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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TnG 상상마당 시네마 Jun 17. 2022

김시선&민용준, 독보적 감성<애프터 양>을 이야기하다

김시선 & 민용준 영화저널리스트와 함께하는 상상톡톡 & 미니 인터뷰 공개

<파친코> 코고나다 감독과 콜린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 민 주연의 <애프터 양>은 안드로이드 인간 '양'의 기억을 탐험하면서 시작되는 상실과 사랑, 그리고 삶에 관한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최근 <범죄도시 2>, <브로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등 극장가를 점령한 쟁쟁한 대작들 속에서도 <애프터 양>은 독보적인 매력으로 <벌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잇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이번 상상마당 시네마에서는 <애프터 양>을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140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작가로도 활약 중이신 김시선님과 영화저널리스트 민용준 님을 모셔서 상상톡톡(GV)를 진행했습니다. 신선한 조합(?)의 게스트로 주목을 받은 이번 행사에 앞서 GV 시작 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당지기가 두 분께 궁금했던 부분들을 여쭤봤습니다. 영화를 정말 사랑하고 즐기는 두 분의 미니 인터뷰를 살짝 공개해볼게요:)  


<애프터 양> 상상톡톡을 진행해주셨습니다. GV를 진행하고 싶은 영화의 기준이 있나요?

민용준: 아무래도 <애프터 양>처럼 많은 질문을 남겨주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풍경 곳곳에 켜켜이 자리한 의미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을 이야기할 때면 저 역시 다시 한번 그 영화를 세세히 들여다보는 체험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 역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더욱 깊게 체감하는 것 같고요. 그런 시간에 참석해주시는 관객 분들을 바라보며 말을 걸 때에는 그런 마음과 마음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벅찬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김시선: 저는 영화는 '보는 것'이라는 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보는 것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보고 나면 입이 근질거려서 GV를 하고 싶어지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영화로 불러준다면 관객들과 재밌게 영화 '보는 맛'을 공유해보고 싶어요.


뻔한 질문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궁금합니다. 인생 영화는 어떤 작품들이 있나요?

민용준: 이미 세상에는 너무 많은 영화가 있고, 또 나올 것이라 한두 작품을 꼽는 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꼽는 작품은 두 편 있습니다. 언제든 다시 되돌려보고 싶은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입니다. 왕가위의 영화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화양연화>는 나이가 들수록 두 남녀의 아슬하면서도 아릿한 애수가 더욱 선연하게 전해지는 듯한 영화라 거듭해서 마음속으로 재생하게 되는 영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 면에서 지금까지 저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영화로 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를 꼽습니다. 이 작품은 어떤 어른으로 늙어가야 하는지 큰 성찰을 쥐여준 작품이라 비겁한 마음이 스며들 것 같다고 느낄 때마다 떠올리는, 저에게는 복음 같은 영화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시선: 매번 바뀌기도 하는데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체리향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인생 영화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기획, 구성, 촬영, 담긴 메시지까지 모두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의 인생 영화를 듣는 건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두 분이 꼽아주신 인생 영화를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올초 재개관한 상상마당 시네마, 앞으로 상상마당 시네마에 기대하는 부분은? 

김시선: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를 배운다'라는 개념은 저도 좋아하진 않지만, 분명 많은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해야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마치 다양한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뭐가 더 좋은 건지 안다는 말처럼요.

민용준: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극장이라는 공간이 만인에게 멀어지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결국 영화의 존재감도 함께 희미해지는 듯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최근 다시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면서 영화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라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극장이라는 공간이 제 역할을 다시 찾고 있는 시대에서 독립극장의 개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절이 아닐까 싶은데요. 멀티플렉스 체인과 다른 독립극장만의 매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획을 통해 좋은 영화를 재발견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고 아끼는 이들의 신실한 공간이 돼주길 기대합니다.


최근 칸 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님께서 '영화관이 곧 영화다. 극장용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라는 견해를 밝혀주셨는데요. 김시선 작가와 영화저널리스트 민용준 님께서 상상마당 시네마에 기대해주시는 부분도 바로 '시네마'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좋은 영화를 관객들에게 알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마당 시네마는 영화를 위해, 관객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많관부)*•̀ᴗ•́*                  


본격적으로 <애프터 양> 상상톡톡 현장을 스케치해보겠습니다!

평일 저녁에 귀한 시간을 내서 찾아주신 관객분들은 1시간 동안 엄청난 집중을 보여주시며 뜨거운 열기를 입증했습니다. 김시선 & 민용준 님은 <애프터 양>을 어떻게 보셨을까요? 마당지기도 해설이 참 궁금해지는 영화였기 때문에 함께 귀를 기울여 봤습니다.


