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i Brantmark
ㅣ 들어가며 ㅣ
<북유럽 디자이너 토크>는 다양한 분야의 북유럽 디자이너들과 직접 마주 앉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철학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는 토크 세션입니다. 북유럽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비롯한 패션, 건축, 뮤지엄, 놀이터, 키페, 게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분야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곳 북유럽의 인테리어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Scandinavian design’ 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의 인기는 꾸준하게 지속되고 있음을 본다. 관련 브랜드 매장이나 카페, 팝업스토어, SNS 등 북유럽에 관한 채널들은 넘쳐난다. 이번 연재에서는 지속적인 핫이슈를 만들고있는 북유럽의 문화, 특히 '라곰 Lagom' 이 녹아든 그들의 인테리어 문화에 대해 들여다 보고자 한다.
*라곰은 스웨덴어로 “넘치치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딱 적당함”을 말한다
지금까지 나는 산업 디자이너로 일해오며 모바일, 웨어러블, 그리고 사물 인터넷 (IoT) 분야에 이르기까지 운 좋게도 시대를 이끌어가는 첨단 분야를 경험해왔다. 하지만 다른 영역, 예를 들어 가구나 패션, 조명, 시계, 안경 디자인 등을 접할 때면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신선하게 느껴졌고 나의 호기심은 높아졌다. 그것은 일종의 '다양성에 관한 갈증'과도 같은 것이리라. 지금까지 한국, 일본, 스웨덴 기업을 거치며 배운 가장 중요한 핵심도 바로 이 '다양성 Diversity’ 인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독립된 개체들, 그 안에 존재하는 그들만의 질서와 규칙을 인정하고 그 본질을 바라볼 때 비로소 이 시대가 바라는 시너지 (Synergy)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 시너지 현상은 분야간의 융합 (Convergence)일 수 있고 서로 평행을 유지하며 나아가는 윈윈 (Win-win) 전략 일 수도 있다.
이번 토크 세션을 함께 진행한 니키 브란트마크 (Niki Brantmark) 도 바로 이 다양성의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었다.
니키는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 디자인을 알리는 메신저이자, 10만이 넘는 팔로어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이자, 삼성, 네슬레, 3M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콜라보 작업에 앞장서는 디자이너이자, 북유럽 인테리어 서적을 출간하는 작가로서의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필자의 옛 직장동료, 그리고 이웃 사촌이기도 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기업 마케팅팀의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불과 2-3년 사이에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의 커뮤니케이터로 놀라울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음을 옆에서 지켜봐 왔다. 클래식과 전통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나라 영국 출신인 그녀가 바라보는 북유럽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어떤 그림일까 ? 우리가 바라보는 북유럽의 디자인과는 다른 관점과 해석을 기대했었기에 그녀와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웠다.
정말 오랜만이다. 본인소개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반갑다. ‘나의 스칸디나비아 홈 (www.myscandinavianhome.com)’ 라이프 스타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니키라고 한다. 영국 런던 출생이며, 현재는 스웨덴의 Malmo에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나의 스칸디나비아 홈’ 은 라이프 스타일 인테리어에 관한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영감들을 교류하는 플랫폼 개념의 사이트다. 블로그 운영과 함께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제품을 소재로하는 인테리어 스타일링에 관한 협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라곰 Lagom : The Swedish Art of Living a Balanced, Happy Life, The Scandinavian Home and Modern Pastoral.”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현재까지 스웨덴,영국,미국 ,독일, 프랑스,베트남 등 7개국에 번역본으로 출간되며 인테리어 서적부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 기업내 마케팅이 주업무였던 것으로 하는데, 어떤 계기로 인테리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우리가 생활하는 개인적인 환경은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가’ 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릴적부터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살아가는지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고, 이곳 스웨덴으로 이주하면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스타일 (Scandinavian design style) 에 매료되면서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자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경험하는 수 많은 영감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의지로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커리어를 변경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의 추진력이 놀랍다. 현재 당신이 진행하는 일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
My Scandinavian Home 은 외부로 부터 그 핵심을 바라본다는 것에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개개인이 바라보는 작은 틀에서 벗어나 교감하면 수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들이 오고간다. 이러한 플랫폼 방식으로 북유럽 디자인이 어떻게 그들의 문화와 살아가는 방식에 녹아들어 보여지는지를 공유하고 그 시너지를 찾아가고 있다.
