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7

귀가

귀가(歸家)


날이 제법 포근해졌다.


시리도록 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훈풍이 불기 시작하니, 일과를 끝낸 근무자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무척 활기차고 즐거워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가 처음 러시아에 왔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지금처럼 약간의 차가움이 섞인, 하지만 춥다기보다는 포근한 그런 신비로운 날씨의 대기. 벌거벗은 하얀 자작나무를 부끄럽도록 붉게 물들이는 주황빛 석양. 그 석양 아래서 웃고, 소리 지르며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사람들.


모든 것들이 내가 처음 왔던 그때 그대로다.


1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 흘렀다.


'조금 더 지나면, 자작나무 수액을 받아 운동 후 마른 목을 축이겠지?'


난 이곳을 떠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이곳을 그리워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면 또 많은 고민거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난 돌아가지 않았으면서 벌써 고민거리들을 위한 고민을 시작한다.


1년 전, 가족들을 떠나오면서 근심을 하던 나는 지금 가족들을 향해 돌아가면서 또 근심을 안고 있다.


1년 전과 1년 후의 내가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인생은 그토록 바라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또 다른 작은 불만과 고민거리들을 만들어 낸다. 지금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마 죽음에 이르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다.


요즘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행복에 작은 것, 큰 것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행복하다는 것. 그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당신은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단상 6