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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an 24. 2022

산적과 봉이 김선달

정치에 관심은 1도 없지만



작년 가을에 양양에서 며칠 묵었다. 

낙산사 표지가 자주 눈에 띄었다. 

전망 좋았던 바닷가 생각이 나서 들어갔더니 입장료 4000원 주차료 따로, 

흠, 절을 가고 싶은 것은 아닌데, 

지도상으로 보면 절과는 상관없이 바닷가 길로 들어서는 마을이 있는 것 같아서

다른 길을 돌아 바닷가 쪽으로 갔다.

 절 주차장이 아닐 듯해서 차를 세우니

주차장 관리자가 바람처럼 다가와서 시동도 끄기 전 손을 내밀었다. 

아, 절이 푸르딩딩하게 피어난 곰팡이처럼 돈독이 올랐구나. 

그다음 날은 설악산을 걷기 위해 신흥사 쪽으로 갔다. 

절 앞 넓은 주차장이 아닌 보통 길 같은 곳에 차를 세우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쏘아놓은 화살처럼 주차 징수원이 다가왔다.

 여기도 절 땅인가 보군, 땅도 넓네. 

남편에게 한마디 안 할 수 없었다. 

‘마치 아귀들 같네. 돈 받으러 오는 모습이,’

 ‘아귀 종류가 무려 36종이 있대,

몸은 집채만 한데 입은 작고 목은 가느다라하게 생겨서 늘 배가 고프다는군, 

그래서 저렇게 돈을 탐하나 봐’. 

물론 아주 작은 소리로 주고받는 우리만의 소심한 대화였다. 

신흥사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는데 진짜 화가 났다,. 

‘아니 왜 설악산을 걷는데 신흥사에 돈을 내야 하지?’ 

소리치고 싶었지만 역시 작은 소리로 남편에게 말한다.

 ‘나는 절이 아니라 그냥 우리 산, 설악산을 걷고 싶은 거라고,’ 

‘노른자 위 절 세 곳이 불국사 낙산사 신흥사라더군.

 이삼십 년 전에 여기 신흥사에서 주지 살해 사건이 일어났어.

 개미도 죽이면 안 된다고 땅을 살펴 걸으시는 분들이

주지 자리를 탐해서 백주의 살인을 한 거지,’







사실 오래전부터 국립공원 내 절 관람료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할 정도로 많은 사람의 분노를 사고 있다.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었는데도 끄떡하지 않고 

20곳 넘는 대형 사찰들이 우리의 산! 입구를 막아선 채 통행세를 걷어 들이는 것이다. 

과연 정당한 일인가, 

문화재 관람료의 17%를 총무원에 상납하고 나머지는 사찰 운영비 공사비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뭔가 좀 조직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래서 얻게 된 공공연한 별호가 산적, 봉이 김선달이었다.

이런 별호를 부끄럽게 여긴 부산 범어사 구례 천은사 등은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할렐루야! 


지난해 10월 5일 국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정창래 국회의원이 

비싼 월급 값을 하노라 이 별호를 살짝 사용하며 

문화재 관람료 매표소를 국립공원 입구가 아니라 사찰 가까운 곳에 설치해

불필요한 분쟁을 막아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지혜롭고 온유한 발언으로 생각한다. 

받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사람에게는 받는, 

그저 약간의 장소 이전을 권유한 것이다. 

불교가 벌통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벌 떼처럼 들고일어났다.

정 의원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해도 안 통하고 

조계사에 가서 108배를 올려도 안 통했으며

대통령 후보와 당 대표의 사과도 안 통했다. 

드디어 방역지침조차 상관없다는 듯

동안거 하는 사람들조차 불러내 수천 명이 조계사에 모였다. 

생각해보니 이유는 간단하다. 

저 유머러스한 별호가 너무도 적나라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픈 것이다. 

물론 돈도 함께 아픈 것이고, 

그런데 정말 모르는 것일까? 

그 강력한 시위가 오히려 산적이나 봉이 김선달이라는 별호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혹시 이런 생각일까?

“산 좋은 곳이니 산적이고 

물 좋은 곳에 사니 봉이 김선달도 맞아,

그러니 입장료는 꼭 받아야 해.”


 그나저나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낸 의견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선거를 빌미 삼아 저리 겁박을 한다면 민주시민이라 할 수 있을까?       

(교계신문 연재글)


사진은 전부 정발산 눈내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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