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상우 Dec 27. 2019

스칸디나비아 카페 디자인

Royal Smushi Cafe

ㅣ 들어가며 ㅣ


<북유럽 디자이너 토크>는 다양한 분야의 북유럽 디자이너들과 직접 마주 앉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철학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는 토크 세션입니다. 북유럽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비롯한 패션, 건축, 뮤지엄, 놀이터, 카페, 게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분야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서울에만 있는 카페 (Cafe)의 숫자가 1만 6천 개에 이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이 카페의 위치들을 지도상에서 표시만 해도 서울시 전체 지도가 그려진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그만큼 엄청난 수의 카페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는 것. 많은 숫자가 있는 만큼 다양한 콘셉트와 이야기로 우리의 발길을 붙잡는다. 스타벅스 등의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아담한 프랑스풍, 혹은 갤러리 콘셉트, 클래식한 북카페, 고즈넉한 정원 콘셉트로 꾸며진 카페 등등. 실로 수많은 아이디어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 일상에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된 카페는 변화와 파생을 거듭하며 현재 진행형으로 성장 중이다.


카페의 어원을 살펴보면 프랑스어로 커피를 ‘카페’ 라 부르며 오늘날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좀 더 알아보니 1611년 터키 이스탄불에 에 문을 연 하네 (Hane)가 카페의 원형이며, 그 후 프랑스인들이 이를 본떠 1654년 파리에 ‘카페’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 북유럽도 카페가 정말 많다. 유럽의 카페 하면 제일 먼저 노천카페가 떠오른다. 거리 곳곳에 있는 노천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카푸치노를 마시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왠지 흐뭇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한동안 시내 곳곳의 카페들을 찾아다녔던 추억이 있다. 기억에 남는 건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벅스라던지 최근 부상하고 있는 블루보틀 등의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이곳 로컬 브랜드 카페가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커피 소비량이 많은 북유럽임을 가만한다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자국의 커피 브랜드를 더 애용하는 북유럽의 커피 문화 이야기는 조만간 별도로 다뤄볼 예정이다.)


이번 디자이너 토크 세션을 함께 진행한 로우 오스터가드 (Lo Østergaard)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명소, 로열 스무시 카페 (Royal Smushi cafe)의 대표이다. 2007년 5월 코펜하겐 다운타운에 문을 연 이 카페는 유니크한 인테리어와 로열 코펜하겐 테이블 웨어에 서빙되어 나오는 독특한 메뉴들로 유명해졌으며, 미슐랭에도 수차례 선정되며 전 세계에서 꼭 가봐야 하는 카페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힙한 공간이 되었다. ‘펑키 바로크 (funky Baroque) ’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덴마크의 대표 디자이너 조지젠슨 (Georg Jensen)의 제품들과 프리츠 한센 (Fritz Hanse)의 앤트 바 체어, 홀메 고르(Holmegaard) 조명 등 눈을 즐겁게 해주는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도 이곳을 찾게 하는 매력포인트. 단순히 음식만 서빙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하모니를 이루며 방문객들의 입과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이러한 독창적인 콘셉트 덕분에 늘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로열 코펜하겐 (Royal Copenhagen) : 1775년 설립된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로 ‘일상에 럭셔리를 담다’라는 슬로건 아래 명품 테이블 웨어로 자리 잡았다.


*미슐랭 가이드 (Guide Michelin) : 프랑스 타이어 회사 제조회사인 미쉐린이 매년 봄 발간하는 식당 및 여행 가이드 시리즈


토크 세션에 참여한 로열 스무쉬 카페의 대표 로우 오스터가드 (Lo Østergaard )와 함께


본인과 로열 스무시 카페 (Royal Smushi Cafe)의 소개를 부탁한다

먼저 디자이너 토크 세션에 초대해주어 고맙다. 나는 로우 오스터가드 (Lo Østergaard)이며, 현재 로열 스무시 카페의 오너이자 디렉터이다. 이 카페를 오픈하기 전에는 인테리어 데코레이터 (interior decorator)로 일했으며, 대학 시절 전공은 그래픽 디자인이었다. 인테리어 데코레이션 현장에서 일할 당시 덴마크의 대표적 테이블 웨어 브랜드인 ‘로열 코펜하겐 (Royal Copenhagen)’ 으로부터 이 카페에 대한 운영 제안을 받았다. 당시 코펜하겐 중심가에 위치한 로열 코펜하겐 매장 옆 건물에 브랜드 카페를 오픈할 계획이 있는데 맡아보고싶은 의향이 있는지 물어오더라. 당시 오픈 날짜까지 겨우 5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5개월 안에 모든 것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얘기였다 (웃음). 카페 운영은 인테리어 코디네이터였던 내게 전혀 생소한 분야였지만 당시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승낙을 했고, 그 뒤로 정신없이 바쁜 5개월을 보냈다. 카페의 건축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소품 등 모든 것에 관여하며 진행했던 일이라 상당히 부담도 되고 동시에 흥미로운 작업들이었다.


