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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Apr 29. 2024

고마운 나트랑(냐짱) 현지 주민들

베트남 보름살기 04 : #시티마트 #Marinelli #빈컴플라자


오늘도 조식을 먹으러 6시 5분에 일어났다. 여행만 오면 시간이 아까워 더 알차게 살고 싶어진다. 더군다나 매일 바뀌는 메뉴가 있고 입맛에 맞는 뷔페라니, 며칠째 푸짐하게 먹고 있다. 오늘 쥬스는 한국어로 ‘열정주스’라고 적혀있던 패션후르츠를 골랐다. 열정쥬스라니, 다소 귀엽다.



왼쪽 접시에 가져온 세 개는 모두 베트남 팬케이크라는데 야채 밑에 깔린 얇은 튀김, 그러니까 반쎄오는 처음 먹어봤다. 예상보다 텅 빈 맛이라 당황했다. 아무래도 기름에 부쳤으니 한국의 부침개(전), 태국의 로띠 등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느끼함이 있다. 나머지 두 하얀색은 더욱 없을 무맛이었다. 소고기 쌀국수는 괜찮았다.


푸른 하늘
 나트랑의 작은 낭만


나트랑 제이스파J SPA에서 아로마마사지 120분 짜리를 받았다. 아무래도 아로마 마사지이므로 원하는 아로마를 고를 수 있다. 나는 일랑일랑이라는 이름을 찝었는데 톡 쏘는 향신료 풀 냄새가 났고 꽃처럼 향기롭지는 않았다. 햇살이 잘 들어와서 밝은 분위기인데도 베드가 푹신하고 샵 내부는 적당히 시원해서 나른했다.


매칭 된 마사지사 실력이 중상이라 꽤 만족스러웠다. 가끔 어떤 분들은 내 몸을 부침개 뒤집듯이 어색하게 다루는데, 이분은 동작 연결이 매우 부드러웠다. 마사지를 받으면서 몸 상태를 체크하는 편이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의 경험 동안 어깨나 다리가 아니라 팔이 아픈 건 처음이어서 신기했다. 이틀 간 팔 근력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운동한 보람이 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하지 않아도 좋은 것들 중 하나에는 제모가 있다. 나는 체모가 굵고 많은 편이다. 중학생 때 처음 제모를 하기 시작했는데, 면도기로 다리털을 밀면 때때로 피가 났고 그래봤자 검은 색 뿌리들은 선명하게 보여서 족집게로 하나하나 뽑는 편이었다. 즉, 매끄러운 민둥다리가 될 수 있도록 자기 학대를 했었다. 어릴 때부터 젠더감수성이 있는 편이었는데, 브래지어와 제모에 있어서만큼은 '남자들은 왜 안 해?'라는 생각조차 안 했었다. 그만큼 이 두 개는 사회 깊숙한 곳에 뿌리깊이 박힌 억압인 것 같다.


현재는 수많은 여자분들이 의무적인 꾸밈에서 더욱 자유로워지고, 꾸미고 싶은 남자분들이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나 역시 작년 여름까지는 제모를 했으나, 같은 해 태국여행 때부터는 마사지 받을 때조차도 자연스러운 맨몸으로 가고 있다. 2024년인 지금까지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털을 보고 멈칫했던 분은 딱 한 분 뿐이고 다수는 아무렇지 않게, 심지어 의식조차 하지 않으셨다. 더 많은 분들이 여성의 털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학습된 혐오감이나 민망함을 버리면 좋겠다.



마사지 전에는 찬물을 주셨고, 끝나고 나서는 따뜻한 레몬티를 받았다. 진짜로 새콤달콤 맛있는 꿀맛이 났다. 계산할 때 거스름돈을 잘못 남겨주셔서 바로 리셉션으로 찾아갔더니 "I’m sorry."라고 엄청 사과하시면서 제대로 거슬러주셨다.


코코넛 카카오


개운하게 마사지 받았으니 뭐라도 먹으려다가 배가 안 고파서 결국은 카페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도 CCCP coffee로 향했고, 코코넛카카오라는 음료를 테이크아웃 했다. 얼린 코코아를 갈아서 코코넛을 얹은 느낌으로 완전한 휴양지 드링크 같았다.


베트남 냐짱(나트랑)은 푸름과 초록이 뛰어나다. 하노이 당일치기 여행을 했을 때는 주홍빛 조명들이 어른거려 아름다워도 전체적으로 회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수도인데도 생각보다 낙후되어있다고 느꼈는데 여긴 건물들도 깨끗하고 푹 쉬러 오는 곳답다. 오토바이 소리도 덜하고 한적하다.