교류와 교감에 기본을 두는 인테리어 개념이 흥미롭다.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주로 어디서, 어떠한 방식으로 영감을 얻고 있는가
대부분의 작업들은 꽤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진행되어진다. 주변 지인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 철학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블로그 포스트, 소셜 미디어 그리고 책 집필을 위한 자료들에 대한 수집을 통해 작업들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물론, 이곳 스칸디나비아 문화의 중심지인 스웨덴에서의 하루하루의 일상들이 훌륭한 영감이 되어 주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최근에 삼성전자와 “Reframe your life “ 라는 캠페인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미국 어느 한적한 외곽의 낡은 온실 하우스를 삼성 프레임 티비 (The frame TV) 를 활용하여 아름다운 생활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흥미로운 작업이었으며, 전체 과정의 시작부터 최종결과물 단계까지 모두 관여하면서 아주 흥미롭고 신나는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많은 글로벌한 기업들이 이제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많은 투자와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반갑다. (자세한 협업 관련 내용은 www.myscandinavianhome.com 에서 확인)
‘인테리어 디자인 작업’이란 매순간이 현명한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상당히 복잡, 난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순간들이 당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가장 도전이 되는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우리를 둘러싼, 특히 온라인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고 재탄생하며 변형을 거듭한다. 그렇기에 이를 유연하게 적응하고 지속적으로 관찰, 적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자칫하면,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단지 트랜드의 알고리즘 변화와 취향이 아닌것을 걸러내는 단순한 작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 속도감있는 흥미로운 변화들에 적응하며 긍정적인 측면을 실제 작업에 활용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런던에 잠시 거주할 때 느낀 그들의 문화는 이곳 북유럽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언가 고집스러우며 가볍지 않았고, 차분했던 느낌이 남아있다. 영국인으로서 바라보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대한 견해를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소란스럽지 않은 (fuss-free) 심플한 디자인 접근방식을 선호하며, 디테일한 장인정신과 지속가능한 디자인 역시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다. 영국이든 스웨덴이든 이제는 나라와 국경을 아우르는 문화가 재탄생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를 통해 환경을 고려하며 제품의 수명을 연장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최선의 것’ 이라 생각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서 지속가능함 (Sustainability)을 고려함은 상당히 흥미로운 관점이며,아직까지는 데코레이션 성향이 강한 인테리어 분야에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최근 출간된 라곰 Lagom 이라는 책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부탁한다
라곰은 스웨덴어로 “넘치치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딱 적당함” 을 가리킨다. 이것은 모든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절제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연습이라 할 수 있다.13년전 스웨덴에 도착했을때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느린 속도를 즐기며 사는지 즉각적으로 알아챌수 있었으며 전혀 복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나가는 그들의 유연성 을 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이것을 배워갔고 반복되는 하루의 일상에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더 행복해 졌고 차분해 졌으며 내 자신에 대한 균형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배워온 소소한 팁들을 다른 이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공유하게 되었다.