당시 이 카페의 자리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어둡고, 답답했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로열 코펜하겐 브랜드 자체의 가치가 있었기에, 어느 정도 성공을 기대하고 있었다. 당시 카페를 만들기 위해 구상했던 콘셉트는 데니시 트렌드 (Danish trend)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특히 전통적인 올드 데니시 디자인 (old Danish design)을 녹여내고 싶었다. 낮고 답답했던 1층 천정을 뚫어 높은 천정 고를 만들었고, 유리로 작업된 샹들리에를 설치했으며, 어둡기만 하던 벽에 햇빛을 이끌어 올 수 있는 커다란 창문을 냈다. 카페 공간 끝자락에 미니 퀴진을 들이고,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는데, 이는 마치 예전 왕실의 문화에서 볼 수 있던 약간 높고 긴 테이블과 같은 형상이었다. 지금 이 공간은 소위 말하는 포토존이 되었다. 독특하고 화려한, 그리고 아름다운 분위기는 이제 전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곳이 되었다.


카페를 상징하는 로고 (좌) / 노르딕 펑키 바로크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꾸며진 카페의 인테리어 (우) © Royal Smuchi Cafe


카페의 분위기가 상당히 유니크하다. 특별한 콘셉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곳의 기본 콘셉트는 덴마크 미니 대사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방문하는 사람들이 덴마크에 대해 영감을 얻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유머가 녹아들기를 바랐다. 비록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천천히 둘러보며 다양한 것들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카페의 가장 안쪽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싼 카페의 독특한 인테리어는 시즌별 데코레이션이 바뀌며 방문객들을 맞이한다.나는 개인적으로 이 곳이 상당히 복합적인 공간이라 생각한다. 카페도 아니고, 샵고 아니고, 레스토랑도 아닌..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있는 공간.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맛있거나 예쁜 곳만을 찾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 시그니쳐 메뉴인 스무쉬 (Smushi)는 덴마크식 오픈 샌드위치 (Smørrebrød)와 일본의 초밥을 믹스한 메뉴이다. 덴마크의 전통적인 오픈 샌드위치와 일본의 초밥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이 메뉴는 맛도 맛이지만 예술적인 플레이팅이 감상 포인트이다. - 참고로 스무시(Smushi)라는 독특한 카페명은 현재 보스턴에서 셰프로 일하고 있는 아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로열 코펜하겐 브랜드와는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처음 이 카페의 오픈 제안은 로열 코펜하겐으로 받았다. 카페에 서빙되는 모든 테이블 웨어 사용의 허가도 받았다. 바로 옆 건물에 로열 코펜하겐 플래그쉽 매장이 있어서 함께 가든 파티나 작은 콘서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이렇듯 가끔 흥미로운 콜라보도 진행하지만 비즈니스적인 관계는 아니다.

햇살이 잘 드는 아담한 정원은 로열 코펜하겐 플래그쉽 스토어와 카페를 연결해준다.


카페의 콘셉트 기획 당시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있었을  같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가

초기 당시에는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기획했어야 했기에 여러 가지 한계점이 있었다. 하지만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덴마크의 전통 디자인 요소를 담으려는 의지는 변치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유머가 빠지지 않도록 적절하게 배치하려 했다. 이는 본질을 중요시하는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 철학에 적절한 스파이시 (spicy) 요소를 뿌려서 서빙해주는 마치 근사한 요리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스무시 카페를 이야기하면서 미슐랭 가이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없다. 지난   동안  여러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되었다

상당히 감사한 부분이다. 카페 메인 입구에 미슐랭 선정 스티커들을 붙여놓았는데, 이젠 더 이상 붙일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웃음) 단순히 아름다운 카페의 인테리어로만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음식과 서비스 등 모든 행위의 종합적인 피드백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참고로 전 세계 아름다운 카페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로열 카페 스무시의 다양한 시그니쳐 메뉴들 © Royal Smuchi Cafe
카페 입구에 붙은 미슐랭 선정 스티커와 실내 내부 장식 © Royal Smuchi Cafe