나트랑센터 시티마트에 들러서 기념품과 선스크린을 사왔다. 어제 카카오톡으로 나트랑 Singlefin Surf에 서핑 클래스를 예약하면서, 선크림 안 바르면 화상 입냐고 물어봤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다리에 바르는 바디용을 하나 사는 걸 추천한다고 얼굴에 바를 건 본인들이 줄 거라는 대답을 들었다.



나트랑센터 2층 시티마트에 10분간 짐 맡기고 G(Ground), 1, 2층을 모두 돌며 서핑할 때 신을 아쿠아슈즈를 찾았는데 없었다. 대신 기념품을 사려고 하자 시티마트 직원분이 나보고 한국인이냐더니 G7, 루왁커피, Gery 과자가 있는 위치로 다 데려다주었다. 영어만 썼는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며 대답하던 남직원분도 있었고, 아쿠아슈즈가 매장 바깥에 있다거나 안에 있다거나 하면서 안내해주신 직원분들도 많았다.


사진은 로컬 신발가게인데 베트남 남자 사장님, 10대 아들, 초등생 딸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신챠오 하면서 들어가도 반응 없던 두 십대들 중 나이가 더 있는 아들에게 아쿠아슈즈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자고 있는 자기 아빠를 가리켰다. 내가 알아서 찾아보겠다는 뜻으로 웃고 주먹 만한 아기강아지 사진을 찍었더니, 강아지가 나를 방해할까봐 가게 밖으로 내보내려던 아들이 그냥 놔두어서 좋았다.


적당한 아쿠아슈즈를 찾아서 서핑업체에 이 신발 괜찮냐고 연락했더니 필요 없다고 바다에는 맨발로 들어갈 거라는 답이 돌아왔다. 야호! 중간에 깬 사장님이 나를 보며 되게 흐뭇하게 웃길래 마주 웃어주고, 나를 졸졸 따라오는 강아지가 다칠까봐 다시 조심히 매장 안으로 들여보내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매장을 나왔다. 날씨만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베트남분들께 감사했다.



점저 먹으러 Marinelli라는 식당으로 왔다. 15시 30분을 넘겨서 왔는데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백인, 그들 중 대부분이 러시아인들로 추정 됐다. 서빙하는 직원들 두 분 다 친절했다. 눈 마주쳤을 때 함께 미소를 짓는 경험은 언제나 소중하다.


까르보나라 파스타가 나왔다고 잘 먹으라는 식의 러시아어를 하는 것 같아서 땡큐랬더니 웃으면서 돌아가셨다. 까르보나라 면으로는 직원분이 추천해주신 홈메이드 Fettuccine Garlic을 선택했다. 꾸덕했고 안 느끼했고 베이컨이 듬뿍 있었다. 베트남 음식이 질릴 때 오면 좋을 듯하다. 레모네이드 모히또는 시지도 달지도 않은 깔끔한 맛이었다.


빈컴플라자


아까는 나트랑센터의 시티마트에 들렀고, 이번에는 빈컴플라자 2호점 2층 빈마트로 망고 사러 왔다. 마트가 있는 층에서는 향신료 등 현지의 냄새가 가득했는데, '생선도 고기도 아닌 이 비린내 뭐지?'하고 근원을 찾았더니 두리안이 나왔다.


깎아진 망고 45,500동짜리를 찾았다. 50만 동을 냈더니 캐셔가 더 작은 돈으로 달라고 했다.작은 가게가 아니라 마트니까 큰 돈을 깨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결국은 51,000동 내고 5,000동을 거슬러 받았다. 내 500동은 어디로 간 거야? 베트남은 너무 작은 돈이면 안 거슬러 준다더니 실화였나보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오늘은 처음으로 조식 먹고 도로 잔 날이다. 옆방 쯤에서 에어컨 가동하는 소리가 밤새 오전 8시까지 들리다가 잠잠해지니까 바로 졸려서 30분 잤다. 이대로 하루 종일 숙소에 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나갔다 오기를 잘한 하루기도 했다.


일정이 끝나고 나서는 꼭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숙소로 돌아가서 깨끗이 씻고 상쾌하게 침대에 누워서 영화나 보는 걸로 결심했다. 그렇게 5시도 안 돼서 또 다시 침대에 안착했다. 베트남에서의 시간이 흐르는 게 아쉽지만 몸이 노곤노곤하니 오늘은 이 정도가 좋다.


망고는 먼저 하나를 까먹고서야 아차 하며 사진으로 기록해두었다. 아직 다 안 익어서 새콤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달다. 동남아에 다녀온 사람들은 몇 년이 지나도 거기서 먹은 열대과일을 칭찬한다는데,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베트남의 망고, 설익어도 간식으로 딱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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