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안 든 28살 프로그래머
20대 후반 나는 나름 이름 있는 게임회사의 개발자였다. 대학생 때부터 정말 가고 싶었던 이 회사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입사하고 일을 하면서 든 느낌
사실 이 회사는 상당히 좋은 회사이다. 유능한 개발자가 많고, 괜찮은 개발 프로세스, 개발환경 그리고 좋은 복지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런데 나는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내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고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퇴사하기로 마음을 먹고 옆자리 개발자 형들에게 이야기했다.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왜? 개발자가 하기 싫은 거야?" 나의 대답은 항상 "아니요! 개발은 정말 재밌어요! 그런데.... 조금이라도 어릴 때 처음부터 구축을 해보고 싶어요!" 모두가 비웃었다. "그럼 혼자 프로젝트해봐! 너 스타트업 가면 고생한다. 연봉도 적을 거고..." 하지만 나는 뭔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내가 대학교를 간 이유가 음악을 하기 위해서였다. 스스로 곡을 쓰고 그 곡으로 공연하고 밴드팀을 만들고 했었다. 그렇게 적은 인원이지만 함께 뭔가 꾸려나가는 "그런 활동"을 했다. 20대 초중반 때는 성당에서 교육봉사를 하면서 팀원들과 밤을 새워서 캠프를 준비하고 하는 것과 같은 "그런 활동"을 했다. 20대 중반 때는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 외주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개발하는 "그런 활동"을 했다.
그동안 나의 삶은 이랬다. 그래서인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집단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주변에 손가락질 모두 무섭지 않다. 다만 내 인생을 재미없게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은 정말 무섭다. 결국 나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지금 스타트업에서 개발을 하고 있다.
간혹 나를 찾아오는 후배들이 묻는다. "형 스타트업 어때요?" 그러면 나는 "음... 안 오는 게 좋아! 큰 회사를 가"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왜냐고 물으면 "스스로 무언가를 할 마음이 없으면 개발자로 성장하기 어려울걸?"이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사실이다.
나도 만약 "게임회사를 거치지 않고 스타트업에 들어왔으면 개발자로 망했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생각보다 개발 프로세스가 부실하고, 생각보다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 다 스스로 공부하고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장점은 없나요?"라는 질문이 온다. 그러면 "이게 장점이야!"라고 말한다. 나는 게임회사에서 항상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많이 읽고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사내 개발 프로세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내 머릿속에 많이 담아 왔다. 하지만 그것들을 여기 스타트업에 직접 입히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슈트 래커는 왜 필요한지 CI나 이런 것들 그리고 개발을 할 때 구성해야 할 것들을 스스로 더 생각해보게 되고 그 안에서 스스로 더성장할 수 있었다.
솔직히 벽에 부딪칠 때도 많다. 하지만 아무리 스타트업이라 해도 오래된 경력자 한 명쯤은 있기 때문에 물어보면 되고, 그것도 힘들 땐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렇게 나는 주도적으로 개발을 하고 있고 이 일을 즐기고 있다.
그렇게 나는 개발을 하고 있다. 하지만 1~2년 뒤에는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내일을 주도적으로 재밌게 할 것이다.
나의 스타트업 개발 이야기 블로그 : https://highluck.github.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