카페 안에는 상당히 유명한 디자인 가구와 독특한 소품들이 많이 보인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 소품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의 개미 의자 시리즈를 포함해 조지젠슨 (Georg Jensen)의 디자인 소품들, 그리고 과거 로열 왕족의 인테리어에서 사용된 고가구와 대형 테이블, 덴마크의 역사를 말해주는 대리석 장식장 등. 이처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소품들이 카페의 믹스 앤 매치 (Mix & Match) 콘셉트를 더욱 살려주고 있다. 오브제 하나하나가 가진 스토리가 곧 우리 카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코펜하겐만 해도 수많은 카페들이 거리에 즐비하다. 서로 경쟁상대로 보지는 않는지

이곳 코펜하겐은 카페가 참 잘 어울리는 도시이다. 그래서 새롭게 생겨나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정말 많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부분은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주변에 서로 다른 콘셉트들의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서로를 더 발전시켜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서로 도와준다.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이다.


카페 전체를 아우르는 ‘펑키 바로크’라는 콘셉트는 SNS 등을 통해 상당히 유명해지기도 했는데

카페의 콘셉트를 어떤 한 분야로 규정짓고 싶지는 않다. 유니크한 인테리어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오너로서 감사한 일이다.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과정도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마케팅 비즈니스이다. (웃음) 세상은 변하고 있고 우리는 그 흐름을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역사와 전통만을 고집하면 금세 도태되기 쉽다. 분야를 이끄는 리더가 되려면 모든 것에 귀를 열고 오픈마인드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로열 스무시 카페의 내부 인테리어 이미지 컷 © Royal Smuchi Cafe


한국에도 수많은 카페들이 생겨났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만큼 수요도 많고 경쟁도 치열하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한국만큼 역동적이고 트렌디한 공간도 없을 것 같다.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 상상이 된다. 역시 핵심은 지금 이 시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보는 감각이다. 그리고 그다음엔 식지 않는 열정이 따라와야 한다. 디자인이든, 카페든 열정 없이는 이루어 낼 수 없다고 믿는다. 나도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시작으로 지금은 이렇게 코펜하겐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인생의 방향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해놓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열정이 있으면 멈출 수 없고,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다.


앞으로의 비전이 있다면

좀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다. 일에서든, 개인 생활에서든 더 발전된 개선된 내일을 꿈꾸고 있다.


로열 코펜하겐 플래그쉽 스토어 (좌측)와 조지 젠슨 매장 (우측) 사이로 로열 스무쉬 카페의 입구가 보인다



겉과 속


단순히 근사한 겉포장만으로 인정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이야기에 오히려 더 주목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조합이 중요시되는 오늘이기에 다양한 분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요구는 더욱 세밀화되어 가고 있다. 이번 디자이너 토크 세션을 함께 진행한 로우(Lo)는 이 두 가지의 조합을 영리하게 이끄는 과정을 보여준다. 차별화된 카페 분위기로의 시선집중은 물론, 그곳에서 제공되는 음식의 퀄리티까지 미슐랭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탁월하다. 필자도 이날 토크 세션을 진행하며 그녀가 직접 서빙해준 시그니쳐 메뉴들을 맛볼 수 있었는데, 상당한 퀄리티에 입도 눈도 즐거웠다. 특히 카페의 인테리어만큼이나 화려하고 동시에 정갈한 세팅이 인상에 남는다. 물론 찬란하게 쏟아지는 햇살과 아담한 정원의 분위기도 한몫했으리라.


어떤 분야에서든 겉과 안을 모두 속속히 들여다보는 동안, 지속적으로 동일한 기대와 만족감을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지속적인 만족을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라는 분야에서는 이 이야기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포장하고 있는 외관과 그 내부를 채우고 있는 기능의 가치들이 모두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디자인은 진정 빛을 발한다. 잠깐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마케터, 엔지니어, 커뮤니케이터 등 모든 팀이 이 하나의 목소리를 위해 움직일 때 그 가치가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단순하게, 명료하게 전달된다. 사용자가 마침내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까지.


지금 우리의 일상도 이에 비춰본다. 겉으로 드러나는 ‘나’와 내면의 ‘나’는 같아야 함이 맞다. 타인이 보는 ‘나’와 나 스스로 들여다보는 ‘나’도 역시 같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한결같은 일관성이 일상으로 들어온다면 우리의 삶도 훨씬 심플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의 우리는 너무 복잡해져 버렸다. 단순하게 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ㅣ END ㅣ



글쓴이 : 조상우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 사진을 기록하는 포토그래퍼로, 그림그리는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으로 향한 한국인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은 책, <디자인 천국에 간 디자이너 / 시공사> 를 출간했습니다. 


https://bit.ly/2t8FKnY


개인 홈페이지

https://www.sangwoocho.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