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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원 Oct 09. 2022

주례사

안녕하세요.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날, 두 선남선녀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출발을 하는 데에 축하하러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 커플은 정말 엄친아, 엄친딸입니다. 신랑 이XX군은 K대학교 학부와 S대학교 석사를 거쳐 N사에 있고, 신부 박OO양은 Y대학교 S학과 학석사를 거쳐 동대학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성품도 워낙 진중해서 신부는 대학원생활 내내 막내같지 않은 막내로서 연구실 살림을 도맡다시피 하였습니다. 신부로부터 미래를 약속한 신랑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에는, 이러한 신부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현명하고 믿음직한 성품의 소유자임을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태도에 감화감동되어 그랬는지 몰라도 저는 덜컥 이 커플의 주례 요청을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고민이 되었습니다. 제가 주례를 서는 것도 처음이지만 무엇보다 이 커플은 별다른 조언없이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너무나도 잘 헤쳐나갈 것 같았습니다. 사실 요즘 기성 세대가 어려운 시절을 헤쳐나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조언할 것이 전혀 없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선배로서 도움될 만한 세 가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로 두 커플이 변하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변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의견이 참 다양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혼에 있어서는 좀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연애 기간이 아무리 길더라도, 서로가 가족이 되는 순간 비로소 30여년 동안 자라 온 무거운 관성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성격일 수도, 돈에 대한 태도일 수도, 가족일 수도, 혹은 자존심일 수도 있습니다. 이 중 상대를 힘들고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면 같이 소통하고, 과감히 인정하고, 또 바꾸고자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비법을 말하자면 '노력'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웬지 모르게 둥글둥글하고 푸근하면서 지쳐있는 인상은 바로 유부남 유부녀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둘째로 서로를 인내해 주십시오. 부부는 일심동체라 합니다만 참 고약한 습성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힘들고 지칠 때 다른 하나가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가장 손쉬운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기도 합니다. 직장 상사의 한소리, 학원 선생님의 전화 한 통, 그리고 최신 부동산 동향은 마음에 작은 파동을 만들고 이는 순식간에 손쓸 수 없는 태풍으로 변하곤 합니다. 상대를 가장 아프게 할 그 한마디가 입에 맴돌 때, 온 힘을 다해 이를 삼키십시오. 그리고 잠시 동안 서로를 피하는 지혜를 가지십시오. 태풍이 지나가는 데 필요한 것은 아주 잠깐의 시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2세를 위해 온 힘을 다하십시오. 대치동에 전세를 보러 가신 지인이 발견한 것이 자녀 방의 문고리가 모두 너덜너덜한 것이었답니다. 아무리 이해가 안 되는 사춘기 자녀일지라도 변치 않는 사실은 부모의 사랑과 인내는 한 인격 형성에 절대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는 모든 것에 초심자이기 때문에 실수투성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영혼의 탄생을 위해 온 힘으로 기도하고, 또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십시오. 


하나 마지막으로 부탁하는 것은 여러분들의 부모님을 꼭 안아 드리라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내려 온 나보다 소중한 선물을 고이 보내는 초심자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 눈부신 가을날, JS 군과 SY 양의 결혼을 진심으로,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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