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바이국제공항 #분짜닥킴 #성요셉성당 #호안끼엠호수 #맥주거리
사실 베트남은 밖으로 안 나가고 공항 안에만 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노이바이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시내랑 공항이 그리 멀지 않아보이는 인터넷 글들을 보고는 '그래! 얼른 나갔다오자!'라고 생각했다. 서둘러 캐리어 맡기고 환전하고 유심 사고 그랩택시를 불렀다. 약 4시간 동안의 하노이 당일치기가 시작 됐다. 달밤의 하노이 마라톤도 했지만 체력이 괜찮아서 뛰어다녀도 별 무리 없었고 알차고 즐거웠다.
처음 간 곳은 분짜닥킴 본점이다. 콤보 1 시켜서 길바닥에서 낮은 상과 의자에 앉아 먹었다. 이러한 베트남 문화가 신기했다. 고기가 특히 맛있다. 하얀 면을 고기가 들어있는 소스에 넣어 먹으면 되는데 역시나 맛있다. 야채도 괜찮았다.
짜조는 좀 짰다. 안에 새우 같은 것들이 들어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짜서 먹다 말았다. 아무튼 콤보 1 가격을 듣고 기절할 뻔했다. 저 많은 양이 무려 10만 동(=4960원)밖에 안 한다. 실화인가? 베트남 음식이라고는 거의 쌀국수밖에 몰랐을 때였는데, 하노이 당일치기를 하고 베트남 음식에 빠지게 된다.
이날 서너 번은 지나다녔던 성요셉성당이다. 사진으로 보니까 엄청 분위기 있는데 실물은 별 거 없다. 확실히 작은 노트르담성당처럼 생겼다. 그리고 같은 곳을 여러 번 지나치다 보니까 하노이가 넓은 도시인 줄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서울 면적의 약 5배래서 놀랐다.
하노이는 물이 많은 도시라고 했다. 호안끼엠 호수는 무척 아름다웠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분명히 한 바퀴 돌아봤을 테지만 벤치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물비린내 거의 안 나는 넓은 호수와 물에 비치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잠깐 휴식했다.
Pho10에 왔다. 웨이팅이 있었다. 나는 Thai chin으로 6만동짜리를 먹었다. 맛있는지 모르겠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시었거나 아님 느끼했다. 식당이 무척 넓고 테이블도 아주 많았는데 사람도 그만큼 많아서 모르는 베트남 아저씨 두 분이랑 합석했다. 셋이서 각개전투를 치렀다.
성요셉성당 앞에 있는 콩카페에 가서 iced bac xiu를 시켰다. 흔히들 먹는 코코넛스무디가 아니라 코코넛라떼였나 뭐 암튼 다른 커피였다. 순전히 실수였다. 한 잔 더 시켜 먹기에는 배가 너무 불러서 그냥 마셨다. 매장 자체는 약간 컴컴하고 낡은 분위기였다.
하노이 맥주거리는 터치도 불사하면서 영업하는 놈들이 있다. 인상 팍 굳히고 지나가면 몇몇은 안 건들긴 하는데, 어후. 그럼에도 손목을 잡아끄는 남성 삐끼가 있었다. 이런 식의 터치를 반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 역시 정색하며 걸었다. 하노이에 갔으니 하노이비어를 엄청 빠르게 마시고 맥주거리를 떠났는데, 맛은 딱히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무난했다.
하노이를 엄청 뛰어다녔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하노이는 한 나라의 수도이며 생각보다 꽤 넓었다. 처음에는 길 건너는 게 무섭던 나는 몇 시간도 안 돼서 오토바이와 길을 나눠갖는 수준이 될 수 있었다. 써클 K라는 편의점은 방문만 했는데 매점 바이 매점이겠지만 내가 간 곳은 너무 작아서 기념품을 살 수가 없었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의 Intimex라는 대형마트에 갔는데 사진촬영금지였고 기념품 살 게 많았다. 그 중 몇몇 개는 계산대까지 갖고 왔다가 캐리어에 안 들어가서 제자리에 다시 돌려놓아야 했는데, 비행기 시간 때문에 당장 공항에 가야 해서 마트로 다시 들어갈 시간이 없었다. 양해를 구하자 흔쾌히 그냥 놓고 가라고 하셨던 캐셔분께 감사했다. 그리고 하노이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같이 캐리어 잡아주던 분도 감사했다. 여자가 역시 최고다!
아참, 인티맥스에서 나와서 공항으로 그랩택시 잡아서 가는데 부인이랑 어린 딸이랑 아들이랑 영통까지 시켜주던 남기사, 친근한 척하더니 돈으로 장난쳐서 열 받았다. 택시에서 내릴 때 남은 돈을 털면서 팁 많이 주고 내렸는데, 어플에서 기사가 직접 팁 입력하는 란에 꾸역꾸역 써서 그만큼 더 받아먹은 게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차라리 그 현금, 인티멕스의 캐셔분께 드릴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