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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Jul 11. 2024

선선한 2월 가을바람의 달랏 야시장

베트남 보름살기 13 : #Coi Xay Gio #반미 #야시장


bittersweet 카페에서 나와서 길 건너는 중에 이번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화났다. 베트남에서 길을 건널 때는 방향을 갑자기 틀거나 속도를 바꾸면 안 된다는 말이 있던데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현지인들도 걸으면서 건너다가 마지막에 급하게 뛰는 경우를 여러 번 봐왔다.


아무튼 일정 속도로 잘 건너고 있었고 얼마 안 남았는데 한 차가 멀리서부터 속도를 안 늦추고 나를 치고 지나갈 기세로 달려와서 놀랐다. 결국 빠르게 달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앞에 두고 속도를 늦추지 않는 운전자는 예비 살인마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나 베트남에서나 이런 차들을 보면 기가 막힐 뿐이다.



아무튼 Cou Xay Gio는 노란 벽 포토스팟으로 유명한 반미 가게다. 베트남인들은 벤미라고 발음하며, 한국어 발음으로 '반미'라고 불리는 베트남 고유의 음식은 샌드위치와 매우 유사하다. 나는 3번 Spicy garlic chicken 반미를 선택했다.



주문한 반미가 나왔다. 가게에서 먹고 갈 생각이었으니 갖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사람이 없고 묘하게 투박해서 창고인 줄 알았다. 바로 야외 자리로 나갔다. 개미가 좀 기어다니긴 했지만 이 정도 쯤이야 밤에 샤워하면 그만이다.



반미 빵은 흔히 말하는 겉바속촉,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아무래도 빵을 크게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내용물은 무난하다고 느껴졌다. 단지 신선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이제 나는 고수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잔잔히 흐르는 저녁이다. 바삭한 빵을 조금씩 베어물고 천천히 삼키며 하늘이 어두워지는 동안 밖을 바라보았다. 핸드폰을 거의 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걷는 걸 내려다보며 구경했다. 몇 시간 전 첫인상과 같이, 달랏의 이쪽은 실제로 대학교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학가 같다는 느낌이 여전히 팍팍 들었다. 젊은이들이 유독 많다고 느껴졌다.



여행의 꽃은 그 지역의 문화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시장 방문이고, 달랏에는 큰 야시장이 있다고 들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졌으니 슬슬 야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벌써부터 길거리에 이것저것 판매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Cho Da Lat이라고 써져있는 건물은 야시장은 아니고 그냥 달랏시장이었던 것 같다.



Cho Da Lat 건물로 들어가서 계단을 내려가면 야시장이 나온다. 가는 길 앞뒤로 사람이 없어서 긴가민가 했는데 구글맵을 믿어보았다. 다행히 온라인 지도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고, 창문 틈 사이로 왁자지껄한 활기가 느껴졌다. 설레는 기분이었다.



달랏 야시장에 도착했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고 최소화된 짐을 좋아하는 여행객 기준으로 사고 싶은 게 거의 없었다. 단지 한국으로 치면 가을밤보다 안 추운데 베트남 현지인들은 패딩 입고 있는 장면이 신기했다. 한국에서 겨울에 내가 아주 두터운 패딩을 입을 때, 가디건 하나 걸치고 다니던 캐나다인 친구가 생각나기도 했다.



동상이 있는 분수대부터 시작해서 달랏야시장을 쭈욱 돌아보았다. 우선 동남아시아의 유럽이라는 별칭답게 계단 위로 올려다보이는 건물들 생김새가 꽤 아기자기하고 조화가 좋다. 야시장에는 사람이 꽤 많았지만 그래도 월요일이라 그런지 꽤 한적한 편이었다.



담배 피우면서 꼬치류를 파는 아저씨 상인이 있었다. 꼬치는 알록달록해 보기 좋았고 정갈하게 쌓여져 있었지만 혹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런 위생으로 어떻게 음식장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담뱃가루 토핑 올라간 음식은 먹고 싶지 않다.


아름다운 Da Lat
할 건 없지만 분위기는 있는 달랏야시장


다시 야시장을 시작했던 지점으로 돌아왔다. 분수대 쪽에 어려 보이는 아이가 숫기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길래 다가가서 요거트 두 개를 팔아주었다. 하나만 먹어보려다가 맛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주 달달하고 질리지도 않게 맛있어서 곧바로 하나를 더 까먹었다. 한 개당 10,000동으로 한화 500원이었다.



앉아서 열심히 요거트를 먹는 중이었다. 베트남 남자 두 분이서 내 뒤에 있는 동상을 찍으려는 것 같았는데, 인물 독사진 찍듯이 내 바로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서 당황스러웠다. 우선은 그냥 웃었는데 곤란한 게 티가 났나보다. 남자분들이 같이 웃으면서 슬쩍 옆으로 비켜서 내가 안 나오게 사진 촬영을 다시 했다. 나도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 찍기 편하라고 반대편 옆으로 비켜줬는데, 나한테 자리 옮기지 말라며 "No, no, no."라고 했다.


맛있는 달랏야시장 요거트
지나가다가 눈을 의심한 색색깔의 남성 신체부위 잡동사니


베트남의 부침개이자 달랏의 피자로 유명한 반짠느엉이 궁금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호객하신 분한테 다가갔다. 가격은 20,000동으로 한화 1,000원이다. 구입해서 맛을 보니 단짠이 아니라 그냥 짜다. 바삭하긴 한데 짠맛이 상당히 강했다. 안 쓰는 이면지로 싸주는데 호떡이 생각나기도 했다. 먹는 중에 옆에 상인분이랑 눈 마주쳐서 인사의 의미로 웃으니까 뜻을 이해해주셨는지 고개를 끄덕 하셨다.


반짠느엉


내게는 야시장 끝 지점인 달랏의 롯데리아, 여기서 그랩바이크 기사에게 연락해 숙소에 가겠다고 했다. 오래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10분 걸린다더니 낮이랑은 다른 오토바이를 끌고 7분만에 와서 놀랐다. 헬멧도 바꿔들고 와서 집에 오토바이가 몇 대 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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