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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May 15. 2024

온몸이 부서지는 첫 서핑을 했어요

베트남 보름살기 06 : #나트랑 #냐짱 #Singlefin


베트남 나트랑 서핑 후기이자 인생 첫 서핑 기록을 남긴다. Nha Trang Singlefin Surfing School에 카톡으로 연락해서 Beginner Group Class를 예약했다. 2020년 2월 기준, 50달러였으며 현장에서 베트남 돈 단위인 동으로 결제했다. 나트랑 해변 앞에 위치한 호텔 픽업과 서핑할 바다인 바이다이비치 드랍을 해주었으며, 반대로도 해주었다. 차에는 나, 러시안 부부와 딸, 한국인 부부, 백인 여자분, 백인 할아버지와 손자가 탔다.


서핑스쿨에 도착했다. 베트남에서 7년 살았다는 직원 알렉스한테서, 여기서 5년 정도 살고 있다는 앤디(할아버지)와 듄(손자)와 함께 자세 잡는 법을 간단히 배웠다. 이후 보드를 갖고 해변으로 내려가서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는데 알렉스는 프리미엄 클래스(앤디, 듄)를 맡았으니 나는 진의 남편이 케어할 거라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을 진의 남편이 케어했고, 가끔은 진이 봐줬다. 서핑스쿨의 사장님인 진은 열정적이고 친절하다.


바다로 내려갈 때는 진이랑 같이 보드를 들었는데 올라올 때는 진이 러시아 아이의 보드를 들어주는 동안 혼자 해야 해서 버거웠다. 양팔로 번갈아 들면서 생각했다. '힘을 키워야겠다. 몸에 근육 진짜 꽉꽉 채워야지.' 그러면서 보드를 원래 있던 장소로 갖다놨는데, 진이랑 진의 남편이 다른 사람들의 보드를 샤워실 근처에서 물로 씻어내고 있었다.


혹시 몰라서 그들에게 보드를 원래 있던 장소에 갖다놨는데 괜찮냐니까 본인들이 있는 곳으로 옮겨줄 수 있냐는 답이 돌아왔다. 하하.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얘기한 거겠지? 어찌저찌 해냈지만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서 다음 날부터 하루 종일 꼼짝하기 힘들 정도로 온몸이 얼얼했는데, 원래 근육통을 좋아해서인지 기분은 좋았다. 가끔 그날의 근육통이 그리운데, 다음의 동해 서핑은 살짝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아래는 곧바로 적어두었던 서핑 팁이다.


- 나는 보드에서 일어설 때 왼발을 앞에 나가게 하기 때문에, 보드연결끈을 오른쪽 발목에 묶고 오른손으로 줄을 하나하나 당긴 후 네 손가락으로 그러쥐고 엄지를 그 위에 붙여야 다치지 않는다.

(이래도 다음날 오른쪽 검지손가락의 오른쪽 부분이 살짝 아프다. 보드가 파도에 움직일 때 제일 쓸리던 부분이라서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


- 일어날 때는 보드에 무릎을 닿게 하지 말라. 닿게 하면 지금 내 오른쪽 무릎처럼 멍 든다.

(앤디는 무릎을 보드에 닿게 했지만 50대라서 봐준 듯하다. 나는 자세가 그렇게 고정돼버리면 안 되기에 더더욱 무릎 붙이지 말라고 한 것 같다.)


- 보드에서 일어나서 왕처럼 몸을 당당하게 하기보다는 살짝 구부려서 균형 잡기 편하게 하고, 나는 노젓기를 너무 안 하는 편이기에 노를 좀 더 저어야 한다.


- 보드에 엎드려서 왼쪽 뒤로 고개를 돌려 발끝 쪽을 보면서 파도가 오는지 확인하고 good wave가 오면 양손을 번갈아(동시에x) 가며 노를 젓다가 일어서면 된다.


- 보드타기 후 다시 서핑 시작점으로 돌아갈 때 파도가 오면 보드 앞 부분을 살짝 올려주면 편하다.


- 보드 놓치면 항상 팔로 머리를 감싸고 일어선 뒤 주변을 살펴 보드를 찾아라. 앞에 사람이 있어서 보드를 멈추고 싶으면 점프해서 뛰어들지 말고 다시 엎드려서 양발을 보드 바깥으로 떼라. 보드에서 균형 못 잡고 떨어지게 될 때는 얕은 곳이므로 다이빙하면 다친다. 몸 전체를 펴서 낙하시키도록 해라.

(나보다 키 큰 파도가 몰려오는 바람에 보드가 부딪혀서 날아갔다. 다행히 머리에 안 맞고 떨어졌다. 잡으려 했는데 파도가 또 와서 팔(?)에 부딪히면서 큰 소리가 났다. 주변의 셋이나 놀랐고, "Are you okay?"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안 다쳐서 다행이다. 서핑보드가 꽤 무겁다.)




1타임 수업 동안 20번 정도 연습하고 5번 정도 일어섰다. 처음 몇 분 간은 화나서 그냥 모래 위에 앉아있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꾸준히 도전했다. 연습도 안 하고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잠깐 쉬는 시간 가지면서 제공되는 물 반 병을 마시고 비치된 스낵을 까먹었다.


2타임 수업 동안은 혼자서도 연습해봤다.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었다. 마치 바다좀비가 된 것 같았다. 내가 만약 운동선수를 업으로 삼는다면 그건 재능이 아니라 피눈물 나는 노력파겠다 생각했다. 점점 파도가 세지면서 '파도 이 새끼야.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이때는 바닷물도 많이 먹었다. 우웩. 짜디 짰다.


몸 쓰는 건 연습이 답이다. 운동이론은 미미한 시작일 뿐이고 연습을 뒤지게 해서 기초를 떼야 진짜 시작이다. 그래, 뭐든 시작이 반이다.




보드를 갖다놓은 뒤 물로 간단히 샤워했는데 샤워시설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푸세식 변기와 함께 샤워한 진기한 경험은 처음인데 샤워실이 그렇게 좁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침 7시 픽업이어서 5분 전에 나갔는데 바로 차 탔고, 숙소에 드랍 된 시간은 오전 11시 47분 정도다. '낮잠이 필요해.'상태로 비몽사몽 호텔을 향해 걸었다. 내가 먼저 차에서 내렸는데 러시안 가족도 거의 자고 있었다. 이외에는 '배가 안 고프지만 뭔가를 먹고 싶어. 당이 떨어진 거겠지.', '물놀이한 기분이야.', '나른하군.', '바닷물 먹어서 짜다. 물 한 통을 마셨는데 짜네. 뭔갈 먹고 마셔서 얼른 이걸 없애야겠어.'라고 생각했다.


이번 서핑 때 바른 선크림은 <바나나보트> 브랜드다. 호주에서 래프팅 할 때 발랐다가 눈 시려워서 물리적으로 울면서 탔던 기억이 있었고, 이번에는 아니길 바랐지만 아니긴 개뿔이! 이번에도 바다 들어가자마자 눈 시려워서 바로 닦아내고 탔다. 눈가 주변에는 선크림 바르면 안 된다는 걸 이제는 아는데도 그랬다.


한국인 부부는 40대 정도 돼보이셨는데, 외국에서 만나 '한국인이세요?'를 안 듣다니 신기했다. 우리는 끝까지 영어나 비언어로 대화했다. 그분들이 쉬는 시간에 한국어로 대화 안 했으면 한국인인지 몰랐을 듯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영어로, 한국어를 섞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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