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보름살기 12 : #항응아빌라 #크레이지하우스
Crazyhouse Welcome!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중 하나인 달랏 크레이지 하우스에 왔다. 입장료는 6만 동(한화 3,000원)이다. 나처럼 스포 없이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가는 걸 추천한다. 베트남 2대 국가 주석의 딸인 건축가 당 비엣나의 작품인 것까지만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집중해서 정신 없이 봤다. 제대로 샅샅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대강은 다 본 것 같다. 건축이나 디자인에 별 관심 없어서 제일 감흥 없을 줄 알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크레이지하우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생각보다 더 정신 나간 집이다.
실제로 투숙할 수도 있다는데 숙소로서의 기능을 과연 얼마나 할지 궁금하다. 드나드는 관광객이 많은데 편히 쉴 수는 있을까? 아무래도 숙박객들도 다른 데서 여행을 마치고 밤쯤 들어오려나? 방들이 동물 위주의 다양한 테마로 이루어져 있어서 고르는 재미는 있을 것 같다.
달랏은 꽃의 도시라는데 관광지에도 길가에도 꽃들이 있긴 하다만 막 그렇게 풍성하거나 아름답지는 않다. 그나저나 기린이 갑자기 등장한 여기부터 좀 수상쩍고 어이없어서 웃겼다. 덩그러니 놓여져있던데, 디자인 하나하나 의미가 있을 테니 어딘가에는 쓸 데가 있으려나? 아님 크레이지하우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존재 자체가 의미일까?
캥거루방은 분위기가 약간 무섭다. 창 밖으로는 해가 분명히 떠있지만 실내는 은근히 어두침침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숙박이 가능한 룸 중 하나로 아는데 화장실 나올 때마다 빨간 눈의 캥거루가 노려볼 거 생각하면 재밌기도 했다.
이 빠진 하얀색 피아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몇몇 건반은 끼익대는 소리를 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잠깐이나마 연주도 했다. 칠이 조금 벗겨져있지만 의외로 먼지가 쌓여있지는 않은 걸 보니 관리가 잘 되고 있나보다.
사진은 밝게 나왔고 피아노는 예뻤지만 조금 음산한 공간이었다. 롯데월드에 있는 신밧드의 모험이라는 놀이기구를 좋아한다. 하지만 물과 어둠을 싫어하는 누군가는 그 놀이기구가 무섭다며 진저리치기도 하는데, 딱 그 정도 수준의 즐기기 좋은 음산함이다.
어느 공간은 사방이 바다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내가 느끼기에 페인트칠은 조금 막 되어있는 것 같으면서도 물체들은 디테일하게 잘 그려져있었다. 바닥에도 그림이 그려져있는데 비춰지는 조명의 색깔과 위치가 계속 바뀌어서 볼거리가 풍부하다고 생각했다.
상어만 단독으로 찍고 싶어서 몇 분 동안 기다렸지만, 아무래도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까 살아있는 피사체가 꼭 하나씩은 들어와서 결국 그냥 찍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투박하지만 뜯어보면 대충 그리지 않은 티가 팍팍 난다. 물결이 살아있다.
웬만큼 겁 없고 스릴을 즐기는 편인데 여기를 올라갈 때는 난간을 잡고 올라갔다. 계단 하나하나의 높이는 그렇다치고 저세상 경사에 계단의 폭이 넓지 않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행히 계단 높이가 어느 정도 통일성이 있는 것 같다.
한 시간 동안 크레이지하우스의 모든 곳을 돌지는 못 했다. 저곳은 가보지 않은 곳인데 사진만 봐도 어느 정도 혼란할지 감이 온다. 의외라고 해야 할지 잘 어울린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힙합이나 일렉 쪽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길이 좁은 구간도 꽤 있다. 그러다보니까 한 명이 멈춰서면 뒤쪽도 죄다 서야 했다. 반대쪽에서 하나가 다가오면 둘 중 하나가 양보하고 뒤로 물러서야 길이 뚫리는 그런 구조다. 그렇다고 너무 복잡하거나 서로 밀치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