민용준 영화저널리스트(이하 민)“우선은 연출자인 코고나다 감독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겠다. 그는 스토리보다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그리고 무엇을 느끼게 할지에 대해 좀 더 초점을 둔 감독이며, 보이는 무언가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레 이미지에 집중하게 된다.”


김시선 작가(이하 김) “영상 에세이를 만들었던 감독이기도 하고 ‘좋다고 느낀 작품의 비주얼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스타일로 보여줄까’를 고민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콜롬버스-파친코-애프터 양…필모가 쌓일수록 점차 발전하고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민 “감독도 감독이지만 ‘양’ 역을 맡은 저스틴 H. 민의 연기도 참 인상적이었다. 상당히 어려운 배역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잘 소화해냈다. 로봇(테크노)이기 때문에 표정 변화가 적은데도 맥락상 묘하게 슬퍼 보이기도 하고 묘하게 미소 짓는 것 같기도 한다. 이러한 뛰어난 연기에 힘입어 양이라는 존재는 가족 구성원들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최근 Apple TV+ 큰 화제를 모은 ‘파친코’를 통해 코고나다 감독은 대중적인 인지도를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매끄러운 연출과 뛰어난 인물 묘사, 그리고 강렬한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에 매료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토크에서는 영화 전반에 나타나는 ‘정체성’, 좀 더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아시아성’에 대한 심도 깊은 해석들이 이어졌어요.

민 “가족들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이질적이면서 흥미로운 씬이었다. 스크린 속 여러 가족들은 보편적인 가족의 형태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는 그러한 모습은 이상적인 대안 가족의 형태라 할 수 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OST인 ‘Glide’가 영화 전반에 흐르는데 감독 본인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유독 크게 와닿은 곡이라고 한다. 양이 그 곡을 좋아하는 것에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 일지까지는 몰라도, 인간과 좀 더 가까워지고 그들을 더욱 잘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이라 이해해도 될 것이다.”


김 “영화는 미성숙한 미카와 온전한 인간이 아닌 양이라는 존재를 통해, 미국에서 살아가는 동양인 감독 자신이 종종 마주했고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해 준 상황들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자랐고 ‘코고나다’라는 일본풍 예명을 사용하고 있는 그의 이러한 고민은 양, 그리고 영화 속 여러 인물의 입과 모습을 빌려서 표출된다. 특히 ‘에이다’에게 ‘제이크’가 '양은 인간이 되고 싶어 했나요?'라고 묻는 장면이 그러하다.”


물론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영화였지만, ‘어떤 점이 그렇게 유독 좋았어?’라는 질문에 선뜻 명쾌하게 대답을 하지 못해서 못내 아쉽고 분하게까지(?) 느껴졌었어요. 그 간지럽던 부분을 두 분의 해석을 통해 명쾌하게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답니다.

민 ”이 영화에서 단연 중요한 키워드는 ‘기억’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은 그 어떤 시대보다 사진(기록)을 많이 남기는 시대이고 이는 정체성이나 기억을 따라가기에 굉장히 용이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양의 기억에서는 화면비가 좁아지고, 제이크가 보는 양의 기억에서는 다시 넓어지는 등 총 3가지 화면비가 러닝타임 내내 섞여 있다. 영화는 기억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형이상학적인 무언가에 가치를 부여하는 재주가 있고 그를 통해 감정의 밀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얻는다.”

민 "가장인 제이크는 양의 기억을 통해서 양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잊고 있었던, 기저에 묻혀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감정을 터뜨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영화 초반부의 제이크와 후반부의 제이크는 꽤나 달라 보인다. 양의 상실을 통해 제이크의 가족은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찾으면서 회복하게 된다. 미성숙한 미카는 양과의 작별(죽음)을 통해, 죽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양에 대해 이입을 하게 되는 것에 묘한 느낌을 받았다. 양은 처음에 고장 났다고 인지되지만, 영화 종반부에는 고장이 아니라 죽음이라 인지하고 마침내 이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이 관객들에게 불러일으키고자 한 감정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관한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인 이야기 <애프터 양>. 정적인 이 영화가 마당지기에게 유독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유…! 상상톡톡을 통해 찾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이래서 ‘김시선~ 갓시선’, ‘민용준~ 갓용준’ 하는 거였군요. 최고의 입담을 가진 두 분의 조곤조곤한 해설을 들으니 영화의 감동이 배가되었습니다. ღ'ᴗ'ღ

1시간 정도 진행된 이번 행사는 짧게 느껴질 만큼 아쉽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정말 유익하고 즐거운 행사였습니다. 이번 스케치를 읽으신 독자분들도 두 분의 기가 막힌 케미가 궁금해지셨을 것 같은데, 머지않아 다시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상상톡톡을 진행할수록 영화에 대한 사랑과 관심도 더 커져감을 느낍니다! 김시선 작가님, 영화저널리스트 민용준 님 그리고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며 이번 스케치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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