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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UN] 유엔이방인의 두 번째 책

핵 조약의 틈새에서 배신과 선택의 이야기

살다 보면, 우리가 믿었던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바로 조약의 문장 속에서 시작되었고, 회의실의 무거운 공기 속에서 점차 구체화되었습니다.


지난해 첫 책 Beyond the Gavel을 출간한 이후, 많은 분들과 유엔 안보리의 내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외교 현장에 오래 있다 보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열을 마주하는 날들이 찾아옵니다. 이번에 출간된 두 번째 책, The Proxy Pact는 바로 그 균열을 정면으로 바라본 이야기입니다. 제겐 이 책이 하나의 고백이자 해석, 그리고 작은 레지스탕스(?)의 기록입니다.


배경은 1987년, 냉전 후반기.


한 연합체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국제법 전문가 잭 달튼이 그 법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조약 검토는 곧 국제 음모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여정으로 바뀌고,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정의와 생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잭, 엘레나,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은 모두 현실 속 외교인들의 여러 얼굴을 반영한 존재이며, 국가를 대표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의 윤리와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2003년 북한의 NPT 탈퇴에 관해 유엔 회의장에서 느꼈던 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이후 대학원 석사 논문에서 다루었던 질문들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해 온 주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조약 탈퇴는 면죄부인가?”
“국제사회는 조약 위반 후 탈퇴한 국가를 어떻게 책임지게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저를 오랫동안 붙잡았고, 언젠가 픽션으로나마 풀어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습니다.

인생 두번째 책 출간

The Proxy Pact는 스릴러이지만, 동시에 현실의 외교와 국제법에 대한 질문들이 녹아 있는 책입니다. 유엔에서 수년간 마주한 말과 행동 사이의 거리, 이상과 권력 사이의 모순, 그리고 윤리와 생존 사이의 줄타기가 모두 이 책의 배경이자 정서가 되었습니다.


책을 쓰는 동안 여러 감정이 오갔습니다. 실망, 분노, 이해, 연민… 그리고 결국엔 작은 희망. 왜냐하면, 잭과 엘레나처럼, 저 또한 무너진 구조 안에서도 다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허구이며, 제가 속한 어떤 조직이나 현재 직책과도 무관하며, 당연히 첫 책과 마찬가지로 수익은 장학 사업을 위해 기부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 영감을 준 라베 대사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분의 멘토십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The Proxy Pact는 현재 아마존에서 전자책과 페이퍼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냉전 스릴러와 국제법, 그리고 조약이 현실 속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한 번쯤 멈춰 생각해 볼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 개인 소장


Disclaimer - This post was prepared by Sang Yeob Kim in his personal capacity.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article are the author's own and do not reflect the view of his empl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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