내가 읽은 당신의 책은 단순히 인테리어 이미지북이 아니라 ‘라곰 문화 Lagom culture’ 의 친절한 지침서 같은 느낌이어서 흥미로웠다. 세계는 지금, 아니 이미 오래전 부터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에 주목하고 있다. 식을 줄 모르는 이 트랜드의 활용을 위한 당신만의 팁을 달려준다면
장식에 있어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은 많은 절제 (restraint)를 요구한다. 벽의 컬러는 주로 화이트 톤이 주류를 이루며 밝은 그레이(light grey) 나 빛 바랜 블루 (pale blue)가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절제는 공간을 밝게 해줄뿐 아니라 매력적이며 고요한 느낌을 준다. 실용성과 심미적인 매력이 부각되어야 하는 가구나 액세서리 부분도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항목 중의 하나이다. 프릴 장식이나 과한 디자인 요소들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보여진다. 단 하나의 작은 아이템이라도 그 공간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며, 모든 부분에 있어서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다면 충분하다. 또한 자연에서 가져온 다양한 소재들의 조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나무, 울, 린넨, 유리, 점토, 등과 같이 자연의 텍스쳐를 통해서 우리는 따뜻하게 누군가를 맞이하는 듯한 느낌을 교류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집은 바쁜 세상에서 잠시 휴식할수 있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
언급한 ‘절제’라는 부분은 아시아의 전통적인 인테리어 문화와도 그 맥락을 함께한다. 한국 혹은 아시아의 인테리어 문화에 대해서 견해가 있다면
전적으로 동감한다. 스칸디나비아와 아시아의 디자인 사이에는 분명 공통된 혹은, 겹치는 (overlap) 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먼저 미니멀리즘이나 간결함을 보이는 장식의 미학은 어느정도 관통하고 있어보인다. 물론 시대나 역사의 배경에 따라 인테리어도 시시각각 그 흐름을 달리하기에 일반화 시키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한국만의 흥미로운 역사를 배경으로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흥미로운 융합의 형태로 나타나리라 기대해본다. 언젠가는 꼭 한국을 방문해 이러한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
‘적당하다’는 것은 어찌보면 아쉬울 수도 있다. 부족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넘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이 모습은 어찌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기업 무인양품의 기본 철학 “이것으로 충분하다” 와 많이 닮아 있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가는 이들의 철학이 필자에게는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스웨덴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한국인으로 이러한 스칸디나비아 문화를 실제로 경험하고 있고, 절제됨을 강조하는 일본의 기업 문화도 경험했지만, 이왕이면 꽉 차면 좋겠고 이왕이면 넘치기 직전까지 받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물론 그 대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채움 impletion’ 이 아닌 ‘비움 evacuation’ 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디자인이 형형색색의 그럴듯한 요소들을 덧붙여 소개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공감가는 스토리를 담아내는 동시에,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나가는 행위가 디자인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미니멀 Minimal’ 과 ‘심플 simple’ 이라는 디자인 언어가 또 다른 ‘비움’의 모습이 되어 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단순하게, 간결하게 접근하려는 노력, 특히 디자이너들의 수고는 사람들의 일상을 쉽고 깔끔하게 만들어 주는 듯하지만 자칫하면 그 본질이 주는 깊이를 놓치기 쉽다. 따라서 ‘채움과 비움’ 의 완벽한 중심점을 찾아내어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도 디자이너로서 늘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면 앞서 언급한 ‘라곰 Lagom’ 을 비롯해 ‘휘게 Hygge’ , ‘슬로우 라이프 Slow life’, ‘라테파파 Latte papa’ 등. 빠르게 전 속력으로 나아가야만하는 지금의 일상 속에서 북유럽이 주는 키워드들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단어들은 표면적으로는 천천히, 여유롭게, 조급하지 말고… 를 말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메세지를 담고 있다.
바로 ‘절제 (Modration) 와 균형 (Balance) 을 찾아가는 연습’ 이다. 이들이 많은 주변국가의 부러움을 받으며 누리는 자유와 여유로움 뒤에는 바로 이 의미가 담겨있다. 이들은 어린시절부터 천천히 이 의미를 연습하고 배워나간다. 누리기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균형’이 있어야 하기때문이다.
어찌보면 우리는 이들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고, 매순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들이 말하는 ‘넘치지 않는 적당함’ 이란 어찌보면 가장 어려운 것일지도.
ㅣEND l
글 / 사진 조상우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 사진을 기록하는 포토그래퍼로, 그림그리는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으로 향한 한국인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은 책, <디자인 천국에 간 디자이너 / 시공사> 를 출간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