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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Jun 20. 2019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머리말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자정을 넘긴 시간, 동문 MT 술자리에서 한 신입생이 졸업생 선배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질문으로 시작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는 해가 뜰 때까지 몇 시간에 걸쳐 계속되었습니다. 당시 신입생이었던 저는 그 질문의 대답보다 언제쯤 선배들의 강연이 끝나고 잠을 잘 수 있을지가 더 궁금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디자이너로 살다 보니 그때 그 술자리가 가끔 생각납니다. 선배들이 왜 그렇게 디자인의 본질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

    그동안 저는 여러 디자인 에이전시에 몸담으며 글로벌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작업 및 브랜딩, 디자인 전략 수립 작업 등에 디자이너로, 또 팀을 이끄는 디렉터로 참여해왔습니다. 디자인 컨설팅을 위해 미국 전역을 다니며 경험한 변화의 속도와 스케일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했습니다. 특히 현재 제가 몸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인공지능 그룹에서의 경험은 ‘이 시대에 걸맞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디자인은 어떻게 새롭게 정의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했습니다.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을 제시한다.’는 디자인의 대전제는 바뀌지 않겠지만, 인간의‘더 나은 삶’에 대한 정의는 분명 바뀌고 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변화는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광범위하게 인간의 삶을 바꿔가는데, 인간의 삶과 기술을 밀접하게 이어주는 디자인만 제자리일 수는 없습니다. 

    상용화될 제품의 형태를 구체화시키는 것만이 디자인은 아닐 것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철학’을 만드는 것, 그래서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인간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디자인 아닐까요? 디자인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짐에 따라 디자인을 하는 주체인 ‘디자이너'에 대한 정의도 함께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자이너’라는 단어 하나로 통용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디지털 카테고리만 보더라도 그 안에 UX 디자이너, UI 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디자인의 저변이 넓어지고 여러 대안교육 코스들이 많아진 만큼, 전공자가 아니어도 디자이너로 일하는 경우도 많죠. 어떤 분들은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디자인 교육을 정식으로 받아야 디자이너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요즘 시대에 ‘전공’이라는 것이 큰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저 역시 세대별, 개인별 입장과 주어진 상황에 차이 가 있고 또 나름의 타당성도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옳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특정 개인 혹은 집단에 의해 규정되지는 않습니다. 한 시대 안에서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디자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맞는 디자인을 함께 정의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디자인 업계 종사자로서,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왔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나름의 답과 성찰을 틈틈이 글로 옮겼습니다. 


    이 책에는 ‘디지털 디자인’이라는 변화무쌍한 필드에서 뛰고 있는 디자이너의 ‘일’과 ‘업’에 대한 생각이 들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디자인 실력이 갑자기 향상되거나, 뛰어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디자이너 혹은 기획자, 혹은 엔지니어로서 새로운 시선을 얻으실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저 ‘이런 생각을 가진 디자이너도 있구나.’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귀중한 시간을 따로 마련해 책을 보시는 것도 좋지만, 출퇴근 길이나 카페에 앉아 내키는 주제를 하나씩 선택해 보셔도 괜찮습니다. 

    평소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독자 분들 그리고 이 책의 출판에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2019년 시애틀에서, 

저자 이상인 드림 



글쓴이 '쌩스터' 소개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클라우드 + 인공지능(Cloud + AI) 부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뉴욕의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컨설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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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링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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