한 아이보다 놀이 파트너로 선택받을 확률이 40% 높다. 반면 매력도가 낮은 친구들은 집단에서 배제당할 확률이 2.5배 높다고 한다. 심지어 매력적인 아이는 잘못을 해도 단순한 실수로 넘어가는 경우가 25% 더 많다고 한다.
이처럼 가족과 주변 환경으로부터 형성되는 수많은 반응들이 중첩되어 외모는 유아기부터 깊숙하게 한 인간의 자아존중감을 조각한다. 가정환경, 지능 등 다른 상관요인을 제외하고 단순히 외모만으로 6~10%정도의 수치가 5세 아동의 인생을 정한다. 문제는 여러분이 기억하지 못할때 형성된 이 수치들이 죽을때까지 복리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아동~청소년기(6세~20세)
학교는 인간이 마주하는 첫 공식 평가기관이자, 서열과 역할이 분류되는 장소이다. 국가와 사회의 필요로 인해 과목별 점수와 차등이 부여되고 인간관계에서도 타인으로부터 인정 및 거부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자신이 있어야할 위치가 각인된다.
후광효과(Halo Effect), 실제 지능과는 관계없이 이 시기에 외모로 인지적 능력을 평가받는 상관관계는 0.7에 달한다. 0.7이라는 수치는 사실상 '예외없는 법칙(신장과 체중의 상관관계)'의 수준으로 교사, 가족, 또래로부터 생긴대로 '지능이 높고 낮음'을 평가받는다. (실제 상관관계는 0.1 수준으로 무관하다)
교사들은 매력적인 학생의 실수를 '일시적 부주의'로 매력적이지 못한 학생의 실수를 '능력 부족'으로 규정한다. Clifford, M. M., & Walster, E. (1973)의 연구에서 교사들은 동일한 수준의 과제물에 있어 매력적인 학생이 10~20%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모는 교내 서열과 괴롭힘의 가장 높은 인과요인으로 외모가 떨어지는 아이들은 매력적인 아이들보다 집단 괴롭힘의 타겟이 될 확률이 약 1.5배에서 2배 높은것으로 밝혀졌다.
외모가 상급인 학생은 하급에 비해 이성으로부터 데이트 신청받을 확률이 500% 높다.
외모에 불만족도가 높은 청소년은 만족도가 높은 집단보다 자살사고 확률이 300% 높다.
고등학교 교사들은 실제 학업능력이 똑같아도 외모가 상위권인 학생에게 10% 높은 내신성적을 부여한다.
이 결과들은 세계각지에서 1990년대부터 발표되어 지금까지 교차검증, 인용되고있는 학문자료로써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 아니 높은걸 떠나서 사실 연구가 필요없는 우리 모두가 몸소 체험한 '그것'이 나라와 시대를 뛰어넘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외모는 유아기때 뇌 신경계 구성에 깊게 관여해 성격을 완성하고 아동 청소년기에는 서열과 신분을 고착시킴을 확인했다. 우리는 과연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몇천, 몇만번의 상호작용을 할까? 여기에 노력이나 도전이라는 의식적 작용은 몇퍼센트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유아 청소년기에는 그렇다 치고 성인부터는 다들 이성적이고 배웠으니 노력으로 외모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성인기(20세~40세)
경험상 이를 악물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건 대개 20대 초중반 쯤이었던것 같다. 자격증을 따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라고 말이다. 그후론 열심히 야근해서 승진한뒤 연애도 열심히해서 결혼해야하는 마치 열심히하면 많이는 아니어도 만족할 만큼은 상승할 수 있다는 달콤한 이야기들. 그럼 과연 외모는 노력하면 뒤집을 수 있다는 성인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한번 확인해보자.
슬프게도 외모는 성인기에 오히려 더 확실한 영향을 끼치는것으로 확인된다. Hosoda, M., et al. (2003) 연구에 따르면 매력적인 사원은 연봉 10%이상 더 많이 벌어 평생동안 약 3억원 이상의 추가 소득을 벌어들인다. 소득 뿐만 아니라 첫 승진까지 걸리는 시간 마저도 평균 1.2년 ~ 1.5년 짧다고 한다.
