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쿼카킴 Jan 31. 2019

저는 플라스틱입니다

청년인문프로젝트-플라스틱바다를 구해줘

이 글은 청년인문프로젝트 삼삼오오 청년인문실험의 팀 아나바시스의 팀원들이 작성한 글입니다.



이승현     


  안녕하세요. 모두들 제 인사는 처음 받아 보실 거예요. 저는 102살,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제 소개를 해야겠죠? 제 삶은 17세기 당구공의 재료로써 비싸고 귀했던 코끼리 상아를 대체할 물질을 찾으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수많은 실험과 연구 끝에 1907년 ‘베이클라이트’라는 물질이 발명되면서 드디어 제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죠. 제 탄생은 그야말로 모두가 축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산 초기에는 유럽에서 장신구, 고급화장품용기 등으로 쓰이기도 했죠.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생활용품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한번 쓰고 바로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기뻐했어요. 저를 마음껏 쓰고 버려도 된다고 말이죠. 그래도 괜찮았어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쓸모있는 물건으로 인정받는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2019년, 현재 102살이 되고 지금 상황은 아주 많이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열었던 것만 같은 축복을 받았고 지금도 모두의 삶에 있어서 빠지지 못하는 제가 이제는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두들 몇 십년동안 플라스틱에 묻혀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먹는것에 혹시나 플라스틱이 들어가 있지는 않을까 이제야 걱정하기 시작했죠. 물론 지금의 상황에 오기까지 저는 이미 끔찍한  상황들을 많이 봐오고 있었습니다. 다만 인간들이 그 사실을 묵인하고 언젠가는 괜찮아 질 줄 알았던, 누군가는 해결할 줄 알았던 그런 문제로 보아왔던 것이지요. 

  제가 겪었던 일들 중 정말 끔찍했던건 동물들이 저를 먹이로 알고 먹었다는 것입니다. 한번은 ‘알바트로스’라는 어미새가 저를 먹이로 물어갔던 일이 있었지요. 그 어미새는 자식을 먹일 먹이를 찾기 위해 아주 멀리서 날아오고선 한참동안 둘러보더니 저를 먹이로 착각하고 입안에 담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저를 알리없는 그 새는 충분히 아기먹이를 채웠다고 생각했는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떠나갔어요. 아기새에게 그대로 먹이를 주는데 저 또한 아기새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하지만 전 먹이로 먹히는게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온몸이 찢어지고 부서지는 고통은 느껴봤지만 먹이로 먹혔을 때는 소화되지 않은 채로 나올 수 있었으니까요. 언제 다시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던 찰나 뱃속이 꿈틀거리면서 평생 들어보지 못한 고통스러운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건 아기새가 괴로워하는 소리였던 거에요. 제가 무언가를 방해하고 있나봐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아기새가 고통 속에 계속해서 울부짖었어요. 그리고 그 새가 죽어가는게 느껴졌어요. 또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미새의 절망적인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그렇게 아기새는 죽었어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그곳에 저만 계속 남아있었어요. 왜냐구요? 저는 썩지 않으니깐요. 제가 아기새를 죽여버린것만 같은 죄책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 일이 마지막인줄 알았지만 전 다른 장소에 있는 동물들에게 가서도 비슷한 일들을 계속 겪어왔어요. 고통스러운 일이 아주 오랜시간동안 반복 되었죠. 여러분! 이 아기새 말고도 정말 많은 해양생물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알고 계신가요? 이것은 더 이상 방관할 문제가 아닙니다. 해양생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얘기는 곧 인간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겁니다. 인간에게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니 이제야 얘기가 귀에 들어오시는 가요? 인간 사회에서는 항상 힘이 없는 약자들이 이런 고통을 먼저 겪게 되지요. 물론 그 약자엔 동물들도 포함되구요. 인간들에 의해 희생된 많은 동물들을 생각해보세요. 정말 저 때문인가요? 이젠 제가 여러분들이 먹게 되는 수많은 음식들, 마시는 물, 음료수, 소금 등등 안 들어가 있는 곳이 없어요. 제발 제가 생물들의 고통스런 비명을 듣지 않게 도와주세요. 저는 다른 동물들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생산을 줄여주세요 그리고 다른 물건으로 대체해주세요. 여러분들이 만들었던 최초의 제가 아직 살아있답니다. 그동안 여기저기 부딪히고 쓸리면서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그리고 아직도 수명이 500년이나 더 남았네요. 오래 사는게 축복인줄 알았는데 모두가 그런 저를 원망하네요. 저는 인류와 동물들에게 희대의 범죄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물론 저를 여러분들이 발명해내고 무분별하게 사용했지만 말이죠. 이건 저만의 문제인가요? 제발 저를 이 고통 속에서 구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광안리의 모래, 플라스틱을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