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깨지 말아라.
에베레스트를 오르다보면 적잖은 주검들을 맞이한다.
팔만, 다리만, 뒷모습만 남아있는 ...
누군가의 친구이자 연인이자 아들이었을 주검을 스쳐지나며
알고도 데려오지 못한다.
알기에 데려오지 않는다.
죽음이 멀지 않은 곳
하늘과 가까이 있는 곳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곳
꽃 한송이 피우지 못하는 얼어붙은 땅
몸도
마음도
사람도
삶도
모두 멈춰버린 곳으로 간다.
낯선 타지의 풍광이 되어버린 누군가의 주검
그 주검 중의 하나가 되는 일
죽음을 불사하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던 그들처럼
죽음을 맞이하며 당신에게로 오른다.
나도 그들을 지나
아주 긴 겨울잠을 청하려 한다.
꿈이라면 깨지 말아라.
팔다리 다 썪어 문드러져서
아팠다고 징징거리지 않도록
다시는 깨지 말아라.
외롭진 않았니?
춥진 않니?
당신도 한번쯤
사랑하게 되면 한번쯤
부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한번쯤
그렇게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 되지
비가 내리면 비에 젖으면 되지
내내 오면 내내 맞으면 되지
내내 내리면 내내 젖으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