심지어는 부동산 구입도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이 빠르다. 금융권의 대면 대출심사에서 매력적인 대출 신청자는 그렇지 않은 신청자보다 대출 승인확률이 15% 더 높으며, 더 유리한 협상 조건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위에서 밝힌 '미모 프리미엄'을 얹어 외모 상급군은 하급군에 비해 첫 주택 구입 시기가 평균 3~5년 이르다.
고기도 먹어본놈이 더 잘 먹는다고, 연애시장에서도 상위 10%의 매력적인 남성이 하위 10%에 비해 데이트 제안을 받을 확률이 500% 높다.(놀랍게도 청소년기 수치와 동일하다) 데이팅 앱 연구결과(Tinder data)에서는 사실상 상위 20% 남성이 상대 80% 여성을 독식한다고도 확인했다.
이 격차는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비선형적,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최근 SNS와 인플루언서 계층으로 인해 단순히 외모가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상위 1%의 외모가 대부분의 소득인 80%가량을 독점(Winner-Take-all)하는 구조로 변화했다.
Bakker et al. (2022)연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서 얼굴 노출 여부와 미적 완성도가 팔로워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은 비노출 대비 440% 높으며 외모가 중요한 산업(유튜버, 인플루언서, 세일즈)에서 상급 외모와 하급 외모의 소득격차는 500% ~ 1,000%에 달한다고한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노년기(65세 이상)
재밌게도 오히려 젊을때 상위권 외모를 가졌던 사람들은 노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끼며 이로인한 우울지수가 평범한 군보다 약 15% 높다고 한다. 지금까지 찾아본 연구자료 중 유일하게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한 결과다. 있어봐야 신경만 쓰이지 없는게 편해~
하지만 실제 사회적 고립이나 의료현장에서 외모에 따라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 출생시부터 노년이 되어서까지,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은 자신의 나이지 사회와 타인의 시선은 그대로이기에 노년기가 되어서도 외모는 유의미한 인생의 영향을 끼친다.
매력적인 노인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의료진으로부터 더 많은 대화시도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확률이 20% 높다. 간병인들은 보통 매력적인 노인이 '더 정신적으로 맑고 협조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더불어 매력적인 노인은 평범한 노인에 비해 주기적으로 교류하는 지인이 1.2 ~ 1.5배 더 많다. 따라서 외모가 하위권인 노인은 상위권인 노인에 비해 심각한 사회적 고립을 느낄 확률이 30% 더 높으며 이는 건강악화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선대의 노력
지금까지 외모가 연령별, 분야별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생각보다 세세한 영역까지 외모는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 작은 부분들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것으로 보인다. 어린왕자는 중요한건 외형이나 물질이 아닌 내면에 있는 정신세계라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정신세계를 조각하는건 외면과 물질일지도 모른다. 사실 정신세계는 뇌의 시냅스 작용에 따른 연산결과 아닌가?
사실 외모와 내면을 나누는것 조차 편협한 인간식 사고일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의 외모를, 500년에 걸친 조상과 선대의 짝짓기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이건 단지 외적인 요소인건가 아니면 선대의 '보이지 않는 내면수련의 결과'인 걸까. 그렇다. 사실은 따져봤자 바꿀 수 없고 분석한다고 한들 개념적인, 허상에 불과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꼬집고 넘어가야할 점은, 세상이 선호하는 외모의 우월성과 다년간의 연구결과로 교차검증된 상관관계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신이 설계했든 자연선택과 진화를 걸쳐 이르렀든 우리는 시각정보를 통해 0.5초 내에 상대를 판별하는 존재이다. 이런 대전제를 개인의 도덕정 취향이나 정치사회적 옳고그름으로 강요하는건 옳지 못하다. 개인이 개인에 의해서 알아서 판단하고 납득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심오하지만 그렇다.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사는 존재인 것이다.
바꿀 수 없잖아? 우리 탓 아니다.
외모가 못나서 좀 무시받고 살 수 있다. 혹은 좀 잘나서 조금은 윤택하게 하고싶은거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모든 이는 각자 단 하나의, 복제할 수 없는 꼴과 맥락을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는것.그래서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할 독특한 함수이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확인해보고 살만한 재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부모탓 하지 말고 자녀 탓 하지 말고 그리고 내 탓 하지말자
그냥 확인해본다는 생각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